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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B컷]헌정사 첫 검사 탄핵 안동완 '기각'…이정섭에 미치는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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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

    [법정B컷]헌정사 첫 검사 탄핵 안동완 '기각'…이정섭에 미치는 영향은?

    편집자 주

    수사보다는 재판을, 법률가들의 자극적인 한 마디 보다 법정 안의 공기를 읽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드립니다. '법정B컷'은 매일 쏟아지는 'A컷' 기사에 다 담지 못한 법정의 장면을 생생히 전달하는 공간입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지만 중요한 재판, 모두가 주목하지만 누구도 포착하지 못한 재판의 하이라이트들을 충실히 보도하겠습니다

    안동완 부산지검 2차장검사. 연합뉴스안동완 부산지검 2차장검사. 연합뉴스
    '도편(陶片)' 추방제를 기억하실 겁니다. 그리스에선 국가에 해를 끼친 정치가 등의 이름을 도자기 조각에 적어 비밀투표를 실시한 뒤, 10년간 나라 밖으로 쫓아냈습니다. 사실상 오늘날의 '탄핵' 제도가 기원전에도 있었던 겁니다.
     
    우리에게 탄핵은 그리 낯선 개념이 아닙니다. 어릴적 읽은 역사 교과서 덕분만은 아니고, 우리는 이미 두 명의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을 경험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검사' 탄핵은 조금 낯설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검사 탄핵이 가능하다고?" 판사 탄핵 제도를 두고 있는 나라는 많지만, 검사 탄핵 제도를 두고 있는 나라는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와 미국의 일부 주(州)에 검사 탄핵 제도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에서야 헌정사상 첫 번째로 검사가 탄핵소추 됐습니다. 바로 안동완(사법연수원 32기) 부산지검 2차장검사가 그 대상입니다. 그리고 지난 30일, 탄핵심판 결과가 나왔습니다. 결과가 나오기까지의 과정은, 단순히 득표수만을 따지던 도편 추방제와는 아주 많이 달랐습니다. 탄핵 여부를 결정하기까지 치열한 법리적 공방이 펼쳐졌습니다.
     
    오늘의 법정B컷은 안 검사 탄핵 기각 결정이 나온 배경을 살펴봅니다. 나아가, 한창 진행 중인 이정섭 검사의 탄핵심판 변론 과정도 함께 들여다봅니다.

     

    안동완 탄핵 기각…'직권남용 중대성' 두고 의견 갈려

    헌법재판소가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과 관련해 공소권 남용 의혹을 받은 안동완 부산지검 2차장검사에 대한 탄핵소추를 기각한 30일 오후 간첩 조작 사건 피해자인 유우성씨가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을 나와 취재진에게 심경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헌법재판소가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과 관련해 공소권 남용 의혹을 받은 안동완 부산지검 2차장검사에 대한 탄핵소추를 기각한 30일 오후 간첩 조작 사건 피해자인 유우성씨가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을 나와 취재진에게 심경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안 검사는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과 관련해 유우성씨를 지난 2014년 이미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추가 기소해 '공소권 남용' 의혹을 받았습니다. 국회는 이를 두고 검사의 정치적 중립을 어기고 권한을 남용했다며 안 검사를 탄핵 소추했습니다.
     
    결론만 먼저 보면 안 검사의 탄핵소추는 '기각' 됐습니다. 헌법재판관 9명 중 6명이 동의해야 탄핵 인용 즉 파면 결정이 내려지는데, 안 검사에 대해서는 헌법재판관 9명 중 5명이 기각 의견을, 4명이 인용 의견을 밝힌 겁니다.
     
    기각과 인용 판단을 두고 재판관들은 접전을 벌였지만, 안 검사의 '권한 남용' 여부는 과반수가 인정했습니다. 헌법재판관 9명 중 6명이 안 검사가 공소권을 남용했다고 봤습니다.
     
    흥미로운 건, 탄핵 기각 의견을 내놓은 5명 중 2명(이종석·이은애 재판관)의 의견입니다. 두 재판관은 안 검사의 공소권 남용을 인정했습니다.

    2024.05.30. 헌법재판소 2023헌나2 검사(안동완)탄핵 결정문 中
    "피청구인의 수사 결과 종전 기소유예 처분을 번복하고 유우성을 외국환거래법위반 혐의로 기소할 만한 사정이 밝혀졌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공소제기는 구 검찰청법 제4조 제2항을 위반한 것이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공소권 남용 사실이 탄핵 사유가 될 만큼 중요하진 않다며 '권한남용의 중대성'을 인정하지는 않았습니다.
     
    2024.05.30. 헌법재판소 2023헌나2 검사(안동완)탄핵 결정문 中
    "이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파면결정을 통하여 헌법을 수호하고 손상된 헌법질서를 다시 회복하는 것이 요청될 정도로 피청구인의 법위반이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중대한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없고, 또한 임명권자인 대통령을 통하여 간접적으로 부여된 국민의 신임을 박탈하여야 할 정도로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피청구인에 대한 파면결정을 정당화하는 사유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

    반면 인용의견을 밝힌 4명의 재판관(김기영·문형배·이미선·정정미)은 "피청구인은 유우성에게 실질적인 불이익을 가할 의도에서 검사의 본질적이고 핵심적인 권한 중 하나인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할 권한을 남용했다"며 "그로 인해 검사의 권한 행사 및 형사사법 전체의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또 한 번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중대한 권한 남용임을 인정했습니다. 그러면서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수호의 이익이 검사 파면에 따르는 국가적 손실을 압도할 정도로 크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정섭 검사, 권한남용의 '중대성'…인정될까?

    이정섭 대전고검 검사. 연합뉴스이정섭 대전고검 검사. 연합뉴스
    이처럼 헌법재판관들의 의견이 팽팽히 엇갈리는 상황에서, 헌법재판소에서 변론이 진행되고 있는 이정섭(사법연수원 32기) 대전고검 검사의 탄핵심판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 검사의 탄핵심판에서도 결국 '권한남용의 중대성'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검사 또한 검사 신분을 남용해 처가가 운영하는 용인의 한 골프장과 처가 측 자택에서 근무하는 가사도우미 등 일반인들의 범죄기록 등을 무단으로 열람하고, 그 정보를 누설한 혐의 등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회 측은 이러한 행위가 '직권남용' 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를 두고 지난 8일 열린 이 검사 탄핵심판 1차 변론기일에서 이 검사 측은 일부 탄핵 사유는 검사 직무와 무관할뿐더러 이 검사가 헌법 질서가 무너질 만큼의 '중대한' 직권남용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반면, 청구인인 국회 측은 직권남용의 '중대성'을 적극 피력했습니다.
     
    2024.05.08. 헌법재판소 2023헌나4 검사(이정섭)탄핵 1차 변론 中 피청구인 측 주장
    "이 사건 탄핵심판 청구는 충분한 사실관계 확인을 거친 것이 아니고 의혹제기 후 바로 청구된 것입니다. 탄핵심판청구서에 구체적인 사실관계도 언급돼있지 않습니다. 공무집행과 아무런 관계 없는 내용도 나열돼 있습니다. 과연 청구인이 정말 피청구인(이 검사)의 행위로 헌법질서가 무너져서 탄핵심판 청구를 한 것인지, 아니면 직무정지라는 부수적 효과를 위해 탄핵심판청구권을 남용한 것인지 재판부가 판단해주십시오.(…) 위장전입, 집합금지 위반은 검사 직무와 무관한 것으로 탄핵사유로 논할 수 없습니다."


     2024.05.08. 헌법재판소 2023헌나4 검사(이정섭)탄핵 1차 변론 中 청구인 측 주장
    "피청구인(이 검사)이 이런 일반인 전과 조회 내용을 처가에 전달했고, 강미정은 베이비시터 등 일반인의 전과 정보를 전달받은 것을 직접 경험한 사람입니다. 이 행위는 검사 지위 남용이고 공정한 직무수행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 검사에게 요구되는 준사법지위와 역할을 볼 때, 이 사유만으로도 탄핵 필요성은 충분합니다."

    엇갈린 양 측의 주장에 공통점이 있다면, '직권 남용', '공무 집행', '직무 관련성' 과 같은 이야기들이 등장했다는 겁니다.

     

    이정섭 2차 변론에서도 '직무 관련성' 두고 열띤 공방


    이어진 지난 28일 2차 변론의 증인 채택 과정에서도 '직무 관련성'이 쟁점이 됐습니다. 청구인 측은 대기업 임원, 마약 사건 수사관 등 4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는데(이 검사의 처남댁인 강미정 조국혁신당 대변인 또한 증인으로 신청했지만, 채택되지 않았습니다), 이를 두고 공방이 벌어졌습니다.
     
    2024.05.28. 헌법재판소 2023헌나4 검사(이정섭)탄핵 2차 변론 中 청구인 측 주장
    "앞서 피청구인(이 검사) 측에서 대기업 임원 증인 신청이 부적절하다는 취지로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대기업 임원이 그 자리(대기업 임원으로부터 엘리시안 리조트 숙소 등을 제공 받은 자리)에 있었고 어떤 내용들이 논의됐고 어떤 식으로 자리에 갔는지 본인 확인이 필요합니다. (…) 나머지 수사관도 마찬가지로 처남의 마약 사건은 이례적으로 진행됐습니다. (…) 오랜 시간 지나고 나서야 모발, 소변검사를 진행한 부분이나 포렌식 과정에서 SD카드가 사라진 부분에 대해 각각을 경험한 수사관이므로 이 부분 진술도 증언을 통해 듣는 게 필요합니다."

    2024.05.28. 헌법재판소 2023헌나4 검사(이정섭)탄핵 2차 변론 中 피청구인 측 주장
    "탄핵 재판으로서 중요한 것은 과연 (이 검사가) 직무와 관련해 위법·위헌적인 행위를 했느냐 여부입니다. 대기업 임원과 관련해서도 (…) 과연 직무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소추사유로 기재되진 않았습니다. 직무관련성이 없는 증인에 대해 증인신청은 기각돼 마땅합니다."

    결국 이종석 헌법재판소장은 4명의 증인 신청을 기각합니다. 그들이 이 검사의 '직무와 관련된 행위'와 관련이 없다고 본 겁니다. 직권남용의 중대성이 쟁점인만큼, 이 검사의 직무와 관련된 행위에 연관된 증인이 아니라면 채택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직무집행과 관련이 없는 사생활은 탄핵사유가 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2024.05.28. 헌법재판소 2023헌나4 검사(이정섭)탄핵 2차 변론 中 이종석 헌법재판소장
    "4명의 증인은 탄핵소추 사유나 준비기일, 1차 기일까지 전혀 특정되지 않은 사람들이고 또 어떤 행위와 관련성 있는지, 직무와 관련된 어떤 행위와 관련이 있는지 명확한 소명이 없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증인으로 채택해 신문하는 것이 현재로선 적절하지 않다는 게 재판부 판단입니다. 대기업 임원 등의 증인 신청은 기각하겠습니다."

    이처럼 탄핵제도는 2000년 이상의 시간이 흐른 만큼, 도편 추방제보다 훨씬 더 엄격해졌습니다. 이유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도자기에 이름만 써서 내면 추방할 수 있었던 그때와 달리, 직무집행상의 행위여야 하고, 권한을 남용한 것이 인정되어야 하고, 그 권한 남용의 중대성이 인정되어야만 합니다.
     
    대한민국 헌정사상 탄핵소추 1호 검사가 '기각' 결정을 받아 직무에 복귀한 가운데, 과연 헌법재판소는 이 검사에게 어떠한 판단을 내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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