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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인식''이라는 거대 암초를 만난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가 인혁당 사건에 대한 자신의 발언이 ''사과''라고 주장하며 논란 진화에 부심하고 있다.
하지만 인혁당 사건이 유신 시대의 대표적 공안사건임에도, 박 후보가 역사적 평가는 미룬 채 개인적 차원의 화해 문제로만 받아들이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박 후보는 13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지역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인혁당 사건에 관한 자신의 입장에 대해 "사과는 사과로 받아들여 달라"고 말했다.
그는 인혁당 유족에 대한 사과를 놓고 논란이 많다는 지적에 "수차례 (유신의) 피해를 입은 분들에게 딸로서 죄송스럽다고 얘기를 해왔고 위로의 말씀을 전하며 오히려 더욱더 민주화에 노력을 해야 된다는 게 저의 생각이었다. 그런 것이 사과가 아니라면 어떻게 되느냐"면서 이같이 언급했다.
앞서 지난 12일 밤 이상일 공동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박 후보가 과거 수사기관 등 국가공권력에 의해 인권이 침해된 사례가 있었고, 이는 우리나라 현대사의 아픔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피해를 입으신 분들의 아픔을 깊이 이해하고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는 것"이라고 말한 것을 가리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대변인을 통해 밝힌 박 후보의 입장이 형식적으로도 ''사과''라고 볼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일단 브리핑 어디에서도 ''사과''라는 단어를 찾을 수 없었다. 이 대변인도 ''박 후보의 뜻이 인혁당 사건에 대한 사과를 의미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내가 얘기할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홍일표 대변인이 ''사과''라는 표현을 사용한 브리핑에 대해서 박 부호 측에서 "얘기된 적 없다"고 부인한 것도 논란을 더욱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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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사과한 것"이라는 박 후보 측 입장을 인정한다고 해도, 사과가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로서 개인적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지 대통령 후보로서 역사에 대한 평가를 했다고 보긴 어렵다.
인혁당 사건 피해자, 유가족들이 "유족들이 동의하면 찾아뵙겠다"고 밝힌 박 후보에게 "유신헌법과 긴급조치, ''1975년 4월 8일 인혁당재건위사건 대법원 판결''에 대한 공식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 후보는 공식적 판결이나 역사적 평가 차원에서는 이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BestNocut_R]
이에 대해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은 "논란의 본질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과(功過)에 관한 문제로, 대통령이 되겠다는 분이라면 과(過)에 대한 생각이 부녀 관계에서 갖는 생각과 달라야 한다"며 "박 후보가 이런 문제의 틀에 갇히면 대선이 굉장히 위험해지기 때문에 본인이 직접 입장을 정리할 수 밖에 없고,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승민 의원은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 아닌 대통령 후보로서 유신시대의 공과를 평가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논란 속에 중도층 지지자의 이탈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여론조사회사 리얼미터가 인혁당 발언 직후인 지난 11∼12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박 후보는 안 원장과의 양자, 다자 대결에서 전날에 비해 각각 1.8%포인트, 3.3%포인트씩 지지율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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