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27일 대구 서구 김상훈 의원 지역구 사무실 건물 한 회의실에서 당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국민의힘 7.23 전당대회 대진표가 확정된 뒤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1위를 지키며 대세론을 이어가는 양상이다.
일각에서는 지지층 대상 여론조사 결과와 실제 당원들의 투표 사이의 차이가 커서 1위와 2, 3위 후보 사이 격차가 예상보다는 작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지만, 한 전 비대위원장이 전당대회 초반 우위에 선 것은 명확해 보인다.
이에 나경원 의원과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의 연대로 전당대회 판을 흔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나 의원이 강경하게 반대하고 있지만, 전당대회 시점이 다가오면 압력이 더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韓 대세 변함 없지만, 불확실한 당심 2~3위 연대 힘 보태
뉴시스가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5~26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28일 공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 ±3.1%p)에 따르면, 국민의힘 후보별 적합도는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37.9%로 1위를 기록했다.
뒤를 이어 나경원 의원이 13.5%,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이 9.4%, 윤상현 의원이 8.5%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지지층이라고 밝힌 응답자로 한정할 경우, 한 전 비대위원장에 대한 지지는 59.3%로 과반인 것으로 나타났다. 원 전 장관은 15.5%, 나 의원 12.6%, 윤 의원 5.9% 순으로 뒤를 이었다.
같은 날 공개된 한국갤럽의 6월 4주차 조사에서도 한 전 비대위원장이 1위를 달렸다. 갤럽이 25~27일 전국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 ±3.1%p)한 결과 한 전 비대위원장 28%, 나 의원 19%, 원 전 장관 13%, 윤 의원 7% 순이었다.
국민의힘 지지자(308명) 중에서는 과반인 55%가 한 전 위원장을, 36%가 다른 3인(원희룡 19%, 나경원 14%, 윤상현 3%)을 지지했다.
이번 전당대회가 당원투표 80%와 일반국민 여론조사 20%를 반영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수치상으로 한 전 비대위원장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점은 확실해 보인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27일 대구 서구 김상훈 의원 지역구 사무실 건물 한 회의실에서 당원들에게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국민의힘의 한 원외 당협위원장은 "나머지 후보에 대한 지지율을 모두 합쳐야 1위와 비슷해 질 정도이고, 지지층으로 한정시키면 차이가 더 커지지 않느냐"며 "남은 기간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지만, 격차가 크다는 것은 다른 후보들도 인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러한 대세론과는 별개로 지지층 대상 여론조사와 실제 당원들의 표심은 차이가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이견은 없다.
일례로 지난 2021년 6월 11일 국민의힘 1차 전당대회 당시 나경원 후보는 당원투표에서 40.93%의 지지를 받았는데, 전당대회 직전 공개된 지지층 대상 여론조사와는 두 자릿수 이상의 차이가 났다. 같은 해 6월초 공개된 모든 조사에서 나 후보는 국민의힘 지지층으로부터 20%대 초반에 불과한 지지를 받았다.
당원투표 100%로 치러졌던 지난해 3월 전당대회 때도 김기현 후보는 52.93%의 득표를 얻어 결선 없이 당대표가 됐다. 직전인 2월 말에 공개됐던 복수의 여론조사에서는 김 후보가 국민의힘 지지층에게 40%대 초반 지지율을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10%p 안팎의 오차가 생긴 셈이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지지층 생각과 실제 당원 표심은 당연히 다르고, 조직표라는 변수도 존재한다"며 "아직도 다수의 현역 의원 중에 결정을 미룬 분들이 있는데, 2~3위가 세(勢)를 규합해 이들을 포섭하면 1위 후보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판세를 진단했다.
친윤 업은 원희룡 적극적…羅, 아직은 부인해도 친윤계 지원사격 元
국민의힘 나경원 대표 후보가 28일 오전 대구시의회에서 시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나 후보는 이날 대구 달서을 등 지역 당협을 방문한다. 연합뉴스대세론이 굳어지기 전에 나머지 후보들이 힘을 합치면 변수를 만들 수 있다는 이 같은 분석으로 인해 전당대회 초반부터 '연대설'이 불거지고 있다.
일반 조사에서 2위권을 형성하고 있는 나경원 의원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연대설'을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다. 나 의원 측에서는 "벌써 정략에 몰두하는 건 당원들에 예의가 아니다", "지금은 각 후보가 가진 생각을 전달하는 것에 집중해야 하는 시간" 등을 근거로 일축하고 있다.
하지만, 반(反)한동훈 전선 구축 필요성을 크게 느끼는 세력들은 바쁘게 움직이는 양상이다. 특히, 친윤계의 지원사격을 받고 있는 원 전 장관이 단일화에 매우 적극적이다. 원 전 장관은 전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연대와 관련한 질문에 "어떤 길에 대해서도 열려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원희룡 대표 후보가 28일 오후 경남 창원시 의창구 경남도청에서 박완수 경남지사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원 전 장관은 이날 YTN라디오에서도 "우리 당을 걱정하는 마음과 방향이 같다면 언제든지 협력은 열려 있는 것"이라며 같은 입장을 되풀이했다. 나경원 의원이 연대설을 일축한 것에 대해서는 "그렇게 반응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하고 존중한다"며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원래 연대는 자신으로 단일화가 될 것 같은 사람이 적극적인데, 친윤계의 지원사격을 받고 있는 원 전 장관이 자신감을 갖고 보폭을 넓히는 것 같다"며 "당장은 나 의원이 단일화 테이블로 나올 이유가 전혀 없지만, 전당대회가 다가올수록 한 전 비대위원장을 막아야 한다는 압력에서 자유롭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사에 언급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