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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르포] 진흙물 마시는 사람들…“카트만두 벗어나면 정부지원 없어”



아시아/호주

    [네팔르포] 진흙물 마시는 사람들…“카트만두 벗어나면 정부지원 없어”

    지진에 산사태까지…흔적 없이 사라진 마을

    카트만두시와 네팔 동부지역을 잇는 박따뿔 고속도로의 약 500m 구간이 지진으로 인해 3m 가량 주저 앉았다. (카트만두 = CBS노컷뉴스 장성주 특파원)

     

    29일 오전 9시쯤(현지시간) 네팔 카트만두시에서 CBS노컷뉴스 취재진은 현지의 한 구호단체와 함께 트럭에 몸을 실었다.

    천막과 25㎏짜리 쌀 16포대, 찌우라(찐 뒤 말린 쌀) 5포대, 소금 등 구호물품을 싣고 카트만두시에서 동쪽으로 약 44㎞ 떨어진 우리나라의 ‘면’ 단위인 멜람치로 향했다.

    카트만두시를 막 벗어나 '박따뿔 고속도로'에 접어들자 지진의 상흔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일부 육교는 안전상의 문제로 시민들의 통행이 제한됐고, 무너진 건물이 이따금씩 스쳐지나갔다.

    특히 주요도로 약 500m 구간의 지반이 지진의 영향으로 3m 가량 내려 앉았지만, 시민들은 차량의 속도만 줄일 뿐 아랑곳 하지 않고 운행을 계속했다.
    카트만두시와 네팔 동부지역을 잇는 박따뿔 고속도로의 약 500m 구간이 지진으로 인해 3m 가량 주저 앉았다. (카트만두 = CBS노컷뉴스 장성주 특파원)

     


    1시간여를 내달린 끝에 만난 비포장 도로가 도시 외곽으로 빠져 나온 것을 실감케 했다.

    굽이굽이 산길로 접어들자 처참한 상황이 눈 앞에 펼쳐졌다. 지진으로 인한 산사태로 산에는 마치 눈물 자국처럼 깊은 흔적이 남았고, 도로 곳곳에는 낙석들이 나뒹굴었다.

    수직에 가까운 산 허리에 자리잡은 '께우라니' 마을 사람들은 구호 물품을 받기 위해 10㎞ 떨어진 멜람치까지 한걸음에 달려왔다.

    이들은 마을의 상황이 심각하다고 입을 모았다. 지진에 산사태까지 겹쳐 동네 자체가 사실상 흔적조차 남지 않았다고 전했다.

    꺼멀 기리(32)씨는 "땅이 갑자기 흔들리더니 마을의 집들이 그대로 주저 앉아버렸다"며 "이후 뿌연 연기가 뒤덮어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지진이 발생하자 집 안에 있던 어머니를 업고 대피한 쩐드러 버하우르 비리(44)씨는 "4살짜리 남자 아이가 아직도 실종상태고 5명이 부상을 입었다"며 "부상자 1명은 생명이 위독해 카트만두의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실제 수술을 받으려면 1~2주 기다리라고 했다"고 걱정했다.

    그는 "마을이 모두 무너져 큰 천막 하나에서 살고 있다"며 "대피하느라 옷을 하나도 챙기지 못해 비를 맞아도 갈아 입을 옷이 없고 추운 밤에는 그냥 몸을 웅크리고 자고 있다"고 고통을 토로했다.

    께우라니 마을 사람들은 구호 물품을 대형 트럭에 옮겨 싣고 서둘러 마을로 떠났다. 마을로 이어지는 비포장 도로마저 산사태로 가로막혀 차량 이동이 불가능한 상황이지만 "돌을 치우면서 가면 된다"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카트만두로부터 동쪽으로 44㎞ 떨어진 멜람치 인근 바우네 빠띠버잔 시장 마을이 지진으로 인해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모습으로 변했다. (카트만두 = CBS노컷뉴스 장성주 특파원)

     


    멜람치 인근의 바우네 빠띠버잔 시장은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신시가지 건물 몇 개만 겨우 형체를 유지하고 있었고, 구시가지는 건물 잔해만 남은 수준이었다. 시민 3명은 이 잔해에 깔려 목숨을 잃었다.

    {RELNEWS:right}옷가게를 하는 시버나라안 수르스타(36)씨는 "지금까지 정부차원의 도움을 받은 적이 없다"며 "원래 시장이어서 마을 주민들이 서로 식량과 물을 나눠먹고 있지만, 인근 마을에서 물건을 사러 온 사람들에게는 팔 것이 없어 미안하다"고 안타까워 했다.

    그러면서 "생계를 유지하던 옷가게와 집 모두 무너져 내렸다"며 "당장 하루하루 버티는 것만으로도 벅차 앞으로 어떻게 살아나갈지 생각할 겨를조차 없다"고 속상해했다.

    시장에서 걸어서 1시간 가량 떨어진 '바레' 마을에서 온 리파 부른(25·여)씨는 "무너진 건물 잔해에서 빼낸 양철 지붕으로 겨우 비를 막고 있다"며 "식수도 없어 진흙 물을 그냥 마신다"고 머쩍게 웃었다.

    부른씨는 "정부의 지원이 없다면 앞으로 2~3년 동안 집을 지을 수 없을 것 같다"며 "당장 먹고 살기 바쁜데 집을 짓는게 맞는지도 모르겠다"며 허탈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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