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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헌법주의자' 윤석열의 너무 빠른 정치 행보



칼럼

    [칼럼]'헌법주의자' 윤석열의 너무 빠른 정치 행보

    지지율 1위 '윤풍'의 주역으로 떠올라
    "중수청 저지" 명분은 어디가고 투기사범 검찰수사 촉구
    노회한 정치인의 언론플레이까지 따라하기
    이, 박 정부 검찰수사에 대한 입장부터 설명해야
    어설픈 정치인 흉내내기보다 헌법주의자로서의 모습이 바람직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지난 2016년 12월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실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위 제2차 청문회'에 출석해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역대 검찰총장 가운데 정치인이 된 사례는 김기춘, 김도언 전 의원 둘 뿐이다.

    그나마 이들은 다른 직책을 거치거나 일정한 공백 기간을 거친 뒤 국회의원이 됐다.

    특히, 이들은 정치적 조연이었을 뿐 주역이 된 적은 없다.

    윤석열은 정치권으로 직행하는 최초의 검찰총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대선 무대의 당당한 주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8일 발표된 한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32.4%의 지지율로 24.1%의 이재명 지사를 멀찌감치 밀어내고 1위로 올라섰다.

    이쯤이면 윤풍(尹風)으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지난해 10월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 윤석열 검찰총장을 응원하는 화환이 놓여져 있다. 이한형 기자

     

    벌써부터 주변에 정치인들이 몰려들고 회원 2만 명이 넘는 윤사모라는 단체도 생겼다.

    정치적 이슈에 대한 발언을 내놓기 시작했다. 검찰총장에서 물러난지 사흘 만이다.

    윤석열 전 총장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 의혹에 대해 "공적 정보를 도둑질한 망국의 범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경험을 곁들이며 검찰 직접 수사를 촉구했다.

    부동산 투기 사범 수사는 검경수사권 조정에 따라 경찰 소관이 됐다.

    검경수사권 조정은 자신이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며 관여했고 여야 합의에 따라 이루어졌다.

    그런데, 이제 와서 경찰 소관 업무를 검찰이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정치적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의힘 부동산 특위 윤창현,정경희,송석준,배준영(좌로부터)의원이 LH임직원 부동산 투기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국민의힘은 4.7 보궐선거를 앞두고 LH투기 의혹을 정치적 소재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차라리, 검경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해 철저하게 조사하라고 촉구하는게 바람직했을 것이다.

    검찰총장에서 사퇴한 지 일주일도 안돼 특정 사안을 언급하는 것은 사퇴의 정당성을 훼손하는 일이다.

    윤석열 검찰 총장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사의를 표명 하기 위해 청사에 도착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퇴 이유는 "헌법파괴"와 "중수청 반대"로 국민들은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검찰 현안에 대해서는 언급없이 사퇴한지 얼마 안된 검찰총장이 국정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정치권 올라타기로 밖에 볼 수 없다.

    특히, 특정 언론사를 돌아가며 현안에 대해 잇따라 언급하는 것은 노회한 정치인의 언론플레이를 닮았다.

    윤석열이 장제원 의원의 말대로 야권의 새로운 여왕벌이 될 지는 알 수 없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말대로 윤석열에게 '별의 순간'이 온 것일 수도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해 10월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그러나, 여왕벌의 날개를 펴기에도 별빛을 내기에도 그 순서가 틀렸다.

    윤 전 총장은 분명히 정치인의 행보를 보이면서도 정치 입문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을 회피하고 있다.

    윤석열 전 총장이 정치인의 길을 가겠다면 정체성부터 분명히 하는게 옳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부정비리와 국정농단 수사,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행정권 남용 수사에 대한 입장부터 설명하는게 맞다.

    그렇지 않을 경우, 윤석열 전 총장이 이끌었던 현 정부의 각종 비리와 의혹에 대한 검찰수사에 대해서도 정치적 의도를 의심받게 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총장 면직안을 재가한 지난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윤 전 총장 자택 앞에 지지자가 보낸 벚꽃 조화가 걸려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총장은 당분간 전면에 나서지 않고 장외정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검찰총장 윤석열과 정치인 윤석열은 다르다.

    자칭 헌법주의자 윤석열은 이전 정부 수사와 현 정부 수사 전체로 평가받는게 온당하다.

    정치인 윤석열이 일관된 메시지를 내놓아야 하는 이유다.

    따라서, 자신의 정치적 명분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특정 이슈에 대해 성급하게 언급하며 어설픈 정치인 흉내내기를 하는 것 보다는 당분간 헌법주의자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는게 바람직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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