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광주전남역사정의평화행동이 6일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앞 5·18 민주광장에서 일제 강제징용 해법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성은 기자정부가 제3자 변제 방식의 일제 강제징용 피해배상 해법을 발표했지만 일본 기업의 참여가 없는 반쪽짜리 해법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강제징용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를 비롯한 시민단체도 '대한민국 외교의 실패'라고 비판했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광주전남역사정의평화행동은 6일 오후 2시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앞 5·18 민주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이날 발표한 일제 강제징용 배상을 우리나라 재단이 대신 변제하는 '제3자 변제'를 두고 "이번 해법은 대한민국 사법 주권을 포기하는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광주진보연대 류봉식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일본 피고 기업에 대한 배상 책임을 한국이 뒤집어쓰겠다는 정부의 이번 발표는 일본의 완벽한 외교적 승리"라면서 "한국 정부는 '간 쓸개 다 내주고 얻은 것은 하나도 없는' 대한민국 외교의 치욕"이라고 말했다.
이어 류 대표는 "한국 대법원에서 최종 배상 판결이 내려진 피해자들의 문제조차 피해국 한국이 스스로 뒤집어엎고 있으니 그 외 일본에 대한 과거 청산 요구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며 "피해자들에게 씻을 수 없는 굴욕감만 안긴 2차 가해"라고 강조했다.
또 광주시민센터 장연주 이사는 "판결에 따른 정당한 배상금을 놔두고 애먼 한국 기업들이 왜 난데없이 일본 기업의 배상책임을 대신 떠안아야 하느냐"면서 "가해자인 피고 일본 전범 기업에 완벽한 면죄부를 준 꼴"이라고 지적했다.
해법과 함께 제시된 미래청년기금(가칭)에 대해서는 광주전남촛불행동 김선호 공동대표는 "미래청년기금은 지난 2012년 3월 미쓰비시중공업이 강제징용 지원단체와 공식 교섭을 할 때 미쓰비시중공업 측이 제시한 안과 동일하다"면서 "그 당시 이 방안은 피해자 측의 근본적 요구와는 완전히 동떨어진 것이어서 곧바로 거부된 바 있는데도 이 구상이 다시 협상 테이블에 올라온 것은 '쉰 나물'을 다시 꺼내 놓은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6일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강제징용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 모습. 박성은 기자기자회견에 참석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는 "지금 대통령이 일본을 위해서 일을 하는 건지, 한국 사람을 위해서 일을 하는 건지 이해를 할 수가 없다"며 한국 기업의 기부금 배상에 대해서는 "굶어 죽어도 그런 돈은 받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기자회견을 주최한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국언 이사장은 "박전 외교부 장관이 피해자의 의견을 경청하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했다고 하는데 공개토론도 제한적이었고 피해자와 유족들을 찾아왔을 때는 사전에 연락도 없이 무작정 찾아와 문을 두들긴 적도 있었다"며 "오늘 발표에 대해서는 전혀 들은 적도 없었다"고 말했다.
미쓰비시근로정신대 양금덕 할머니 법률 대리인 김정희 변호사는 "대신 변제하는 것은 당사자 의사에 반해서 할 수 없기 때문에 법률에 위반된다"며 "대한민국 법률의 최종적인 해석권을 가지고 있는 사법부의 판결을 행정부가 왜곡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날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을 통해 피해자들에게 소송판결금 등을 지원하는 내용의 이른바 '제3자 변제' 방안을 공식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