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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원 발표' 쐐기…의대 교수 "'해부용 시신' 없이 교육할 판"



사건/사고

    '증원 발표' 쐐기…의대 교수 "'해부용 시신' 없이 교육할 판"

    정부는 "수용 가능" 주장하지만…전의교협 "교육 문제 해결 고민해야" 반발
    '4배 증원' 충북대 의대, 150석 강의실에 신입생 200명…"해부용 시신도 못 구할 것"
    서울 지역 의대 증원 적다? '미니 의대'는 수련병원 부족에 '의료 양극화 심화' 걱정

    조용한 의과대학 강의실. 연합뉴스조용한 의과대학 강의실. 연합뉴스
    정부가 2025학년도 의과대학 입학정원 증원분을 발표한 가운데 의과대학 교수들이 "증원된 의대생을 교육할 여건이 안 된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충분히 수용 가능하다"고 정부는 주장하지만, 증원이 집중된 지역 의대가 갑자기 늘어날 신입생들을 제대로 가르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정부는 지난 20일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을 2천 명 늘리고, 이 가운데 82%인 1639명을 비수도권에 배정한다고 밝혔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내년부터 2천 명을 증원하더라도 우리나라 의대의 교육 여건은 충분히 수용 가능하다"며 "현행 법령상 기준뿐 아니라 의학교육평가인증원의 인증기준을 준수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현재 규정상 의대 교수 1명당 학생 수는 8명이지만, 전국 40개 의대는 교수 1명당 평균 학생 1.6명이고 심지어 교수 1명당 0.4명인 곳도 있다는 지적이다.

    증원한 정원의 80% 이상을 비수도권에 배정한 배경에 대해서는 "의료개혁의 또 하나의 축은 지역의료 강화"라며 지역인재전형을 적극 활용해 신입생을 선발하고, 국립대 교수 1천 명을 신규 채용하는 등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의대 교수들 "건물도 부족한데 교수는 어디서 구하나…서울 집중 현상 더 부추길 것"

    연합뉴스연합뉴스
    반면 같은 날 오후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조윤정 홍보위원장은 온라인 언론 브리핑을 열고 "의대 정원을 증원할 때 (교육)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서울 대형 대학인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이기도 한 조 위원장은 자신이 근무하는 대학도 급증한 학생들을 수용할 건물조차 마련하기 어렵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조 위원장은 "최대 학생 130명을 교육할 시설과 공간이 있는 대학에서 갑자기 100명, 80명씩 증원하면 복잡해진다"며 "'마법의 지팡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교육에 필요한 건물을) 짓고, 재원은 어디서 마련할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더 큰 문제는 학생들을 가르칠 스승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의대 교육은 의사 업무 특성상 해부학 등 일반 강의 뿐 아니라 다양한 '실습'도 필요하다. 이 때문에 교수 외에도 조교와 보조 강사 등 여러 교육자들이 의대생 5~6명씩을 맡아 보조하곤 한다.

    조 위원장은 "한 번에 20명씩 교수를 구하기는 어렵다"며 "좋은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교수자가 그만큼 많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 지역 의대는 그나마 증원 규모가 작다지만, 지역 의대 증원의 여파가 고스란히 물려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대형 수련병원이 수도권에 집중된 현 상황에서 늘어난 졸업생들이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몰려와 수련받으면 이를 해결할 수 있겠냐는 얘기다.

    충북대 의대 49명에서 200명으로…"강의실부터 부족"

        
    특히 이번 의대 증원 발표로 비수도권 지역 의대의 교수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충북대 의대는 현 정원 49명에서 151명이 늘어 2025년 정원은 200명이다. 이외에도 성균관대·아주대·가천대·단국대(천안) 등이 현 정원의 2배 이상 인원이 늘었다.

    조 위원장은 "국립대 근무하는 의대 교수, 학장이 굉장히 강하게 '교육 불가능하다', '건물이 당장 있는 것도 아니고 교수 수도 2~3배 늘어나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하겠나'와 같은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가장 많은 인원이 증원된 충북대 의대 교수들은 의대생 교육을 앞두고 걱정이 태산이다. 가장 큰 강의실조차 150석에 불과한데, 내년부터 당장 정원이 200명으로 늘어난다.

    정부의 긴축 재정으로 교수진 연구비도 계속 줄었다. 현재 49명인 의대생 교육에 투입하기도 버거운 상황에서 학생들만 급격히 늘면 당장 교육의 질이 떨어질까 우려된다.

    구체적으로 의대생 교육에 사용되는 '해부용 시신'부터 부족하다. 충북대의 경우 해부용 시신은 1년에 15구가 공급되는데, 이중 학생들에게 9구, 나머지 6구는 레지던트와 전문의 교육에 사용된다. 통상 실습이 어려울 만큼 훼손된 시신도 1~2구씩 있다.

    결국 의대생 교육에 최소 10~11구 시신이 필요하다는 계산을 증원 규모에 그대로 적용하면, 학생이 4배 늘어나 해부용 시신도 당장 40구 가량 필요하지만 이만큼 시신을 구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이에 대해 충북의대 교수협 배장환 비대위원장은 "풀빵 찍어내는 의사 면허 양성하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배 위원장은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도 "수련기관에서 환자를 보면서 교수와 함께하는 진료와 교육도 중요한데, 전공의가 5배 늘어난다면 필수의료 분야 환자도 5배가 돼야 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현행 의료 전달 체계와 지역 상황을 보면 거의 불가능하다. 인턴, 레지던트 교육의 수월성, 탁월성을 절대 담보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2배 이상 증원될 예정인 다른 지역의 한 '미니 의대'의 A 교수는 이번 의대 증원 정책으로 '의료 양극화'가 심해질까 걱정했다. 우여곡절 끝에 의대 교육 과정을 마치더라도, 실제 병원에서 의술을 배워야 하는 인턴·전공의 교육을 제공할 병원도 마땅치 않다는 지적이다. 결국 아무리 지방 의대 정원을 확대하더라도 다시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A 교수는 "현재 우리 병원에서 교육할 수 있는 인원이 최대 60명"이라며 "120명까지 증원되면 단기간에 교육하기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어 "이대로 증원된다면 오히려 지방 의료가 더 붕괴할 것"이라며 "교육이 더 부실해지고, 지역 의대생들은 지역에 남지 않고 수도권에 가거나 어딘가를 떠돌게 될 것이다. 환자들은 그런 의대를 나온 의사들을 더 기피하고 불신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대생도 "부족한 '해부용 시신'으로 실습도 못해" 반발


    교수 뿐 아니라 당사자인 의대생들도 '의대 교육의 질 하락'을 우려하고 있다. 전국 40개 의과대학 의학전문대학원 학생이 모인 학생협회는 성명서를 내고 "증원이 이뤄진다면 학생들은 부족한 카데바(해부용 시신)로 해부 실습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형식적인 실습을 돌면서 강제 진급으로 의사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의학을 이렇게 배울 수는 없다. 이런 환경에서 저희의 의술을 행하고 싶지 않다"고 "대학에 휴학계 수리를 강력히 요구할 것이며 휴학계를 반려할 경우에 대비해 행정소송에 대한 법률 검토도 마쳤다"고 했다.

    한 보건의료노조 관계자는 "발표대로 의대 증원만 추진된다면 수련 병원에서 제대로 된 교육이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후 전문의나 전공의의 배치에 대해서도 충분히 소통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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