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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싼 초콜릿 시대는 끝났다"? 초콜릿 산업의 씁쓸한 이면



경제 일반

    "값싼 초콜릿 시대는 끝났다"? 초콜릿 산업의 씁쓸한 이면

    코코아 가격 수직 상승, 초콜릿도 금값 되나
    이상기후로 병충해 발생, 생산량 크게 감소해
    원료 저가경쟁에 기업은 이익, 농부들은 가난
    가난한 코코아 농부들, 살충제 살 돈도 없어
    코코아 함량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 시작돼
    초콜릿 산업 자체가 아동노동·기후위기 유발
    인공 코코아나 공정무역 초콜릿이 해법 될까



    ■ 방송 : CBS 라디오 <오뜨밀 라이브> FM 98.1 (20:05~21:00)
    ■ 진행 : 채선아 아나운서
    ■ 대담 : 조석영 PD, 신혜림 PD

    ◇ 채선아> 좀 더 밀도 있게 알아볼 이슈 짚어보는 뉴스 탐구생활 시간입니다. 조석영 PD, 신혜림 PD 나와 계세요.

    ◆ 조석영, 신혜림> 안녕하세요.

    ◇ 채선아> 최근 사과값이 금값이다, 이런 얘기는 많이 했는데 초콜릿 가격도 오를 수 있다고요?

    ◆ 조석영> 그렇습니다. 초콜릿의 원료가 되는 코코아 가격이 작년부터 크게 오르고 있고 특히 올해 초부터는 수직 급상승입니다. 2023년에 톤당 2천 몇 백 달러 수준이었거든요. 그런데 3월 18일 기준, 8천 달러입니다. 서너 배 올랐죠. 왜 이렇게 오르느냐? 코코아의 원료인 카카오 열매가 공급이 많이 부족해졌기 때문입니다.


    ◆ 신혜림> 사과는 기후 위기에 따른 이상 기후가 기본적인 원인이었잖아요. 그런데 카카오도 마찬가지일까요?

    ◆ 조석영> 마찬가지입니다. 전 세계 코코아 수확량의 70% 이상이 서아프리카에서 나오고 특히 코트디부아르가 약 40%, 가나가 약 20% 정도 차지하는데요. 서아프리카에 지난 3년간 이상 기후로 인한 흉작이 들었습니다. 특히 수확량 1, 2위인 코트디부아르와 가나 같은 경우에는 수확량이 35%가 떨어졌다고 하더라고요. 또 이상 기후로 인해서 흑점병이라는 곰팡이 감염병이 발생했다고 합니다.

    이러면 기후위기가 유일한 원인인가 싶은데 국제코코아기구에서는 이런 얘기를 해요. "현재 진행 중인 공급 부족은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됐다." 어떤 구조적인 문제냐? 코코아 농부들이 너무 가난하다는 거예요. 과수원에 병충해가 돌면 어떻게 해야 될까요?


    ◇ 채선아> 병충해가 나면 살충제를 사서 뿌린다든지 병이 퍼지지 않게 병든 나무를 뽑아내고 베어버리고 새 나무를 심으면 되죠.

    ◆ 조석영> 우리나라는 그런 식으로 방제를 합니다. 그런데 코코아 농부들이 돈이 너무 없어서 살충제 살 돈도 없다는 거예요. 블룸버그 통신에서 가나에 있는 코코아 농부를 인터뷰했는데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내가 지금 버는 돈으로는 농장에 살충제를 쓰거나 새로운 나무를 구매하기 위한 투자를 할 여력이 도저히 없다." 나무가 있어야 돈을 버니까 당장 조금 돈을 쓰더라도 그 나무를 살려야 될 것 같은데 살충제도 못 살 정도로 돈이 없기 때문에 나무가 죽도록 방치할 수밖에 없다는 거죠.

    ◇ 채선아> 그러다 나무가 다 죽어버리면 망해버리는 거잖아요.

    ◆ 조석영> 이코노미스트의 분석에 따르면 코트디부아르 농민 절반이 하루에 1,600원 미만으로 생활할 정도로 물가 수준 감안하더라도 너무 가난하다는 거죠.


    ◆ 신혜림> 여기가 전 세계 초콜릿 원료의 절반을 생산한다고 하면 이렇게 가난할 일인가 싶거든요. 그러니까 여기서도 중간에 뭐가 있는 걸까요?

    ◆ 조석영> 보통 중간 유통상이 착취를 한다고 하면 도매상인이 있다거나 업자가 있잖아요. 그런데 코트디부아르나 가나는 중간유통업자가 국영 기업이예요. 즉 정부가 구매가를 정합니다. 지난해 9월에는 가나 정부가 코코아 한 봉지 가격을 63%를 인상했다고 합니다. 그때는 농부들이 꽤 기뻐했다고 하더라고요.

    ◇ 채선아> 엄청 많이 인상했는데 그래도 농부가 가난해요?

    ◆ 조석영> 왜냐하면 물가가 더 많이 올랐습니다. 인플레이션이 너무 심한 거예요. 2022년 12월에 가나의 연간 물가 상승률이 54%. 2023년 12월에 23%였습니다. 이 나라의 극심한 인플레이션이 사실상 코코아 가격 인상분을 의미 없게 할 정도로 굉장히 심하다는 거고 가나 같은 경우에는 2023년 5월에 IMF 구제 금융을 받기도 했습니다. 코코아 농부들도 비료, 살충제, 인건비, 생활비 이런 걸 감당할 수 없으니까 그냥 망해버리는 거죠.


    ◇ 채선아> 그러면 공급이 없어지잖아요.

    ◆ 조석영> 그렇기 때문에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이 온거죠.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이 계속되고 있잖아요. 그 여파가 원산지의 공급을 붕괴시키고 그러다 보니까 또 다시 전 세계 물가에 영향을 끼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거죠. 그런데 이게 서아프리카 국가들이 무능해서 코코아 산업이 망가졌다는 얘기로 끝내기엔, 그동안 사실 초콜릿이 사실 상품으로서 계속 멀쩡하게 잘 팔리고 있잖아요. 이건 초콜릿 산업에서 돈을 버는 사람들이 있다는 얘기죠. 바로 글로벌 초콜릿 회사들입니다.

    ◇ 채선아> 우리가 흔히 아는 허쉬라든지 네슬레, 이런 회사들이 돈을 번다는 건가요?

    ◆ 조석영> 지난 2021년에 어떤 일이 있었냐면  '국제 권리 변호사들'이라는 인권 단체에서 네슬레, 허쉬, 카길, 몬델레스 등 글로벌 식품 기업들을 상대로 미국의 연방 법원에 아동 착취 혐의로 집단 소송을 제기합니다.


    ◆ 신혜림> 코코아 농장에서 아동들이 착취당한다는 뉴스가 종종 나오죠.

    ◆ 조석영> 16살 미만의 나이에 코트디부아르의 농장으로 끌려가서 수년간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일했다고 주장한 8명의 피해자를 대리해서 소송이 제기된 건데요. 이들의 일방적 주장에 그치지 않는 것이, 시민단체 푸드 '임파워먼트 프로젝트'라는 곳에 따르면 카카오 농장에 투입된 아동들은 무게가 45kg이 넘는 카카오 열매 자루를 나르고 보호 장비도 지급받지 못한 채 농약을 뿌린 일에 투입된다는 증언이 있고요. 그 지역에서 쓰는 '마체테'라는 큰 칼이 있는데 이걸로 카카오 열매를 자르거든요. 아동에게 이렇게 위험한 일을 시키면 국제 협약 위반 수준이라고 하더라고요.

    시카고 대학 연구팀에서는 2018년에서 2019,년 아동 노동자 156만 명이 코트디부아르와 가나의 카카오 농장에서 일했으며, 그중에 148만 명은 위험한 일을 했다고 집계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일하는 아동들이 어리면 5살 아주 많아도 16살인데 친척들에 의한 인신 매매나 농장주에게 불법적으로 팔려와서 수년간 노예 노동을 한 것으로 파악되고요. 40%는 학교에 다니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합니다.

    ◆ 신혜림>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 문제라는 거잖아요. 그런데 기업들 입장에서는 '그건 그 농장들을 운영하는 사람들 문제다. 우리는 책임 없다' 이렇게 얘기할 것 같은데요?

    ◆ 조석영> 그렇습니다. 이 회사들도 피소된 이후에 아동 노동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명확하게 밝혔어요. 그런데 과연 반대한다는 말과 실제 벌어진 일 사이의 간극이 있는 거죠. 가디언이 이 소송을 제기한 사람들의 입장을 보도했는데 '아동을 쓰는 농장들은 적절한 보호 장비를 갖춘 성인 노동자를 고용한 농장보다 초콜릿 회사와의 계약 경쟁에서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할 수 있다'는 거예요.


    ◇ 채선아> 보호 장비도 안 쓰고 임금을 줄이기 때문인가요?

    ◆ 조석영> 그렇죠. 그러니까 이 초콜릿 기업들이 대놓고 아동들에게 노동을 시키라고 하지는 않았어도, 코코아 가격 자체를 낮게 책정해서 가격 경쟁을 유도하기 때문에 이런 노동에서 불법적인 아동 노동이 유지된다는 거죠.

    ◇ 채선아> 또 기업들은 원료 가격이 오르면 초콜릿 가격도 좀 올린다는 식으로 대응할 수 있잖아요.

    ◆ 조석영> 그래서 앞으로 초콜릿 가격이 올라간다는 얘기가 나오는데요. 당장은 초콜릿 제품에서 코코아의 함량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의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합니다. 네슬레에서는 지난 1월 영국에서 초콜릿 함량이 기존 제품보다 3분의 1 수준으로 적은 신제품을 출시했고, 허쉬도 초콜릿을 전체가 아닌 절반만 코팅한 제품을 내놓았다고 하는데요. 블룸버그 통신은 이 상황을 이렇게 정의했습니다. "값싼 초콜릿의 시대는 끝났다"


    ◇ 채선아> 초콜릿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우울한 소식이네요.

    ◆ 조석영> 제가 이 이슈를 살펴보면서 알게된 포인트 하나만 더 전해드릴게요. 최근 코코아 가격 상승의 직접적인 원인이 병충해였고 농부들이 그 문제를 해결할 돈이 없는 게  구조적인 문제라고 말씀드렸잖아요.

    ◆ 신혜림> 기후 위기가 늘 문제의 시발점이 되는 거잖아요.

    ◆ 조석영> 그러다보니 초콜릿 산업이 기후 위기에 의해서 피해를 보는 것 같잖아요. 그런데 초콜릿 산업 자체가 기후 위기를 촉발한 원인 중에 하나라는 겁니다. 전세계적으로 카카오 수요가 늘어나니까 코코아 농장이 더 필요했을 거 아니예요. 그걸 열대우림을 불태운 자리에 만든 겁니다. 코코아 원료 40% 생산하는 세계 1위 국가, 코트디부아르는 지난 50년간 카카오 나무를 심기 위한 벌목으로 열대우림의 80% 이상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또 초콜릿이 다른 가공 식품에 비해서 제조할 때 물이 굉장히 많이 필요하대요. 50g짜리 가공 초콜릿 하나 만들 때 가정용 욕조 3개를 채울 수 있는 양의 물이 소요된다고 하니까 초콜릿 산업 자체가 팽창하면서 기후 위기의 원인 중에 하나가 된 건데요. 결과적으로는 또 기후 위기 때문에 이 산업의 발목이 잡히는 상황이 된 거죠.


    ◇ 채선아> 이런 얘기를 들으면 '그래 초콜릿을 먹지 말자'고 다짐하지만 이제 그럴 수 없을 정도로 일상 속으로 들어왔거든요.

    ◆ 조석영> 그래서 2021년에 스위스의 응용과학대학 연구진이 인공 코코아를 만들어서 그걸로 초콜릿을 만들었어요. 초콜릿의 환경 파괴를 막기 위한 시도라고 하는데 식감은 기존 제품과 똑같고 향은 오히려 더 강하다고 하는데 과연 상용화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고요. 또 '지속 가능한 초콜릿'이라고 카카오 재배하는 농부들에게 공정한 임금을 보장하고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재배하는 초콜릿이 있습니다. 대부분 공정 무역 초콜릿이 붙어 있으면 이거라고 보시면 되는데요. 좀 더 비싸긴 하지만 윤리적 소비를 하고 싶은 분들에게는 이런 선택지도 있습니다.


    ◇ 채선아> 네. 여기까지 초콜릿 가격 상승에 얽힌 맥락들 살펴봤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조석영, 신혜림>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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