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채상병 특검법'(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안) 재표결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동료 의원과 대화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28일 재의표결을 진행한 채 상병 특검(특별검사)법안이 다시금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가운데, 여야에서 각각 이탈표가 얼마나 나왔는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채 상병 특검법)' 재의표결을 진행했지만, 294명이 출석한 가운데 찬성 179표, 반대 111표, 무효 4표로 부결됐다.
재적의원 296명 가운데 무소속 이수진 의원과 구속 수감된 민주당 윤관석 의원은 불참했다. 재의결 정족수는 출석의원 3분의 2이기 때문에 294명 가운데 196명의 찬성이 필요했다. 그러므로 17표가 모자라 가결되지 못했던 셈이 된다.
범야권으로 분류되는 의원들은 윤관석·이수진 의원을 제외하고 179명이다. 회의에 참석한 국민의힘 의원은 113명이었으며 자유통일당 황보승희 의원, 무소속 하영제 의원을 합치면 범여권은 115명에 달한다. 따라서 이탈표 '매직 넘버' 또한 17표다. 범야권 의원 숫자와 찬성표 숫자는 일치하는데, 범여권 의원 숫자와 반대표 숫자가 일치하지 않는 상황이다.
앞서 국민의힘 내에서는 김웅·안철수·유의동·최재형·김근태 의원까지 모두 5명이 공개적으로 찬성 의사를 밝혔었다. 안철수 의원은 표결 직후 기자들과 만나 "여러 번 의견을 밝힌 대로 투표했다"고 말했고, 최재형 의원은 "제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또 안·최 의원을 제외한 3명 중 복수의 의원이 실제로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2명의 찬성파 의원이 더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따라서 범여권에선 4명 이상이 찬성표를 던졌다는 해석이 가능해지는데, 그렇다면 범야권 내에서 오히려 반대 또는 무효표를 던진 의원이 4명 이상 있다는 추론도 가능해진다. 즉 범야권 내 이탈표와 범여권 내 이탈표가 서로 맞물려 이같은 결과가 나오게 된 셈이다.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무효표 4표 가운데 2표에는 '가'가 적혀 있었는데, 그 옆에 점을 찍거나 동그라미를 그려 무효 처리됐다. 1표는 '찬(찬성)'이 적혀 있었고 1표는 '「부」'로 적혀 있어 무효 처리됐다. 즉, 무효표 4표 가운데 3표는 찬성표를 변형한 무효표이니 범야권 측에서 이탈표가 발생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범야권의 이탈표는 상황에 따라 더 늘어날 수 있다. 무효표를 던진 4명 의원들이 모두 범야권 소속이라고 가정하면 찬성표를 던진 범여권 의원들의 숫자만큼 반대 또는 무효표를 던진 범야권 의원들이 존재하는 셈이다. 여기에 이날 본회의에 불참한 무소속 이수진 의원까지 사실상의 이탈표라고 계산하면 범야권의 이탈표는 5~8명 정도에 이르게 된다.
범야권에서 오히려 이탈표가 나왔을 수 있다는 분석은 그간의 전망과 배치되는 것이다. 정치권에선 국민의힘의 이탈표에 주목했는데, 반대의 상황이 연출됐기 때문이다.
다만 민주당 윤종군 원내대변인은 이날 부결 관련 브리핑 직후 기자들과 만나 관련 질문에 "저희는 일사불란하게 대오를 유지했고, 국민의힘에서 찬성하겠다고 밝혔던 분들이 이탈되지 않았다(찬성표를 던지지 않았다)고 본다"며 이같은 가능성을 부인했다.
어느 쪽이든 지난 16일 추미애 후보를 꺾고 우원식 후보가 당선된 '이변(異變)'이 일어난 국회의장 후보 경선에 이어, 정국의 핵심 이슈 중 하나로 꼽히는 중차대한 사안을 두고 '표 단속'에 실패한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에 흠집이 났다는 평가를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