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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정경유착의 민낯 드러낸 최태원·노소영 재산 분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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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정경유착의 민낯 드러낸 최태원·노소영 재산 분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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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 결과는 일부일처제를 존중하지 않는 태도를 떠나서 국민들을 당혹케 한다. 항소심 재판부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가운데 3백억원이 SK그룹에 유입된 사실을 인정하면서 최 회장은 노 원장에게 위자료 20억원을 포함해 1조 3천 8백억원의 재산을 분할하라고 판결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노 관장의 아버지인 노 전 대통령은 1998년경 사돈인 최종현 전 선경회장에게 3백억원의 자금을 준 것으로 돼있다. 3백억원은 검찰이 1995년 전노비자금을 수사할 당사 드러나지 않은 별도의 비자금이다. 노 관장의 어머니인 김옥숙 여사가 갖고 있던 '선경 3백억원'이라는 메모를 통해 이번에 처음 그 실체가 밝혀졌다. 김 여사는 300억원에 대한 대가로 선경에서 약속어음 6장(각 50억원씩)을 받은 사실도 확인됐다.
     
    3백억원의 비자금은 자금출처를 알 수 없지만, 선경그룹이 태평양증권을 인수할 당시 사용됐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노 전 대통령이 지원한 3백억원이 오늘 날 SK그룹의 성장에 기여를 했다며 최 회장은 노 관장에게 지분의 35%에 이르는 재산을 분할하라고 판결한 것이다.
     
    두 사람 사이의 이혼이야 사적인 일이니 관여할 필요가 없겠지만 그동안 숨겨뒀던 3백억원의 뭉칫돈이 조 단위의 재판분할 대상이 됐다는 것은 보통사람들로서는 이해하기 힘들다. 3백억원의 출처는 모두 부정한 돈이라고 봐야 한다. 판결의 법리를 떠나서 아버지의 부정한 돈이 사돈 기업 성장의 발판이 됐다고 해서 그 딸이 1조 4천억이나 되는 천문학적인 재산을 독식한다는 것을 납득할 국민이 얼마나 있을까. 더욱이 그 부정한 돈도 합법적으로 딸에게 증여됐던 돈이 아니다.
     
    두 사람의 결혼을 일도양단할 수 없다. 그러나 항소심 판결문으로 볼 때 두 사람 결혼은 정경유착에 따른 정략 결혼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두 자녀를 결혼시키면서도 재벌과 대통령 가족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계약 결혼에 대한 안전판으로 비자금과 약속어음을 주고받은 사실을 보면 더욱 그렇다. 메모와 사진은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더라도 일방적 파혼을 막으려는 담보물과 같은 것들이다. 
     
    두 사람의 이혼은 최 회장의 부정한 행위에서 시작됐다. 대한민국 굴지의 재벌회장으로서 최 회장은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책임을 가진 인물이다. 대법원에서 최종 선고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지만 그의 잘못된 부정행위로 인해 SK그룹은 위기를 맞게 됐다. 평소 사회적 책임,투명 경영을 강조해 온 그의 경영철학은 사회적 비난과 조롱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뇌물로 받은 아버지의 검은 돈이 사돈 기업에게 성장의 발판이 됐다고 해서 천문학적인 지분을 이혼당하는 딸에게 온전히 넘긴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용납하기 어렵다. 34년이 흘렀다고 추징당해야 할 돈을 사법부가 공인해준다는 것도 또다른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이번 판결은 정경유착의 부산물에 대해 우리 사회가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가에 대한 과제를 남겼다. 노 관장도 이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지는 방식에 대해 현명하게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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