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구의원 선거일인 지난 24일 홍콩 구룡공원 수영장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참관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개표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제공)
'범죄인인도법(송환법)' 반대시위와 이에 대한 홍콩 당국과 중국 지도부의 대응에 대한 홍콩 민심의 바로미터로 관심을 받았던 홍콩 구의회 선거 결과는 '야당 민주파 압승, 친중파 참패'였다.
송환법 반대시위 이후 일부 과격해진 시위대와 거리를 두며 침묵했던 홍콩 시민들이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원칙을 고수하며 시위대를 폭도로 몰아붙이던 베이징의 중국 지도부와 홍콩 당국이 아닌 시위대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25일 오전 6시 현재 개표결과, 범민주 진영이 268석을 얻어 절반을 훌쩍 넘긴 반면 친중 진영은 30석에 그치고 있다.
공식 집계로는 민주진영은 전체 452석중 오전 6시 현재 201석을 차지했다. 친중파 진영은 28석에 그쳤으며, 중도파가 12석을 차지했다. 나머지 211석은 개표가 진행 중이다.
2015년 치러진 선거로 현재 홍콩의 18개 구의회는 친중파들이 모두 장악하고 있다. 친중파 진영은 전체 구의회 의석의 4분의 3을 넘는 327석을 확보하고 있고 민주당이 37명, 신민주동맹이 13석을 보유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번 선거 결과로 비록 우리의 기초의회에 해당하는 단위지만 홍콩 구의회의 여야 구도는 완전히 역전됐다.
'선거혁명'이라 불릴 만한 이번 선거 결과는 역대 선거와 달리 훨씬 뜨거웠던 투표 참여 열기에서 이미 감지됐다
이번 선거의 최종 투표율은 71.2%로 4년 전 구의원 선거 때의 투표율 47.0%를 크게 앞질렀다. 구의원 선거를 위해 등록한 유권자 413만 여명 가운데 294만 여명이 실제 투표에 참여했다. 4년 전에는 369만명 중 173만명 만이 투표했다.
홍콩 구의원 선거일인 지난 24일 오후 홍콩 구룡공원 수영장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관계자들이 개표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제공)
이전까지 홍콩 선거 사상 가장 많은 유권자가 투표에 참여한 기록이 지난 2016년 입법회 의원 선거에서 기록된 220만 여명이었는데 이번 선거는 이 기록도 갈아치웠다.
투표장 열기도 심상치 않았다. 투표를 하기 위해 20~30대 젊은층부터 70~80대 노인에 이르기까지 투표소를 찾아 수 백 미터의 긴줄도 마다하지 않았다.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제트 초이(36)씨는 신분증을 가져오지 않아 투표소 앞에서 75분을 두 번이나 줄을 서야 했지만 반정부 시위대를 지지할 책임감을 느껴 투표를 했다.
31살의 한 젊은이는 투표를 위해 897달러를 들여 영국 런던에서 날아와 30분을 머물고 다시 떠났다. 이 젊은이 역시 시위대 지지 입장을 밝혔다.
이처럼 범민주 진영이 압승을 거둘 수 있었던 원동력은 현 정부를 심판하고자 하는 젊은 층의 적극적인 선거 참여라고 할 수 있다.
구의회 선거 결과 홍콩의 시위가 다시 활성화 될지에 관심이 쏠리지만 홍콩 경찰의 대응이 예전과 달라 거리로 뛰어 나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시위대에 대한 지지를 확인하는 '야당 압승'이라는 선거 결과를 손에 쥔 캐리 람 행정장관과 중국 지도부는 고민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홍콩 민심을 확인한 이상 예전의 강압적인 방식을 그대로 구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홍콩 구의원 선거 결과는 내년 1월 치러지는 대만 총통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만에서는 홍콩 송환법 반대시위 이후 집권당인 민진당의 후보인 차이잉원 현 총통의 우세가 눈에 띄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