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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될지, 얼마나 될지 몰라…희망고문 된 '채용형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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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규직 될지, 얼마나 될지 몰라…희망고문 된 '채용형 인턴'

    핵심요약

    정규직 전환 가능…하지만 전환율은 몰라
    경쟁률 157대 1…채용연계형 인턴 합격도 어려워
    팬데믹 기간 급증…불황기 속 보수적인 고용 전략 반영
    취업준비 기간 장기화 등 부작용 낳을 수도
    "채용연계형 인턴 전환율 정확한 고지 필요해"

    연합뉴스연합뉴스
    "불경기라 취업 문턱이 높은 건 이해가 되지만, 높은 경쟁률을 뚫고 거기에서 다시 경쟁을 시키는 건 너무 가혹하지 않나요? 취준생 입장에서 채용연계형 인턴은 새로운 트렌드의 '갑질'이라고 생각합니다."
     
    1년 반째 IT 개발 직무로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A(27)씨는 올해 두 번의 채용연계형 전형에서 모두 고배를 마셨다. 채용연계형 인턴은 일정 기간 동안 비정규직으로 근무한 뒤 기업 내 자체 평가를 거쳐 정규직으로 최종 전환되는 입사 시스템이다.
     
    A씨는 올해 초 OTT 서비스를 제공하는 B기업의 채용연계형 인턴으로 채용됐지만, 두 달여 간의 인턴 기간 후 치러진 최종 면접에서 정규직 전환에 실패했다. 이어 대기업 제조업체 C사에서 10주 동안 진행한 채용연계형 교육과정에도 참여해 다시 한 번 정규직 전환을 노렸지만, 이번에도 전환 통지는 없었다.
     
    박모(26)씨는 지난 5월 D기업의 채용연계형 인턴 전형에 지원해 합격했지만, 1주도 지나지 않아 퇴사를 결심했다.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씨는 "정규직 전환율에 대해 회사에 문의했지만, '열심히 참여하면 전환이 가능하다'는 말만 돌아왔다"며 "인터넷을 통해 따로 관련 정보를 찾아볼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정규직으로 전환된다는 보장이 없지만 채용연계형 인턴이 되는 것조차 쉽지 않다. A씨는 157대 1의 경쟁률을 뚫고 B기업의 채용연계형 인턴으로 선발됐다.
     
    두 차례나 고배를 마신 A씨는 "요즘 들어 IT 계열에서의 채용연계형 전형이 부쩍 늘었다"며 "원하는 기업에서 채용연계형 인턴을 뽑는다면  그래도 다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취업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채용연계형 인턴은 놓칠 수 없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채용연계형 인턴에는 기업들이 보수적인 고용 전략을 가져가는 불황기의 특징이 반영돼있다.
    2019~2023년 채용연계형 인턴 공고 증감추이. 사람인 제공2019~2023년 채용연계형 인턴 공고 증감추이. 사람인 제공
    커리어 플랫폼 사람인이 20일 CBS노컷뉴스에 제공한 '2019~2023년 채용연계형 인턴 공고' 5개년 데이터에 따르면, 팬데믹이 본격적으로 장기화된 2021년 채용연계형 인턴 공고 건수는 2만1725건으로 전년 대비 52% 급증했다.

    지난해에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고, 올해는 지난 10월 기준 1만 6천여 건으로 코로나가 완전히 끝났음에도 채용연계형 인턴제가 줄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업에게 팬데믹은 인력은 필요하지만, 정규직을 뽑기에는 부담스러운 특수한 상황이었다"며 "(고용시장 내)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기업이 활용 가능한 방안은 인턴 같은 일경험 제도"라고 설명했다.
     
    채용연계형 인턴에는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의 현장 실무 경험을 가능하게 하고, 기업에게는 인턴들의 실제 직무 적합성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점을 제공해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그러나 채용형 인턴 제도의 활성화가 자칫 노동시장의 진입 문턱을 높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인턴제 활성화의 장점도 물론 있지만, 자격증, 어학연수 등 '스펙' 쌓기로 인해 청년들의 노동시장 진입 연령이 점차 늦어지는 상황에서 일경험까지 스펙으로 자리잡는다면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채용연계형 인턴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못할 경우, 인턴 기간만큼 구직 기간이 늘어나 취업준비 기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 역시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고려대학교 노동대학원 김성희 교수는 "채용연계형 인턴의 확대는 자칫 청년들의 취업이 유예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며 "구직 기간 장기화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에 대한 해결책으로 정부에서 이들을 직접 지원하는 정책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신규 채용을 줄이는 대신 채용연계형 인턴 확대를 통해 우회적으로 채용 규모를 줄일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는 만큼, '고용형태 공시제도'를 활용한 일종의 '사회적 감시망'을 구축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용형태 공시제도는 300인 이상의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가 매년 근로자의 고용형태 현황을 고용안정정보망에 공개적으로 게시하도록 하는 제도다.
     
    김 교수는 "인턴 제도의 악용 가능성을 막기 위해서는 전체 채용 공고에서 채용연계형 인턴이 차지하는 비율과 이들 중 정규직으로 채용되는 전환율에 대한 정확한 고지가 필요하다"며 "해당 항목들 역시 고용공시 공시제도의 공시 항목에 포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이 기사는 23일자로 노컷비즈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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