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민 기자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석 달 연속 2%대를 기록하는 등 물가 둔화세가 뚜렷해지면서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물가가 둔화세를 보이면서 금리인하 조건이 갖춰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환율과 유가, 금융 불안 등 불확실성이 여전해 한은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통계청의 6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6월보다 2.4% 올랐다. 지난해 7월(2.4%) 이후 1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1월 2.8%를 기록한 뒤 2~3월 3.1%로 다시 높아졌다.이후 4월(2.9%), 5월(2.7%)에 이어 지난달까지 3개월 연속 하락세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5월23일 기준금리 동결을 발표하면서 "하반기 물가상승률이 2.3~2.4%로 내려가는 추세가 잘 확인되면 금리 인하를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는데 이 수치에 근접한 것이다.
한은은 지난 2일 김웅 부총재보 주재로 열린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예상대로 하향 추세를 보였다"며 "앞으로도 둔화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와 여당 일각에서는 금리 인하 관련 발언이 잇따라 나와 한은을 압박하고 있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달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금리 인하 환경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도 지난 2일 "당 대표자가 되면 금리를 낮추기 위한 논의를 당이 주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달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물가 상승률은 꺾였지만 고환율에 유가,금융 불안 등 불확실성이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18일 서울 한국은행 별관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원달러 환율은 몇 달째 1300원대 후반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지연되고 있는데다 엔화와 위안화 등 주변국 통화 불안도 이어지고 있다.고환율 추세가 지속되면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특성상 물가는 상승할 수 밖에 없다.한은이 연준보다 먼저 기준금리를 인하할 경우 원달러 환율은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금융 불안도 한은의 고민을 키우고 있다. 최근 부동산 시장 회복세로 가계부채가 늘고 있는데다 사업자 대출 연체액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이런 상황에서 물가 안정만 보고 금리 인하에 나서는 것은 위험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이틀 전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높은 환율 수준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국제유가 움직임,기상 여건,공공요금 조정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있는 만큼 물가가 예상대로 목표에 수렴해 가는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6월 소비자물가지수 발표를 계기로 금리인하 시점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금융 시장 일각에서는 한은 금통위가 이르면 8월 또는 10월에 기준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물가 상승률 둔화와 내수부진 등을 고려할 때 이달 한은 금통위에서 금리인하 소수의견이 나오고, 다음달에는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백윤민 교보증권 수석연구위원도 "부동산 PF 등 금융안정 리스크 완화 등을 위한 정책 대응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금통위가) 다음달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예측했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물가는 3분기 2.3%, 4분기 2.1%로 더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달 금통위에서 일부 비둘기파적 조정이 정책 성명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고, 10월에 첫 번째 금리 인하를 예상한다"고 밝혔다.
한은 금통위는 오는 11일과 다음달 22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개최해 기준금리를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