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고발당한 '보령불법번식장' 현장. 동물자유연대 제공
지난 2월 무허가 번식장에서 오물에 뒤덮인 채 발견된 동물 100여 마리. 넉 달 여가 지난 지금 그 동물들은 어떻게 됐을까. 동물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수사를 받은 업주는 또 어떤 처벌을 받았을까. 그 뒷얘기를 알아봤다.
6일 동물단체 '동물자유연대'(이하 동자연)에 따르면 이 단체는 지난 2월 20일 충남 보령시에 위치한 불법 번식장에서 참혹한 장면을 마주했다.
인적 드문 산 속,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번식장에서 구조된 동물은 총 124마리(개 122마리, 고양이 2마리)로, 좁은 뜬장에 욱여 넣어진 채 움직일 수 없는 상태로 발견됐다.
병원으로 이동한 후 확인한 동물의 상태는 더욱 심각했다. 피부염, 피부궤양, 외이염, 유선종양, 백내장, 슬개골 탈구, 탈장, 심장사상충, 방광 결석 등 성한 개체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대부분 각종 질병을 안고 있었다는 게 단체의 설명이다.
동자연은 구조 진행과 동시에 업주를 동물보호법 및 가축분뇨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은 지난 4월 17일 업주의 동물학대 혐의를 인정해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이후 검찰은 약 두 달 뒤 업주에 대해 벌금 500만원의 구약식 처분을 했다. 업주는 정식 재판을 받지 않고 벌금을 내는 것으로 죗값을 치르게 됐다.
동자연 사회변화팀 정진아 총괄 팀장은 CBS노컷뉴스에 "구조할 당시 100여마리의 동물들이 처참한 상태로 발견됐지만, 업주가 받은 처벌은 벌금 500만원에 그쳤다. 많은 이들을 공분케 했던 사건이었지만 유감스러운 판결이다. 구약식이라고 하면 상대적으로 중요도를 낮게 판단한 처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단체는 '보령 번식장이 허가받지 않은 불법임에도 경매장을 통해 동물을 판매해왔다'고 지적했으나 "(경찰이) 거래 내역을 찾지 못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아쉬움도 털어놓았다.
이어 "동물이 겪은 고통스러운 상황에 비해 (업주에 대한) 처벌 수위가 낮다 보니 추후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번식장의 불법 행위를 예방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 불법번식장은 현재 철거된 상태다. 지옥 같던 번식장에서 극적으로 구조된 동물들은 동자연 동물보호소인 '온센터'에서 보호하고 있다.
5일 기준으로 구조된 총 124마리 중 입양이 끝난 동물은 29마리이며 42마리는 임시보호 중이다. 아직 센터에서 보호 중인 이들은 52마리에 달한다. 1마리는 원인 불명의 쇼크사로 죽었다.
온센터 조은희 홍보팀장은 "보령불법번식장 구조견 중 2마리를 추가로 임시보호 가정에 각각 인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 가족을 기다리는 동물이 많다고 강조하며 관심을 부탁했다.
아직 가족 기다려요…동갑내기 '아장이'와 '가비'
아장이. 동물자유연대 제공
▶ '아장이'의 가족을 기다려요 |
△이름 : 아장이 △성별 : 암컷 △나이 : 4살 추정 △몸무게 : 5kg '아장이'는 보령불법번식장에서 발견 당시 턱뼈가 함몰된 상태로 발견돼 많은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오물로 뒤덮인 곳에서 아장이는 뜬장 안쪽에 몸을 붙인 채 밖으로 나오는 것조차 두려워했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지옥'을 벗어나자마자 사람을 향해 꼬리를 흔들며 다가왔습니다. 번식장이 세상의 전부였던 아장이는 알고 보니 호기심이 왕성한 강아지였습니다.
평소 아장이는 활동가 앞에서 공을 툭 놓고 던져달라고 신호를 보내기도 하고, 산책 시간이 끝나고 운동장에 있던 장난감을 방에 가지고 들어가기도 합니다. 천보다는 미끈거리는 재질의 공 장난감을 더 좋아하는 귀여운 녀석입니다.
현재 건강 상태는 심장사상충 치료 중이며 하악 피부 분리되어 있으나 일상생활엔 지장 없습니다. 하악 피부는 수술 예정입니다. |
가비. 동물자유연대 제공
▶ '가비'의 가족을 기다려요 |
△이름 : 가비 △성별 : 암컷 △나이 : 4살 추정 보령불법번식장 구조견 '가비'의 발목은 떨어져 나갈 듯 덜렁거린 채로 발견됐습니다. 그 상태로 뜬장에서 절뚝이며 어떻게든 나가보려고 몸부림 쳤는데요. 이미 괴사중이었던 가비의 다리는 회복이 불가했고, 구조 직후 다리 절단 수술을 받았습니다.
사람의 돌봄이 아직 어색한 가비는 겁이 많은 강아지입니다. 번식장에서의 삶은 가비에게 두려움을 남겼고 사람의 손길에서 도망치기 바빴습니다.
하지만, 사람 주변을 맴돌며 호기심을 품고 다가오기도 하는 가비는 현재 돌봄 속에서 안전하고 괜찮다는 감각을 익히는 중입니다.
가비는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는 환경에서, 사람과의 긍정적인 경험을 쌓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하는데요. 어쩌면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진심 어린 사랑과 관심을 보여준다면 사람을 신뢰하게 될 것입니다.
|
온센터 측은 "아직 입양 신청과 문의가 없지만, 분명히 아장이와 가비에게 잘 맞는 가족이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한다. 이들이 가족 곁에서 사랑받는 삶을 알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