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노컷뉴스

쓰러진 취객 구한 보리…'안락사' 위기 넘긴 유기견이었다[댕댕냥냥]

사회 일반

    쓰러진 취객 구한 보리…'안락사' 위기 넘긴 유기견이었다[댕댕냥냥]

    '댕댕냥냥' 동물 세상

    인간과 함께 지구를 공유하며 살아 숨쉬는 동물 이야기를 씁니다. 노여움(怒), 슬픔(哀)을 느낄 수 있고 기쁨(喜)과 즐거움(樂)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동물들의 '희노애락' 코너인 '댕댕냥냥'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혹여나 공유하고 싶은 따뜻한 사연이나 어려움에 처한 동물들의 얘기를 알고 계시다면 노컷뉴스로 알려주세요.

    [반려견 순찰대가 간다③]
    최정문(보리) 순찰대원

    보리 순찰대원. 최정문씨 제공 보리 순찰대원. 최정문씨 제공
    ▶ 글 싣는 순서
    ①"킁킁, 실종된 손자를 찾아라!"…우리 동네 '반려견 순찰대'
    ②구조만 3번째…유기견 출신 '믿음이', 네발의 영웅 됐다
    ③쓰러진 취객 구한 보리…'안락사' 위기 넘긴 유기견이었다
    (끝)

    반려동물 인구 1500만 시대. 동물과 인간이 더불어 살아가는 터는 소중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삶의 터전에는 빛과 어둠이 공존하곤 하는데요. 여기 으슥한 골목에 따뜻한 등불을 밝히는 사람과 그 친구들이 있습니다. 우리 동네 곳곳을 지키는 '반려견 순찰대' 이야기입니다.

    이들은 반려견과 견주가 한 팀이 돼 산책을 하면서 우리 동네 범죄·생활위험 요소를 살피고 신고하는 지역 안전지킴이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고 합니다. '반려견 순찰대'와 함께 동행하면서 골목 치안 사각지대를 채워볼까요?

    생후 6개월에 접어든 보리는 아파트에서 버려져 떠돌던 강아지였는데요. 보리가 주인을 빨리 만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습니다.

    최정문씨는 지난 2021년 5월 15일 국내 유기동물 입양 플랫폼 '포인핸드'을 통해 인천시 위탁 보호소에서 안락사 위기의 보리를 입양했습니다. 당시 방영중인 MBC드라마 '왔다! 장보리'를 보고 있던 도중 입양 승인 소식을 접했는데, 마침 털색도 보리색이여서 이름을 보리라고 지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반려동물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동물보호 센터에서 구조한 동물의 평균 보호기간은 26일입니다. 한 달이 채 되지 않는 시간인데요. 매년 1만 7천마리가 넘는 유기견이 관리가 어렵다는 이유로 안락사 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최씨는 "입양 문의가 많다고 전해 들어 데리고 오기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정작 현장에 온 사람은 1명 뿐이었다"고 말하면서 "유기견 입양의 현실은 냉혹했다. 운 좋게 보리는 저희 가족이 될 수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최정문씨 제공최정문씨 제공
    보리는 '어질리티'라는 '독(dog·개)스포츠'를 배우며 최씨의 파트너견으로 성장했습니다. 어질리티란 보호자와 반려견이 함께 장애물을 통과해 목적지까지 달리는 체험으로, 반려동물과 보호자가 교감하며 유대감을 높일 수 있는 독스포츠입니다.

    "유기견 보리가 안락사까지 가지 않고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오기까지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다"는 그는 우연히 '반려견 순찰대'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접했는데요. 독스포츠를 통해 타인·타견 반응을 자연스럽게 익힌 보리는 반려견 순찰대 시험에 당당히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보리는 지난해 4월 25일 순찰대원 자격을 취득한 뒤 5월 2일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총 100번이 넘는 순찰을 돈 보리 대원은 다양한 성과를 얻을 수 있었는데요.

    자전거 옆에 쓰러져 있던 주취자를 발견하기도 했고, 동네에서 로드킬을 당한 생쥐와 고양이를 신고한 일도 있었습니다. 태풍이 도시를 덮친 날에도 꿋꿋이 나가서 불 꺼진 가로등을 확인하거나 루이·상구 대원과 함께 동네 순찰을 돌며 고장난 비상벨을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시민분들에게 '지켜줘서 고마워'라는 인사를 받을 때가 가장 뿌듯하고 힘이 난다는 최씨는 "반려견 순찰대를 통해 동네 치안에 도움을 줄 수 있어서 기쁘다"라고 말했습니다.

    순찰 활동이 항상 순조로웠던 건 아닙니다. 간혹 타견 반응이 있는 반려견들이 순찰견을 안전하게 생각해서 보리 대원에게 바로 접근하기도 했습니다. 또 야심한 시각 쓰레기를 버리러 나오신 시민분이 리드줄을 묶지 않은 반려견을 풀어 보리 대원을 덮친 사건도 발생했습니다.

    최씨는 "오프리쉬(반려견이 목줄을 착용하지 않은 것)가 안되는 공공장소에서는 항상 주의해야 한다"면서 "반려견이 흥분 시에는 대인·교통 사고 등 많은 위험이 따르는 걸 인지해 주셨으면 한다. 견주들은 반려견과 외출 시 2m 이내 리드줄을 항상 착용 시키고 지정된 곳에서만 오프리쉬를 부탁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최정문씨 제공최정문씨 제공
    '2024 서울 반려견 순찰대'는 지난 15일부터 다음 달 11일까지 서울시 내 동물등록 반려인(미성년자 신청 불가·맹견 신청불가)들을 모집합니다. 모든 반려견이 순찰대의 일원이 될 수는 없습니다. 1차 서류 심사를 통과하더라도 2차 실기의 벽을 넘어야 합니다.

    심사 요소에는 △"앉아, 이리 와, 기다려" 등 반려견이 주인의 지시에 잘 반응하는지 △물림 사고 등 안전 예방을 위한 엄격한 기준 아래 주인을 따라 잘 걷는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외부 자극 반응 확인 등이 반영됩니다.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 시각 주요뉴스


    실시간 랭킹 뉴스

    노컷영상

    노컷포토

    오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