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한동훈 당대표 후보(오른쪽)와 오세훈 서울시장이 5일 오전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동행식당에서 만나 조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대표 후보 4인의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 와중에 정작 수혜를 보는 이는 따로 있으니 바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그 중 한 명이라 할 만하다.
당대표 후보들이 오세훈 표 '약자와의 동행' 사업을 국민의힘이 추진하는 주요 정책으로 격상시키겠다고 잇따라 약속하면서, 전국화의 발판이 마련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5일 아침 오 시장이 한동훈 후보와 조찬 장소로 서울역 인근의 쪽방촌 동행식당을 제안하고, 한 후보가 이를 받아들인 것이 극적인 장면을 만들어냈다.
'동행식당'은 쪽방촌 주민들이 줄 서서 배식받는 대신 서울시에서 제공한 쿠폰으로 하루 한 끼를 제공 받을 수 있도록 한 곳이다. 쪽방촌 주민들이 무기력을 떨치고 집 밖으로 나오도록 이끈 오 시장의 대표 '약자와의 동행' 사업 중 하나로 손꼽힌다.
서울시 제공장소가 장소인 만큼, 오 시장과 한 후보는 자리에 앉자마자 동행식당을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한 후보는 "좋은 거 먹으러 왔다. 쿠폰보다 가격이 더 되는데도 (사장님이 가격을) 맞춰 주신다고 (들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자 오 시장은 "(과거에는) 식사를 줄 세워 배식하듯이 했는데 자존감이나 이런 것에 좋지 않다"며 "동행식당을 서울시와 협약을 해서 카드로 드실 수 있게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후보가 "여기에 모이시면 커뮤니티처럼…"이라고 맞장구를 치자, 오 시장이 기다렸다는 듯 "그게 또 망외의 소득(생각지 못한 소득)"이라며 이어받기도 했다.
대화는 온기창고, 서울런, 손목닥터 9988, 안심소득 등 대부분 오세훈 표 약자와의 동행 정책을 주제로 계속 주거니받거니 이어졌는데, 한 참석자는 한 후보가 미리 공부를 하고 나온 것 같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 후보는 "우리 당 정강정책과 당헌당규를 보면 약자와의 동행이 정확하게 명시돼 있더라"면서 "서울에서 성공하고 검증된 아이디어를 많이 주시면, 서울런 같은 것은 전국으로 한번 더 펼쳐나가 보겠다"고 오 시장에게 제안했다.
이어진 비공개 대담에서도 약자동행 관련 이야기가 많이 오갔는데, 대화가 무르익자 오 시장은 이른바 '읽씹 논란'에 대해 "오해가 없도록 대통령 내외와 직접 만나서 소통하는게 좋겠다"고 한 후보에게 조언을 하는 등 훈훈한 분위기가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들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미래를 위한 약속, 공정 경선 서약식'에서 서약서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나경원, 원희룡, 윤상현, 한동훈 후보. 윤창원 기자한 후보가 가장 적극적으로 호응했지만, 앞서 당대표 후보 4인 가운데 가장 먼저 오 시장을 찾은 윤상현 후보도 당대표가 되면 '약자와의 동행'을 국민의힘에 접목시키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윤 후보는 지난달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세훈 시장의 핵심철학인 약자와의 동행 정책을 당에도 접목시켜 약자를 대변하고 지키는 정당을 위한 '약지위원회', 민생에 홀릭하는 '민홀 위원회'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나경원 후보는 약자와의 동행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지난달 25일에 오 시장이 '2024 포럼 새미준(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 정기세미나'에서 '약자 동행은 좌파가 아닌 보수의 가치'라고 역설했는데 이 자리에 나 후보도 참석했다.
이날 오 시장은 "약자와의 동행을 가장 중요한 핵심 가치에 놓을 분을 공개 지지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나 후보가 오 시장을 만나 면담한 다음날이었다.
지난달 27일 서울약자동행 포럼에서 환영사 하는 오세훈 서울시장. 서울시 제공 조만간 원희룡 후보도 오 시장을 찾아 면담할 예정으로 알려졌는데 원 후보 또한 '약자와의 동행' 철학을 국민의힘에 접목하겠다고 입장을 밝히면, 오 시장은 굳이 특정 후보를 지지할 필요가 없게 된다.
누가 당대표가 되더라도 오세훈 표 '약자와의 동행' 정책들이 서울을 넘어 전국화의 발판을 마련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오 시장 측은 '고무적'이라는 반응이다. 한 측근은 이날 회동에 대해 "정쟁으로 치닫던 당대표 선거를 '약자와의 동행'이라는 정책과 비전을 논의하는 장으로 전환하는 계기를 만든 것 같다"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