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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아닌 '서류' 돌보는 어린이집 교사들



교육

    아이들 아닌 '서류' 돌보는 어린이집 교사들

    '평가인증' 때문에 잡무 시달리는 교사들…"보육은 뒷전"

    (사진=이미지비트 제공)

     

    "서류 때문에 정작 중요한 아이들 보육이 소홀해진다면, 뭔가 뒤바뀐 것 아닌가요?"

    학부모 장 모(32) 씨는 아이를 어린이집에서 데려올 때마다 마음이 편치 않다.

    하교 시간 교실에서 서류에 파묻힌 채 기록에만 열중하는 담당 교사의 모습이 자주 눈에 띄기 때문.

    '하루 종일 저렇게 있는 건 아닐까.' 장 씨와 같은 걱정은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들 사이에서 요즘 고민거리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보육교사가 서류 때문에 수업에 빠지거나 합반하는 일이 잦다고 하더라"와 같은 대화가 심심찮게 발견된다.

    대전 모 어린이집 교사 김 모(34·여) 씨 역시 산더미 같은 서류만 떠올리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아이들을 잘 가르치고 돌보는 게 제 일인데 서류를 위해 일하는 것 같아요."

    보육일지, 행동관찰일지, 부모통화일지, 상담일지, 투약일지, 안전교육일지, 시설운영일지, 보육과정평가서, 보육실 시설 안전점검표, 소독점검표, 침구세탁표, 교사회의록, 지역사회연계활동서, 연수계획안 등 순간 떠오르는 것만 30가지 이상.

    다름 아닌 어린이집 '평가인증'에 필요한 서류들로, 매일 처리해야 된다는 것이 김 씨의 말이다.

    김 씨는 "아이들이 돌아간 오후 6시 이후부터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해요. 그러면 오후 10~11시, 늦으면 새벽 1~2시..."라며 말끝을 흐렸다.

    어린이집 교사 이 모(27·여) 씨는 "심지어 아이들과 즐겁게 지내야 할 수업시간에조차 '일지에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적으면 좋을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서류에 대한 압박을 털어놨다.

    대전 모 어린이집에서는 평가인증을 앞두고 교사가 잇따라 그만뒀다.

    "서류에 치여 더 이상 못 견디겠다"는 것이 이유였는데, 원장은 "(평가인증의) 취지는 좋을지 몰라도 과도한 업무에 스트레스가 늘어나고, 아이들에게도 마이너스가 되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대전의 또 다른 어린이집은 결국 평가인증을 포기했다.

    보육서비스의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평가인증제가 오히려 보육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2005년 처음 도입된 평가인증제는 신청 어린이집의 자체 점검, 전문가 현장 관찰 및 심사 등의 과정을 거친다.{RELNEWS:right}

    문제는 자체 점검용으로 제출하는 서류들. 평가항목이 지나치게 많고 복잡한데다 형식적이라는 것이 일선 교사들의 주장이다.

    가뜩이나 열악한 보육 환경이 현실과 맞지 않은 공무까지 겹쳐 더욱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어린이집들이 그럼에도 평가인증에 매달리는 이유는 '정부 지원'과 '평판' 때문.

    한 어린이집 원장은 "정부에서 평가인증 받으라고 하는데 안 하면 그만큼 보조금에 차이가 있기도 하고, 엄마들 입장에서는 평가인증 안 받은 집은 수준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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