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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 대란만 잡으면 된다? 택시 대책 이대로 괜찮나



경제정책

    심야 대란만 잡으면 된다? 택시 대책 이대로 괜찮나

    핵심요약

    정부 "임금 열악해 택시기사 떠났다"고 분석하면서도
    기사 수입안정 대책으로 호출료 인상책만 제시
    개인택시 부제 해제했지만 "개인택시 기사들 심야운행 선호하지 않아"
    "요금 대폭 인상 등 안정적 고정급여 필요" 주장 제기되지만
    간접비용 증가 등 사유로 회사·기사 모두 전액관리(월급)제 非선호
    "일한만큼 벌게 하자"며 대규모 시장개방 목소리엔 노조·정부 모두 난색
    정부 측 "택시 대수 이미 충분…대책 효과 모니터 하며 추가 방안 마련하겠다"

    류영주 기자류영주 기자
    정부가 심야 택시대란을 잡겠다며 호출료 인상과 부제 해제 등의 대책을 내놨지만, 택시업계의 근본적인 숙제를 해결하기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밤에 택시잡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을 극복하기 위한 원포인트성 대책도 필요하지만, 일부 택시난 해소가 아닌 택시업계의 전반적 활성화를 위한 근본적인 정책을 펼쳐야만 부수적인 문제까지 모두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사들에게 외면받는 택시운전…호출료 늘리겠다지만


    국토교통부가 지난 4일 '심야 택시난 완화 대책'을 내놓으면서 분석한 대란의 원인은 3가지였다.
     
    택시 수요가 자정의 경우 오후 9시의 2배에 달할 정도로 오후 10시부터 급격히 증가하는 점, 자정 무렵에 서울 택시 공차의 47%가 경기도권에 위치할 정도로 택시기사가 단거리 호출을 꺼린다는 점, 택시요금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의 38% 수준에 그칠 정도로 임금 수준이 열악해 기사들이 대거 이탈했다는 점이 이에 해당한다.
     
    택시 수요 급증이 수요 측 원인이라면 나머지 2가지 원인은 택시기사와 관련한 내용인데, 이 둘 모두 결국 기사의 수익과 직결된 내용이다.
     
    황진환 기자황진환 기자
    출·퇴근 시간과 심야시간 같은 피크타임은 수요가 많고 공급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편하게 더 많은 요금을 받을 수 있는 장거리 호출이 선호된다.
     
    코로나19 사태로 교통수요가 줄어든 반면 재택근무 증가와 사적모임 감소로 택배와 배달 수요가 늘어나고 관련 수입 또한 커지다보니 택시업계를 떠난 기사들의 수가 늘어나게 됐다.
     
    하지만 정부의 이번 대책 중 택시기사의 소득을 직접적으로 높여주는 내용은 심야시간 호출료 확대뿐이다.
     
    유형별 전환요건 폐지와 택시기사 취업절차 간소화 등 규제 완화는 물론 택시 운영행태 개선, 새로운 형태의 모빌리티 확대 등은 모두 서비스 공급업체들을 위한 내용이다.
     
    심야 호출형 버스(DRT) 도입과 올빼미버스 확대, 시내·광역버스와 수도권 전철 심야 운행은 시민편의성은 높일 수 있지만 택시업계 입장에서는 오히려 자신들을 위축시키는 정책으로 볼 수도 있다.
     
    이러다보니 심야 교통불편 해소에는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택시기사들이나 택시업계를 떠난 전직 기사들에게는 택시운전을 지속하거나 다시 돌아와야 할 필요성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호출료 확대 또한 그 규모가 기대 이하라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택시노조 측은 이번 대책이 도입될 경우 기사 1인당 추가로 얻게 될 기대수입이 월 13만원선에 그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류영주 기자
    전국민주택시노조 김성한 사무처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기본요금을 기준으로 추산한 것이기 때문에 운행거리에 따라 수입이 더 늘어날 수는 있다"면서도 "이 정도 가지고는 인력난을 해소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택시 부제 해제 또한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 제기되고 있다.
     
    서울 개인택시 기사 평균 연령이 64세에 이르고 있어 고령인 데다, 법인택시 기사들보다 상대적으로 경제 상황이 낫다보니 무리하게 심야 운행에 나설 필요성을 느끼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서울 개인택시 기사인 70대 배모씨는 "50대만 해도 아주 열심히 일할 수 있는 나이다. 예전에는 야간 운행을 했지만 지금은 안 한 지가 오래 됐다"며 "아이들도 다 커서 분가했고, 밤에 나가면 더 피곤하고 취객도 상대해야 하다보니 호출료가 오른다고 해도 개인택시 기사들은 심야 운행을 선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입 높이려면 급여 올리거나 시장성 키워야 하는데…갈피잡기 어려운 상황 지속만


    이런 상황이다 보니 일각에서는 택시가 다수의 대중과 함께 이용하는 버스, 전철과 달리 개인적이고 고급인 교통수단인 점을 고려해 요금을 크게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높인 요금으로 기사들의 고정 급여를 높이고 서비스의 질 또한 제고한다면 기사와 승객 모두가 만족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인택시 기사들의 고용과 임금 안정 등 처우 개선을 위해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을 통해 2020년 1월부터 시행된 택시기사 월급제도인 전액관리제는 도입 2년여 만에 찬밥 신세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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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가 지난 5일 공개한 서울지역 법인택시업체 254개사·종사자 2만39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액관리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운수사업자는 90.8%가, 운수종사자는 64.7%가 전액관리제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택시회사들은 기준 운송수입금을 채우지 못하거나, 불성실하게 근무를 하는 기사들의 증가 때문에, 택시기사들은 초과금을 온전히 자기 몫으로 가져가지 못하고, 기준금이 높은 데다, 4대 보험 등 간접비가 늘어나 기대한 만큼의 수익이 나지 않는 점을 각각 반대 원인으로 꼽았다.
     
    기사들은 43.3%가 사납금제를 선호한다고 응답했고, 택시회사는 64.0%가 면허만 빌려주고 기사가 알아서 영업을 하는 리스제가 좋다고 응답했다.
     
    이러다보니 애매하게 제도를 조금씩 손보기 보다는 미국의 우버나 중국의 디디와 같은 중계 앱을 활성화하고, 기사와 차량을 함께 빌리는 옛 타다와 같은 방식을 포함해 수요형 버스와 승용차를 결합한 합승 등 방식을 다양하게 하되 기사가 일한 만큼의 수익을 보장하는 운영 형태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경기도 법인택시 기사인 60대 김모씨는 "택시는 결국 손님들이 내는 요금이 수입원이 되기 때문에 기사든 택시회사든 돈을 많이 벌려면 기사들이 절대적으로 운행을 많이 하는 수밖에 없다"며 "굳이 특정 회사에 소속돼 있지 않더라도, 장·단거리 콜을 가려 받지 않더라도 열심히 손님을 받고 일하다보면 수입이 늘어나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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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이러한 급격한 시장 개방에 대해서는 택시업계와 정부 모두 상당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택시기사들은 과거 타다의 등장으로 택시 수요가 나뉘자 분신을 시도할 정도로 극렬히 반대한 적이 있었고, 정부 또한 여러 타입으로 플랫폼 운송사업 유형을 나누는 등 제도화를 이미 했는데 이를 또 다시 지난한 논의를 거쳐 새롭게 개편하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김 사무처장은 "수입의 안정화나 불법 사납금제를 처벌하겠다든가 하는 내용은 없이 오히려 파트타임 알바 택시나 리스제, 임시자격증 부여 등을 담았는데 이는 처우 개선을 오히려 후퇴시키는 일"이라며 다양한 유형의 영업형태 도입으로 택시업계의 "전체 파이를 키우면 떠나갔거나 남아있는 법인택시 노동자들에게 수입증가나 임금인상 등의 장치가 된다는 점을 정부가 보장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법인택시 기사의 감소로 택시 운행량이 크게 줄어든 것은 맞지만 택시 대수 자체는 수량이 충분한 상황이어서 택시나 택시 역할을 하는 차량의 대수를 전체적으로 늘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며 "이번 대책을 통해 심야 택시를 비롯해 택시 공급 상황을 점검하는 만큼 향후 추이를 살피며 좋은 방안을 추가적으로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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