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영주 기자심야 택시대란이 이어지면서 정부가 '심야 택시난 완화대책'을 발표한 가운데, 택시업계는 대체적으로 환영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다만 택시 요금 인상 등으로 이용객이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코로나19 시기 택시업계를 떠나 배달 라이더 등 업종으로 전향한 택시기사들의 발걸음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4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국토교통부는 이날 '심야 택시난 완화대책'을 제시했다. 주요 내용으로는 개인택시 부제운용 전면해제, 파트타임제 기사 허용, 심야 택시호출료 확대, 기사 취업절차 간소화 등이 있다.
이에 따라 이르면 이달 중순부터 수도권에서 오후 10시부터 오전 3시까지 택시를 잡을 때 호출료가 최대 5천원으로 인상될 예정이다. 호출료는 수요가 많은 시간대와 지역에서 높아지는 식으로 탄력적으로 조정된다.
택시기사들은 이번 대책에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전국택시산업노동조합 서울 스마일택시분회 이종만 위원장은 "이 정도만 되면 심야 택시 부족 문제는 해소가 될 것 같다"며 "일반 개인택시 젊은 기사들은 그만큼 수입이 나아지니까 심야에 더 열심히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법인택시도 기존에 주간에 운행하던 기사들이 야간을 많이 선호할 것"이라며 "현재 야간 운행률이 60%라고 봤을 때, 75%정도 까지는 오르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다만 법인택시의 경우 '사납금 인상'에 대한 우려를 보이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문제는 기사 수입은 증가하는데 택시 회사에서 보고만 있을까하는 점"이라며 "결국 사납금이 오르면 기사에게 실제로 돌아가는 수익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인택시를 운전하는 신모(70)씨는 "심야 대책을 한다고 해도 기사들 수입이 생활하는 만큼 도달하지 않으면 (이탈했던 기사들이) 돌아올 리가 없다"며 "다른 일은 10일만 해도 150만 원은 버는데, 택시 해서는 그것도 못 버는 사람들 많다"고 말했다.
택시 부제 전면해제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반응이 나왔다. 개인택시를 9년째 운전하는 최영식(67)씨는 "근본적으로 택시 부제 해제는 먼저 해야 한다"며 "일단 차 대수가 많아야 (택시 대란 문제가) 해결될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아쉬운 사람, 더 하고 싶은 사람은 평상시에라도 늦게까지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류영주 기자현행 3부제는 택시를 이틀 간 운행한 뒤 하루를 쉬는 것을 골자로 한다.
서울개인택시조합 한영훈 남서지부장은 "부제를 해제하면 낮에 볼일을 보고서도 밤에 나갈 수 있으니까 (야간 택시 증가에) 도움이 많이 될 것"이라며 "서울시 차량 1만5천대 정도에서 5천대만 더 나와도 어마어마한 것이다"고 말했다.
다만 부제 전면해제에 대한 걱정도 있었다. 법인택시 운전을 22년 동안 하고 현재 개인택시를 10년째 운전하는 김종석(66)씨는 "부제를 풀면 과로로 인한 사망자가 늘어날 것"이라며 "실제 과거에 (과로로) 엄청 많이 죽었다"고 말했다.
이번 대책에서는 승객이 호출료를 내고 택시를 부를 경우 택시기사는 목적지를 알 수 없도록 해 호출 거부를 방지하도록 하고, 목적지가 표기되는 경우 강제 배차하도록 하는 방안도 나왔다.
이에 대해 김씨는 "목적지에 도착하면 (손님이) 콜을 취소하고 가버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도로 상황상 반대편에서 유턴으로 돌아와야 할 때도 손님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강제 배차가 이뤄지면 콜 승낙이 더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익이 높은 심야 시간대에만 일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인택시 파트타임 근로'에 대해서도 택시기사들은 당장 대란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개인택시를 운전하는 A씨는 "택시회사 주차장에 놀고 있는 차량들을 활용하겠다는 방안인데 택시 대란을 막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택시 대란 해소를 위한 대책이 나왔다는 점에서 환영하지만, 택시비 등 비용 인상에 대해서는 부담스럽다는 반응이었다. 서울시는 택시 기본료를 3800원에서 4800원으로 올리고, 현재 20%인 심야 할증률도 40%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택시 심야할증 요금 인상은 올해 12월, 기본요금 인상은 내년 2월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류영주 기자서울시와 정부 방안이 확정되면 내년 2월 이후 심야 시간대 택시 기본요금은 4800원에 심야할증률 40%를 적용해 6720원으로 오른다. 최대 5천원인 호출료를 합지면 기본요금이 1만 원을 넘게 된다.
서울 도봉구에 거주하는 회사원 이유한(40)씨는 "심야에 1천 원 정도 인상하는 것은 괜찮을 것 같다. 야근을 한 경우에도 회사에서 비용이 나온다면 문제는 안 될 듯"이라면서도 "(기본요금 인상은) 기본적으로 낮에도 비용이 오르면 부담스러울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취업을 준비중인 최우영(28)씨는 "요금을 올리면 택시난이 해소될 수 있을 것 같다"며 "걱정되는 것은 기본적으로 요금만 다 오르고 거기서 추가 요금만 오르는 것 아닌가 하는 점이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물가 상승도 너무 높아서 살기도 빠듯한데 택시 요금도 너무 높아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정부의 기대처럼 이번 대책으로 코로나19 시기 배달·택배 업종으로 이탈한 택시기사들을 다시 되돌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약 15년 동안 택시기사로 근무하다가 현재 배달 라이더로 일하는 정모(57)씨는 "시간을 따져봤을때 몸만 힘들어지고 수입이 안되니까 업종을 바꿨다"며 "(전향한 뒤) 몸이 일단 편하고, 한 달에 20일 일해도 400만 원 이상 번다. 택시 같은 경우에는 그렇게 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번 대책에 대해 정씨는 "기본요금 올리면 택시 타는 사람도 줄어든다고 봐야 한다. 요즘 개인택시 하는 사람들 수입이 안된다고 한다"며 "노동하는 시간에 비해 수입이 안맞으니 택시기사는 갈수록 줄어들 것이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시기 택시업계를 떠나 배달 라이더가 된 40대 중반의 채모씨는 "돈이 적은 것도 문제지만 택시 자체가 심야에는 특히 술 취한 사람을 상대하는 등 어려움이 많다"며 "사람을 안만나는 배달 라이더가 더 편하고 수입도 많아서 돌아갈 일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