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보름남은 '도쿄올림픽'과 대통령의 訪日
2020 도쿄올림픽 개최가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23일 개막을 앞두고 대한민국 선수단은 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 홀에서 결단식을 가졌다. 우리 선수단은 29개 종목에 선수와 임원을 포함해 모두 354명을 파견한다.
올림픽 개최가 코앞으로 다가왔으나 일본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여전히 심상찮은 상황으로 개막식이 열리는 수도 도쿄에서만 하루 확진자가 1천 명에 육박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이성과 논리를 상실한 올림픽 강행'이라며 스가 요시히데 정부를 비판하는 여론의 질타가 계속 이어지고는 있으나, 이제 올림픽 개최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동안 각종 여론조사 결과 올림픽 참가 반대 의견이 만만찮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5년 만에 어렵게 개최되는 올림픽을 목표로 피땀 흘려 훈련한 선수들을 생각하면 한편으로 이렇게라도 열려 다행이다 싶다.
이번 도쿄올림픽은 태극마크를 달고 경기에 나서는 선수들에게도 중요하지만, 스포츠 행사를 넘어 냉각된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기회의 장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특히, 개막일이 다가올수록 문재인 대통령의 일본 방문 가능성 등을 놓고 양국의 정·재계와 언론 등에서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금까지 상황을 보면 한국은 일본을 향해 손짓하는데, 일본은 애써 못 본 척 피하는 모습이다.
일본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이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일본을 방문하는 것을 조율하고 있다는 자국 언론매체들의 잇따른 보도를 부인하거나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 6일 일본의 대표적 보수지인 산케이 신문은 문 대통령이 방일 의사를 일본 측에 전달했으며 스가 총리도 정상회담을 할 의향이 있다고 보도했으나, 일본 정부의 대변인 격인 가토 가쓰노부 일본 관방장관은 곧바로 보도내용을 부인했다.
마이니치 신문도 8일 한국이 한일 정상회담 성사를 전제로 문 대통령의 도쿄올림픽 개막식 참석을 타진했고, 이에 일본 정부는 개최국의 손님 접대 차원에서 한국 측이 요구하는 정상회담에 응할 수는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다만, 한국이 먼저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짧은 시간 의례적인 회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고 마이니치는 전했다.
일본 언론들의 보도에 청와대 관계자는 "현재 정해진 것은 없다"면서도 "한일 정상회담과 그 성과가 예견된다면 방일 문제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언론에 밝혔다.
결국, 일본은 강제징용 및 위안부 문제에 대해 한국 정부가 해결책을 내어 놓는 등 입장 변화를 보이지 않는 한 실질적인 정상회담은 어렵다는 기존의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 역시 대통령이 도쿄올림픽 자리만 빛내주고 '빈 손'으로 현해탄을 건널 수는 없으며 일본이 정상회담 개최와 관계 개선에 대해 확신을 줘야만 문 대통령이 일본을 찾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겉으로 드러난 지금까지의 모습으로 보면 도쿄올림픽이 한일 관계 개선의 분수령이 될 가능성은 그다지 크지 않은 분위기다.
하지만, 아직 보름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고 양국 정부 모두 이번 올림픽을 관계 개선의 실마리로 삼고 싶은 속내는 충분해 보인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1절 기념식에서 예년과는 달리 일본을 향해 유화적 제스처를 건넸다.
문 대통령은 "과거에 발목 잡혀 있을 수는 없습니다. 과거의 문제는 과거의 문제대로 해결해 나가면서 미래지향적인 발전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합니다"며 "한국은 도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난달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도 무산되기는 했으나 우리 측의 제의로 약식 정상회담이 잠정 합의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이 일본을 향해 유화적 제스처를 건네는 건 사실상 임기 마지막 해인 올해, 두 나라 사이에 얽히고설킨 매듭을 풀겠다는 의지가 반영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미국의 바이든 정부 출범을 계기로 대통령 임기 마감 전에 남북미 대화를 통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진전이라는 가시적인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일본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일본 스가 총리 역시 가뜩이나 올림픽 개최에 대한 여론의 지지를 얻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동안 냉랭한 분위기를 유지해 온 문재인 대통령이 전격 방문한다면 분위기를 띄우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코로나 여파 속에서 도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정상은 현재까지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로 대통령 1명이 유일한 형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올림픽을 계기로 문 대통령과 만나 한일 간 관계개선의 실마리를 찾는다면 스가 총리로서는 나름의 수확을 얻는 셈이다.
이처럼, 시간이 촉박하긴 하지만 양국 모두 문을 완전히 닫지 않은 만큼 끝까지 물밑 논의를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이다.
지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에도 아베 신조 총리의 방한이 막판에 결정된 것처럼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방일 역시 끝까지 봐야 결말을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을 대표해 한일전에 나서는 모든 선수들에게 전설처럼 내려오는 말이 있다고 한다.
"일본한테는 가위 바위 보도 져선 안 된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에게 이 말은 스포츠에만 국한된 것은 아닌 듯 하다.
2021.07.08 16: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