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영 "여러분 곁에서 제 노래는 떠나지 않을 거예요"[노컷 리뷰]
솔로 첫 투어를 시작한 지 5개월여 만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그룹 엔시티(NCT) 도영은, 앙코르 콘서트에서 본인을 "열심히 노래하고 있는" 도영이라고 소개했다. 사실상 이번 공연에 관한 예고장이었다. 공연의 문을 연 첫 곡 '반딧불'(Little Light)부터 팬들의 뜨거운 '앙앙코르'(앵앵콜) 요청으로 부른 진짜 마지막 곡 '시리도록 눈부신'까지, 도영은 한 곡 한 곡을 정성스럽게 불렀다.
3일 오후 4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에서 도영의 앙코르 콘서트 '디어리스트 유스'(Dearest Youth,) 마지막 날 공연이 열렸다. 8년 만에 나온 솔로 데뷔곡 '반딧불'을 첫 곡으로 택한 도영은 무반주 상태에서 일부 구절을 불러 초반부터 '가창'으로 관객들의 주의를 끌었다. 웅장한 기타 연주와 풍성한 콰이어가 조화로운 팝 록 '로스트 인 캘리포니아'(Lost In California), NCT 멤버인 해찬과 함께한 '매니악'(Maniac)의 솔로 버전을 차례로 불렀다.
앙코르에 맞춰 달라진 공연명은 기존 '디어 유스'에서 한 단계 발전한 '디어리스트 유스'다. 도영은 "제가 할 수 있는 노래로 (여러분을) 응원해 보겠다는 의미가 담겼다"라고 설명했다. 오늘 부르는 노래가 '각자 열심히 청춘을 사는 관객'에게 '오늘의 OST'처럼 다가간다면 이번 공연은 성공일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아직 솔로로는 한 장의 앨범만 낸 '신인'이고, 새 콘서트가 아닌 앙코르 콘서트이기에 '디어리스트 유스'의 세트 리스트 뼈대는 '디어 유스'를 기초로 했다. 도영이 솔로로서 세상에 내놓은 '첫 앨범'을 귀 기울여 감상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같았지만, 신곡이 추가되고 기존 코너를 확장·발전해 변화를 꾀했다.
우선 신곡 무대만 4곡이 추가됐다. 가수 정준일의 원곡을 리메이크한 프로젝트 발표곡 '첫사랑'은 호흡이 많이 섞여 촉촉하면서도 아련한 느낌을 주는 도영의 목소리와 잘 어울렸다. 플레이리스트를 만드는 유튜버로 유명한 '에센셜'(essential;) 프로젝트 발표곡 '17'은 청량하면서도 희망찬 분위기의 노래였다.
곧 음원으로 발표할 예정인 '눈의 꽃'은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OST로, 국내에서는 박효신이 불러 큰 사랑을 받은 바 있다. 피아노 연주와 도영의 목소리만 있는, 최대한 '덜어낸' 무대여서인지 더 노래에 몰입할 수 있었다. 특히 피아노 연주는 곡이 지닌 슬픈 정서를 아름답게 표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도영은 "사실 '눈의 꽃' 이 버전은 이 공연에서만 볼 수 있다. 음원은 확장 버전으로 악기가 합쳐져 있다"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신곡 중 가장 마지막에 등장한 곡은 '시리도록 눈부신'이다. 올해 스물아홉이 된 도영이 20대를 달려온 본인과 같은 시간대를 사는 모든 이들을 응원하는 곡이다. 수많은 히트곡을 쓴 작곡가 켄지가 작사했고, 도영과 '새봄의 노래'(Beginning)로 합을 맞춘 적이 있는 서동환이 공동 작곡했다.
도입부터 고음을 내질러야 하는 '시리도록 눈부신'은 저음부터 고음까지 넓은 음역을 오가면서도, 진성을 쓰는 부분이 대부분이고 이른바 '고음 파티' 구간은 숨 쉴 틈도 없어 보여서 상당히 어려운 곡으로 느껴졌다. 그러나 도영은 튼튼한 성량과 깨끗한 발음, 특유의 섬세한 표현력으로 관객에게 신곡을 '잘 전달'했다.
지난 콘서트에서 팬들에게 가장 큰 화제가 됐던 랩 퍼포먼스 영상 '디와이 트랙'(DY TRACK)과 NCT 노래 메들리는 이번에도 세트 리스트에 포함됐다. 여기에 도영은 본인이 속한 팀 엔시티 127(NCT 127) 곡 랩을 라이브로 선보여 열광적인 환호를 받았다. '퍼레이드'(Parade)(행진)과 '팩트 체크'(Fact Check)(불가사의; 不可思議) 같은 비교적 최신곡부터 '체인'(Chain)과 '매드 시티'(Mad City) 등 초기 곡까지 4곡을 소화했다.
전 곡을 '밴드 라이브'로 진행했고, 안무가 전혀 없는 콘서트였기에 랩 메들리는 세트 리스트 가운데 가장 이질적이었다. 하지만 도영이 속한 그룹 'NCT'를 좋아하는 관객에게는 오히려 익숙한 구석도 있었다. 관객석의 시즈니(공식 팬덤명 '엔시티즌'의 별칭)는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자연스럽게 랩 파트를 떼창해 열기를 돋웠다.
팀 내 메인보컬로 계속 '노래'만 해 온 도영은 랩을 라이브로 들려주는 것에 조금은 부담이 있었는지 관객들에게 "여러분 준비됐어요? 저는 아직 안 됐어요!"라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또, 관객들은 도영이 완전히 마무리하지 않았음에도 '팩트 체크'의 하이라이트 부분을 무반주로 떼창해 눈길을 끌었다.
관객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곡도 있었다. '로스트 인 캘리포니아' '17' '댈러스 러브 필드'(Dallas Love Field)에서는 특정 파트를 따라 부르도록 했고, 김세정과의 듀엣곡 '별빛이 피면'(Star Blossom), 태연·마크와 함께한 '타임머신'(Time Machine)에선 김세정과 태연 파트가 관객 몫이었다.
도영은 "절대 멋있으려고 랩을 한 게 아니다. '잘하지도 못하는데 왜 랩을 하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나. 그런데 자기소개를 하자면, 저는 NCT 127이라는 그룹에서 노래를 많이 불렀고 랩은 한 번도 안 해봤는데 VCR과 연결해서 찐으로 보여드리면 도파민이 좀 터지지 않을까 하고 준비한 무대다. 너무 진지하게 '요놈 잘하나 보자!' 하기보다는 '생각보다 좀 치네(잘하네)?' 하고 그냥 그렇게 유쾌하게 봐주시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커버곡 중 하나였던 '깊은 밤을 날아서'(원곡 이문세)는 도영이 안무까지는 아니지만 유일하게 살랑거리는 몸짓을 선보여 뜨거운 반응이 나왔다. 분위기를 환기하는 역할을 톡톡히 했을 뿐 아니라, 노래 파트를 자꾸만 권하는 도영과 이를 사양하는 피아노 연주자와의 '밀당'이 펼쳐져 보는 재미가 있었다.
'디어리스트 유스,'는 '보컬리스트' 도영이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를 충분히 넘치게 드러내는 공연이었다. 솔로 첫 투어 '디어 유스'의 시작이었던 서울 공연 때도 부족함 없는 무대를 보여줬다고 생각했는데, 5개월 여만에 돌아온 앙코르 콘서트에서, 도영은 가창력과 표현력으로 '성장'을 증명했다. 이전보다 성량도 커졌고, 음정의 정확도가 높아진 것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세트 리스트에 있던 몇몇 곡은 공연장에서 밴드 연주와 함께하는 '라이브'가 훨씬 듣기 좋았다. '첫사랑'은 절절한 감정이 더 생생하게 다가왔고, '인형' '끝에서 다시'(Rewind) '온기'(Warmth)는 감정 표현도 그렇지만 기술적인 부분을 흠잡을 데 없이 '구현'했다. '나의 바다에게'(From Little Wave)와 '새봄의 노래' '쉼표'(Rest) 등 '청춘의 포말' 수록곡은 거듭해 부른 덕인지 도영 안에서 더 '잘 익은' 듯 노련하게 들렸다.
곡과 한 몸인 듯 착 붙는 밴드 연주의 훌륭함도 꼭 언급하고 싶다. 원래 밴드 사운드로 만들어진 곡의 오리지널 연주뿐 아니라, NCT 메들리에서의 색다른 편곡을 듣는 재미가 있었다. 악기를 최소화했을 때도, 모든 악기가 다 움직여야 했을 때도 저마다의 매력이 피어났다. 밴드는 도영이 옷 갈아입을 때는 순식간에 공연장을 재즈 바로 바꿔버렸고, 앙코르 땐 공연 마지막 날을 기념해 토끼 핀을 꽂고 나와 귀여움을 뽐내기도 했다.
11월인데도 낮 기온 20도를 넘긴 더운 날씨에 자기를 보러와 준 관객들에게 고마움을 표한 도영은 "여러분도 각자 인생이 있을 텐데, 여러분이 주인공인 영화의 가장 벅찬 순간에 나올 수 있는 OST를 부르고 싶은 사람이다. 여러분들의 가장 의미 있는 순간에 떠오르는 노래가 제 노래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끔 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제작진이 본인을 "더 좋은 무대"에서, "더 좋은 음향 환경"에서 노래할 수 있게끔 최선을 다해줬다고 언급한 도영은 "공연을 준비하면서 솔직히 제가 좀 잘 살았구나 하는 걸 느꼈다"라며 "어떠한 방법이 되든 꼭 보답하는 제가 되겠다"라고 강조했다.
팬이 보낸 편지에서 따온 구절에서 영감을 받은 팬 송 '디어'(Dear)를 부른 후, 도영은 '오해 없이 듣길 바란다'라며 팬들이 본인을 "너무너무 사랑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그냥 적당히 좋아하고 적당히 응원"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저는 진짜 오래오래 노래를 할 거기 때문에 여러분들의 곁에서 제 노래는 떠나지 않을 거예요. 진짜 어느 순간 갑자기 힘들다? 너무 힘들잖아요, 스탠딩에서 공연 보면. 힘든 일 자처하면서까지 보러와 준 게 너무 고마운 거예요. 너무 힘들다고 생각하면 쉬셔도 돼요. 어느 순간에 '아, 너무 힘들다' 할 때 제 노래가 여러분 곁에 있을 거예요. 아무 음원 사이트 들어가서 제 노래 한 번 들으세요. 그게 저는 여러분과 저희가 오래오래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봐요."
이날 공연장에는 NCT 127 멤버인 쟈니, 정우를 비롯해 엑소(EXO) 수호와 디오, 레드벨벳(Red Velvet) 슬기, 방송인 조나단 등이 응원 방문했다. 관객들은 사진 촬영 시간에 "도영아 사랑해!"라고 외치고, '쉼표' 떼창 이벤트를 진행했다. '김도영'을 연호하며 앙앙코르를 요청했고, 도영은 다시 나와 첫 곡인 '반딧불'과 신곡 '시리도록 눈부신'으로 공연을 마무리했다.
향기로도 기억되고자 하는 마음에 싱그러운 풀 향을 분사하고, 행운을 뜻하는 네잎클로버 모양의 콘페티를 터뜨린 도영의 공연은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사흘 동안 시야제한석까지 매진돼 총 1만 5천여 관객을 모았다. 한편, 도영의 신곡 '시리도록 눈부신'은 오는 6일 저녁 6시에 정식 발매된다.
2024.11.04 0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