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디너리 히어로즈, 더 넓은 공연장으로 갈 결심[노컷 리뷰]
"음악을 만들고 그림을 그릴 때 (그 결과물이) 한 번에 이해될 거라는 기대는 없어요. (…) 호기심으로 그걸 관심 가져주시는 분이 이렇게 한 분 한 분 많아지는 걸 보면, 쉽게 말하는 것이 아니라서 자신은 없지만 그것을 충분히 알아갈 때까지 기다려 주시고 사랑을 주시는 게 감사해요. 3년 해 오면서 많은 분들 앞에서 공연할 수 있는 게 참으로 신기한데 한편으로는 여러분이 왜 여기 있는지 모르겠어요. 제가 음악하고 그림 그릴 때 그게 뭔지 저도 몰라요. 왜 이 그림이 떠올랐을까, 왜 이런 멜로디를 쓰게 되었을까 말로는 설명할 수 없지만 (서로) 무언가가 통해서 많은 분들이 이 자리 오게 된 거죠. 어려운, 쉽지 않은 관심을 주는 거에 굉장히 감사하고요." (준한)
말보다는 음악과 그림 등 '직관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더 익숙하다는 준한은 이 같은 '창작 활동'에 '어렵게' 관심을 두고, 알고 이해하기 위해 기꺼이 시간을 쓰는 팬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러면서 "여느 때와 다름없이 앞으로도 성장하면서 음악하고 표현을 다듬어 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2022년 말 데뷔해 올해 3주년을 앞둔 밴드 엑스디너리 히어로즈(Xdinary Heroes)가 두 번째 월드 투어 '뷰티풀 마인드'(Beautiful Mind)의 서울 공연을 무사히 마쳤다. 데뷔 첫 단독 콘서트를 열었던 바로 그 장소,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지난 2일부터 어린이날인 5일까지 나흘 동안 관객을 만났다.
5일 저녁 6시 시작된 공연은 마지막 날이어서인지 '빌런즈'(공식 팬덤명)의 열기가 상당했다. 첫 곡을 시작했을 때부터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공연에 흠뻑 취해 즐겼다. 엑스디너리 히어로즈 역시 뛰어난 기량이 뒷받침된 열정적인 연주와 시원한 라이브로 화답했다.
앙코르와 앙앙코르곡까지 30곡을 훌쩍 넘겼던, "굉장히 하드"(건일)한 세트 리스트는 올해 3월 발매한 여섯 번째 미니앨범 '뷰티풀 마인드'가 중심이 됐다. 타이틀곡 '뷰티풀 라이프'(Beautiful Life)로 포문을 열고 나서, '파이트 미'(FIGHT ME) '조지 더 랍스타'(George the Lobster) '모어 댄 아이 라이크'(more than i like) '다이아몬드'(Diamond)까지 총 7곡 중 5곡 무대를 선보였다.
세트 리스트에서 곡 수만 따지면 정규 1집 '트러블 슈팅' 수록곡이 가장 많았다. '페인트 잇'(Paint It) '워킹 투 더 문'(Walking to the Moon) '꿈을 꾸는 소녀' '노 매터'(No Matter) '머니볼'(MONEYBALL) '어리고 부끄럽고 바보 같은' '불꽃놀이의 밤' '머니 온 마이 마인드'(Money On My Mind)까지 8곡이나 됐다. 수많은 장르를 포용한 앨범이었기에, 자연히 '뷰티풀 마인드' 투어 세트 리스트도 그 영향을 받았다.
최근작인 '뷰티풀 마인드'와 '리브 앤드 폴'(LIVE and FALL) 역시 얼터너티브 메탈, 메탈 발라드, 발라드, 록 발라드, 얼터너티브 록, 팝 메탈 등 많은 장르를 담아내, '장르의 용광로'를 보여줬다. 덕분에 관객은 밴드 YB 윤도현의 그로울링이 인상적인 '인스테드!'(INSTEAD!)부터 아련한 음색과 에너지 넘치는 후렴이 대비를 이루는 록 발라드 '나이트 비포 디 엔드'(Night before the end)까지 폭넓은 장르를 이들만의 색깔로 즐길 수 있었다.
엑스디너리 히어로즈는 건일(리더/드럼)·정수(키보드)·가온(기타)·오드(신시사이저)·준한(기타)·주연(베이스) 등 6인으로 구성된 밴드다. 주연과 정수의 보컬 비중이 높지만, 가온과 오드도 보컬과 랩을 자유롭게 오가며, 평소 연주에 집중하는 준한과 건일마저도 일부 곡에서 보컬을 소화한다. 그야말로 '보컬이 넘치는' 팀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지난해 11월 열린 공연 당시 "목소리가 아예 안 나오는 상황"이라며 "저 이주연 공연 역사상 가장 좋지 않은 컨디션"이었다고 했던 메인 보컬 주연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물 만난 물고기처럼 노래했다. 때로는 힘차게, 때로는 애절하게, 곡의 분위기에 맞춰 자유자재로 보컬을 운용했다.
'리브 앤드 폴' 공연 후 미니 6집이 추가되면서 새롭게 '픽'한 곡도 있다. 우선 '조지 더 랍스타'를 들 수 있다. 오드의 가성, 가온과 나눠서 하는 싱잉 랩, 준한의 기타 속주와 건일의 파워풀한 드럼, 청량함과 속도감을 모두 잡은 주연과 정수의 보컬이 고루 어우러져 듣는 재미가 있었다. 엑스디너리 히어로즈가 그리는 '극적인 서정성'이 잘 살아있는 '모어 댄 아이 라이크'도 좋았다.
잠시 속도를 늦춘 구간이 주는 매력도 새로웠다. 엑스디너리 히어로즈가 처음 도전한 록 발라드 '나이트 비포 디 엔드'로 시작해 밝은 듯하지만 실은 '신이여 제발 저를 구해 주세요'라고 애원하는 반전이 있는 '세이브 미'(Save me)를 거쳐, "엄마 진짜 잘 해내고 싶은데 뭐 하나 되는 일이 없네요"라는 가사로 울컥하게 하는 '꿈을 꾸는 소녀'로 마무리하는 구성이었다.
리더 건일이 직접 언급했을 만큼, 세트 리스트는 빈틈없이 꽉 차 있었다. 공연 중반 "감정에 집중하는"(정수) 구간에서 잠시 숨을 골랐을 뿐, 엑스디너리 히어로즈는 주저 없이 달렸다. 4일 연속 공연하는 것이 만만치 않은 고된 일정이었을 텐데도, 마지막 날 공연 역시 강력한 에너지를 뿜어내며 노래하고 연주했다.
지난해 서울 광진구 예스24 라이브홀에서 단독 콘서트만 15회 열어 전석 매진을 이루고, 올림픽홀 단독 콘서트를 열고, 쇼케이스 투어 '트러블 슈팅'(Troubleshooting)으로 북미 현지 팬들을 만나는 등 성실히 공연 경험을 쌓은 덕분인지 지친 기색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멤버들에게도 이번 공연은 '도전'이었다. 정수는 "저한테 도전이기도 했고 버겁기도 했고 그만큼 재밌기도 한 콘서트여서 의미가 깊은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은 그런 콘서트였다"라며 "저희만큼이나 4일 동안이나 콘서트 보러와 주신 여러분들도 적잖게 힘들었을 수도 있을 거 같다"라고 말해 관객석에서 웃음이 나왔다.
건일은 '불꽃놀이의 밤' 무대 때 "팔이 너무 아파서" 체력적으로 한계를 느꼈던 순간이 있었지만, 준한의 미소 짓는 얼굴을 보고 힘을 얻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모든 아픔과 모든 긴장과 모든 안 좋은 것들이 사르르 녹아내리는 거다. 준한이는 가볍게 날린 미소였겠지만, 그 미소가 누군가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신기하더라. 나도 우리 빌런즈에게 그런 미소를 지어주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싶었다"라고 부연했다.
가수라면 '항상' 콘서트를 하고 싶지만, 결국 콘서트를 가능하게 하는 건 표를 사서 공연장까지 와 주는 관객이라는 박진영 JYP엔터테인먼트 프로듀서의 말이 "가슴 깊숙이" 들어왔다는 건일. 그는 특별히 "데뷔했을 때 여기(올림픽홀) 진짜 많이 비어 있었는데 여기 꽉 차 있는 모습을 보니까 정말 너무너무 감사하다. 여러분들이 저희를 보러 와주셨기 때문에 모든 감사 다 여러분께 돌리고 싶다"라고 말했다.
정수는 "성치 않은 이 목으로 여러분께 노래한 이 순간에도 (빌런즈는) 항상 절 보면서 너무 좋다 너무 고맙다고 해 주더라. 그걸 보면서 다시 한번 느꼈다. 내가 이 무대에서 노래를 어떻게 하고 음악을 어떻게 하고 이것보다는 보러 와주신 여러분들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최고를 보여드리는 게 나의 직업이 아닐까"라며 "앞으로도 더 더 재밌는 무대 만들어갔으면 좋겠다"라고 바랐다.
가온은 "첫 번째 콘서트 했을 때보다 거의 3배 정도 빌런즈분들이 여길 채워주고 계시는데 처음 들어와서 인트로, '뷰티풀 라이프' (무대) 하려고 너무 수많은 머리들이 보이는 거다. 너무 아름답고 예쁜 머리가 쇽쇽 보이는데 찡하게 울리는 게 있더라. 그냥 이 틈에 있는 게 너무 행복했다"라고 말을 꺼냈다. 지난해 '의지박약'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는 그는 "멋진 친구들이랑 같이해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라며 "이 친구들과 죽을 때까지 음악을 하는 게 일단 제 첫 번째 목표"라고 각오를 다졌다.
오드는 "오늘은 참 재미있는 날이었다"라며 관객을 향해 "뭘 하든 간에 다 받아주시고 같이 즐겨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라고 전했다. "저희에게 행복 주시는 여러분이 꼭 행복하셨으면 좋겠다"라고 한 후, '당연히 나겠지' 하는 사람, '아, 나는 아니겠지?' 하는 사람 모두 '감사할 대상이 맞다'라며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주연은 "저 백스테이지에서 여러분들이 꽉 찬 모습을 보고 있으니까는 언젠가는 이 공연장도 작아지는 날이 오지 않을까"라고 해 환호받았다. 그는 "오늘 이 공연을 마지막으로 왠지 이 공연장이랑 빠이빠이 하고 싶다. 우리 더 넓은 데 가서 놀면 얼마나 좋나"라고 해, 더 큰 공연장에서 열릴 다음 공연을 기대하게 했다.
나흘 간의 공연을 마친 엑스디너리 히어로즈는 오는 17일 방콕을 시작으로 31일 쿠알라룸푸르, 6월 14일 부산, 21일 자카르타, 25일 수라바야, 7월 11일 타이베이, 20일 대구, 26일 싱가포르, 8월 2일 브루클린, 5일 워싱턴 D.C., 8일 애틀랜타, 10일 어빙, 14일 로스앤젤레스(LA), 16일 새너제이(산호세)를 방문해 투어를 이어간다.
2025.05.06 0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