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용 콘서트 '티와이 트랙-리마스터드', 네오하되 네오하지만은 않은[노컷 리뷰]
첫날 공연 마치고 뭘 했는지 질문에 "저를 검색했습니다!"라고 답한 태용은 '아, 이제 네오(neo) 수혈을 했다' '나의 도파민이 생겼다' 등의 팬들 반응을 옮겼다. 그러면서 "그런 말 들을 때마다 저는 참 뿌듯하다. '아, 나의 네오함이 죽지 않았구나, 인정받는구나'"라고 말했다.
올해로 데뷔 10주년을 맞은 엔시티(NCT)와 '네오'(neo)는 뗄 수 없는 관계다. 팀명부터가 '네오 컬처 테크놀로지'(Neo Culture Technology)고, '네오'는 NCT가 추구하는 음악 및 스타일을 요약한 말이다. '새로운' '최근의'라는 사전적 의미를 지닌 '네오'는 NCT와 만나 '새롭고 혁신적인' 혹은 '새로워서 난해한' 어떤 것을 대표하는 표현으로 자리잡았다.
여러 유닛 중 가장 꾸준히 '네오'한 음악을 선보인 엔시티 127(NCT 127)의 리더인 태용은 NCT 멤버 가장 먼저 솔로로 데뷔했다. 보편적인 주제인 사랑을 다루는 이지 리스닝 계열의 '관둬'(GWANDO)가 아닌, 화려하고 선명하지만 청각적으로나 시각적으로나 어느 정도 진입 장벽이 있는 '샤랄라'(SHALALA)를 데뷔곡으로 함으로써 '네오'의 정체성을 이어갔다. 전역 후 첫 무대였던 2025 SBS 가요대전에서 그가 무대에 올린 첫 곡은 '네오-이즘'(NEO-ISM)이었다.
약 2년 만에 일종의 확장판으로 돌아온 태용 단독 콘서트 '티와이 트랙 - 리마스터드'(TY TRACK - REMASTERED)는 태용이 팬들 사이에서 '네오 수장'으로 불리고, '인간 네오'로 통하는지 가늠할 수 있는 공연이었다. 더불어, '솔로' 태용의 음악을 이루는 중요한 부분이 '네오'이긴 하지만, 실제로 태용이 만들고 들려주는 음악은 더 넓고 다채롭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태용은 25일 오후 4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티켓링크 라이브 아레나(구 핸드볼경기장)에서 '티와이 트랙 - 리마스터드'를 열었다. 첫 단독 콘서트 '티와이 트랙'을 바탕에 두면서도 '리마스터드' 버전으로 2026년 현재의 태용을 가득 담아냈다. 최초로 공개하는 신곡 무대만 5개였고, 공연에선 볼 수 있지만 정식 음원은 없는 곡도 여럿이었다.
이번 콘서트 포스터는 '티와이 트랙' 포스터에 나왔던 CD 위에 지금의 태용이 나타난 새로운 CD 케이스를 얹은 모습으로 연속성을 드러냈다. 태용이 턴테이블에 판을 꽂고 팬들을 바라보며 디제잉하는 것처럼 연출한 영상이 서두를 장식했으며, 원형 돌출 무대도 CD 형태로 꾸며 이 공연에 태용의 음악이 집약돼 있음을 암시했다.
시작 전 천장에 띄워진 이니셜 'TY'로 누가 봐도 태용의 공연임을 알리더니, 장내를 온통 붉게 만든 가운데 롱코트에 선글라스를 쓴 태용이 무대에 나타났다. 붉은 배경과 타이포그래피의 궁합이 좋아 시각적으로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 '락드 앤 로디드'(Locked and Loaded)가 첫 곡이었다. 금방이라도 현혹될 것 같은 레이저 쇼와 관객을 등진 채 무대 아래로 떨어지는 퍼포먼스, 색다르게 다가온 고음 파트가 어우러진 '스키'(Skiii)까지, 공연의 첫 두 곡을 '미공개 신곡'으로 채운 데선 자신감이 느껴졌다. 신곡 무대가 끝날 때마다 객석에서는 채 가라앉지 않은 흥분이 가득한 환호가 공연장을 메웠다.
'내 공연을 VR로 본다면 이 음악과 비슷한 느낌이 아닐까' 하는 상상에서 시작됐다는, 다양한 드럼 소스와 FX 사운드로 미래적인 느낌을 끌어올린 '버추얼 인새니티'(Virtual Insanity), 아티스트로서의 자신감과 내면의 고민이 녹아 있는 '에이프'(APE), 새로 편곡해 원곡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 데뷔곡 '샤랄라'(SHALALA)까지, 태용 하면 떠오르는 '관념적 태용'의 색채를 녹여낸 구간이었다.
끊임없이 변하는 환경에서도 자기만의 중심을 지켜나가는 내면을 다룬 미공개 신곡 '필링 마이셀프'(Feeling Myself)와 주특기인 래핑으로 꽉 찬 미발표곡 '501'이 연달아 나온 구간도 마찬가지였다. 지금까지 발표한 두 장의 미니앨범에서 '샤랄라'를 뺀 나머지 곡 전부를 단독 작사한 '작사가'이기도 한 태용의 가사를 곱씹기에 알맞았다.
개인적으로 가장 '날것'의 태용이 담겼다고 생각한 곡은 끝 곡인 '백 투 더 패스트'(Back to the Past)다. "그냥 하루 먹고 하루 잘 자면 됐고" 하는 마음으로 지냈던 어린 시절, 비가 많이 오는 날엔 "지하에 물을 빼러 가"던 풍경부터, "너는 커서 뭐가 될래 커서 뭐를 할래"라고 그렇게 질문해 댄 이들에게 "그래서 지금 뭐 하신대"라고 하는 응수, "내 주변을 너무 화나게 만들었던 것 같아"서 "그저 속죄"하며 산다는 반성을 넘어, "얽매이지 말자"라고 마음을 다잡고 이 모든 과정을 겪었기에 "그게 나인 이유"라고 돌아보는 가사는 연민 없는 솔직함으로 다가온다.
'APE' 가사도 흥미롭다. "가려낼 건 가려"내고 도통 "엇나가질 않"는 "내 촉"으로 "타락"하지 않는 본인에 관한 자신감뿐 아니라, "내 영혼을 팔지는 않"(I don't sell my soul)을 거지만 "돈이 많은 사람들의 말"과 "달콤함이 섞인 듯한 유혹"이 "너무 많"다는 걱정을 숨기지 않는다. "여긴 내 꿈이 아니"었다는 깨달음 끝에 "속을 비운 채로 가는 거지 내 길을 또"라고 마음을 다잡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공연에 올린 23곡 중 유일하게 태용이 참여하지 않은 NCT 정규 2집 수록곡 '미스핏'(Misfit)은 태용이 '혼자' 소화함으로써 자신만의 색을 입혔다. 대부분 랩 포지션인 멤버가 참여한 힙합곡이어서 쉴 새 없이 랩이 쏟아졌음에도, 태용은 능숙하게 소화했다. 관객들의 함성이 부쩍 커진 순간이었다. 물론 열정적인 떼창도 이어졌다.
'사람들이 많이 들어줄 수 있는, 공감대를 형성하기 쉬운 사랑 이야기를 쓰는 것'을 "작곡가의 사명"이라고 한 말처럼, 태용은 직접 쓴 사랑 노래도 공연에서 아낌없이 쏟아냈다. 해군에 복무했던 태용이 자신을 기다려 준 시즈니(공식 팬덤명 '엔시티즌'의 애칭)를 '인어'에 비유한 '머메이드'(Mermaid)는 무대 연출에서도 시즈니를 향한 애정이 돋보였다. 인어가 있는 쪽을 바라보고 앉은 태용이 화면 속에 있고, 태용을 상징하는 장미 문양의 스크린에 비치는 건 공연장을 빛내는 팬들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빠져나갈 틈" 없이 자신을 사로잡는 '그녀'를 향한 세레나데 '헐'(H.E.R), 지나간 사랑의 쓸쓸함을 태용의 가창으로 감상할 수 있는 '나에게 했던 것과 같이'(Ups & Downs), 떠나간 사랑을 향한 회의적인 마음을 직관적으로 표현한 '사랑이 뭔데', 상대에겐 내가 아무것도 아닌 존재 같다고 되뇌는 미발표 신곡 '엠 아이 인 러브 오어 낫'(Am I In Love Or Not), "아픔만을 남겨두고 가" 버린 상대를 포기하지 못하고 뭘 원하는지(what you want) 묻고 아직도 "네가 궁금"(I'm so curious about you)하다는 '런 어웨이'(Run Away)도 모두 '사랑 노래'였다.
또 한편에는 태용표 '이지 리스닝'이 있다. "이렇게 귀엽긔 있긔 없긔"와 같은 가사, 볼을 톡톡 두드리는 포인트 안무, 후렴구에 등장하는 각종 표정 연기가 한데 모인 '탭'(TAP)이 대표적이다. "수만 번은 고민"했을 정도로 "너를 좋아하고 싶"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탓에 이 사랑도 관둬버리겠다는 '관둬', 태용 솔로곡 중 가장 달콤한 곡이자 관객과 함께 부를 수 있는 '무브 무드 모드'(Move Mood Mode), 짝사랑 상대 때문에 고민하는 통통 튀는 사랑 노래 '러브 띠어리'(Love Theory)는 '귀여운 태용 곡'을 좋아하는 관객에게 추천할 만하다.
2년 전 '티와이 트랙'에 이어 '티와이 트랙 - 리마스터드'도 담당하게 된 김경찬 감독의 연출 역시 백미였다. 태용의 반려견 루비를 소재로 다음 생에 만난다면 서로 반대 입장이 되어 아쉬웠던 부분을 채우자고 하는 곡 '루비' 무대 때는, 벤치 위에 루비 모형을 두고 무지갯빛 조명과 레이저로 무지개 다리를 표현해 관객들을 먹먹하게 했다.
'포오포 파일 낫 파운드'(404 File Not Found)에서 어둠 속을 비춘 신비로운 푸른 빛 위로 허공을 거닐던 태용은 한층 더 능숙하게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다음 곡 '포오포 로딩'(404 Loading)에선 레이저로 촘촘하게 짜인 거미줄을 구현해 마치 태용이 갇힌 것처럼 보이는 연출과 빛 반사에 따라 다채로운 색깔이 입혀져 순간순간 번쩍이는 태용의 얼굴이 인상적이었다. '문 투어'(Moon Tour) 때는 곡 제목처럼 달로 여행을 떠나는 듯한 몽환적인 분위기를 극대화했다.
NCT 127과 NCT에서 보여준 모습을 바탕으로 '랩'과 '춤'에 치중해 바라봤던 태용은 생각보다 여러 가지 스타일의 음악을 만들어 무대 위에 펼쳐냈다. 강한 개성을 지지대 삼아 보통 '세게' 느껴지는 랩과 달리 노래를 부를 때는 상당한 미성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정서를 건드리는 종류의 노래 비중도 예상보다 컸다. 하지만 일부 곡 고음을 가창할 때 때때로 버겁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었다. 본인에게 편안한 음역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도 좋을 것 같다.
편곡, 미공개곡, 안무 등 여러 방면에서 "준비를 많이 했다"고 한 태용은 영상으로만 공개한 신곡 '포오포 유포리아'(404 Euphoria)도 설명했다. 그는 "저도 사람인지라 가끔 공허함이 몰려올 때가 있다. 저는 음악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사람이다 보니까 그런 공허함을 음악으로 담아내고 싶었다. 여러분도 언젠가 공허함과 외로움을 느낄 때 이 노래를 듣고 위로받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멤버들 이야기도 전했다. 태용은 "재현이랑 정우한테 연락이 왔다. 전화가 왔는데 정우가 '형, 나는 오늘 콘서트 (하는 것) 알고 있었는데 재현이 형은 아마 몰랐을 거야' 하는데 재현이 침대에 정우가 같이 있었던 거다. 재현이는 '감히 이병이 병장 침대에 와 가지고 지금 군기가 잘못 들었다'라고 하고, 누가 형 콘서트 하는지 먼저 알았냐 싸우고 그랬다. 도영이는 너무 예쁜 화환을 보내줬다"라고 밝혔다.
이어 "마크, 해찬이도 지금 일본에서 공연 중인데 갑자기 셀카를 보내는 거다. 무슨 의민지 몰라서 나도 그냥 셀카만 보냈다. 서로 잘하자고 했다"라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얼마 전 휴가 나온 도영을 비롯해 쟈니, 해찬과 넷이 밥을 먹은 일화도 들려줬다. 태용은 "도영이가 (군 복무) 8%도 안 된 애가 거의 뭐 군 생활 다한 사람마냥 얘기를 하니까 저는 옆에서 듣는데 어이가 없더라"라고 해 다시금 폭소가 번졌다.
그러면서도 "근데 또 만나니까 제가 기다려지더라. 나도 애정이 많나 보다. 안에 있을 때도 애들을 계속 보고 싶었는데, (제가) 나오니까 애들이 (군대에) 가. 더 보고 싶었던 거 같다. 마음이 짠한 것도 있고"라고 덧붙였다. 이날 공연에는 쟈니가 참석해 태용을 응원했다.
취재진을 향해 "올해 저 태용을 시작으로 127, NCT까지 그냥 올해를 꽉꽉 채워드릴 것"이라고 예고한 태용은 24~25일 이틀 간의 서울 공연을 마치고 2월부터 아시아 투어에 나선다. 자카르타, 요코하마, 마카오, 방콕, 쿠알라룸푸르 등 아시아 6개 지역에서 공연한다.
2026.01.26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