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윤석열 발탁' 처음 사과했지만, 왜 이 시점에?[권영철의 Why뉴스]
[앵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총장' 발탁에 "그게 윤석열 대통령이 탄생하게 된 가장 단초가 되는 것이니까, '후회가 되죠'"라고 인정하면서 처음으로 사과했습니다.
자세한 내용 권영철 대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총장 발탁'에 대해 사과한 게 처음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2월 7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에서 한겨레신문 박찬수 대기자와 퇴임 후 첫 언론 인터뷰를 하면서 처음으로 국민들에게 '윤석열 검찰총장 발탁'에 대해 사과했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윤석열 대통령의 실패의 일부는 그를 발탁한 문 대통령의 책임 아니냐는 주장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대해, "윤석열 정부가 너무 못했잖아요? 너무나 수준 낮은 정부, 이번 계엄 이전에도 그냥 정말로 참 못하고 수준 낮은 정치를 했는데 우리가 이런 사람들에게 정권을 넘겨줬다는 자괴감, 음 그런 게 아주 크죠. 그리고 그런 모습을 보일 때마다 아 정말 국민한테 참 송구스러웠고요."라고 말한 뒤, "거기에다가 이번 탄핵, 계엄 사태가 생기고 나니까 정말로 자괴감이 이루 말할 수가 없고 밤에 잠을 잘 수가 없을 정도로 국민에게 송구한 마음"이라고 답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윤석열 후보를 선택할 당시의 상황에 대해서는 "그 당시에 나하고 조국 수석은 검찰개혁이라는 데 너무, 말하자면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었달까 거기에 너무 꽂혀 있었달까, 그래서 다소 불편할 수 있어도 윤석열 후보자를 선택하게 된 것"이라면서, "그로써 그 이후에 굉장히 많은 일들이 생겨났기 때문에 그 순간이 두고두고 후회가 되죠."라고 설명했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임 중 있었던 일과 관련해서 '국민에게 송구한 마음'이라거나, '두고두고 후회가 된다'거나 하는 사과를 한 건 처음 있는 일입니다. 재임 중에도 사과하는 모습을 보기는 정말 어려웠지 않습니까?
[앵커]
문 전 대통령의 사과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라는 건가요?
[기자]
박지환 앵커도 당시 청와대 출입을 했으니까 잘 알지 않습니까?
사실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 이후 벌어진 이른바 '조국 사태'를 비롯해서,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탄생하는 데 가장 큰 기여를 한 사람은 문재인 대통령 아니겠습니까?
그렇지만 문 전 대통령은 대선을 앞두고도,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가 당선됐을 때도, 느닷없이 청와대를 떠나 용산 국방부 청사로 대통령 집무실을 옮긴다고 했을 때도, 문재인 정부에 대한 대대적인 사정의 칼날을 휘두를 때도 '윤석열 대통령' 탄생에 가장 큰 기여를 한 입장에서 사과하지 않고 침묵했었습니다.
그래도 '비록 늦었지만 이렇게라도 사과를 하니 다행'이라는 반응과 '지연된 사과는 사과가 아니다'는 반응들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다만 문 전 대통령의 화법이 그래서인지 본인의 책임보다는 다른사람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게 사과가 맞느냐는 비판도 나옵니다.
[앵커]
문 전 대통령이 어떤 말을 했기에 그런 말이 나오는 건가요?
[기자]
문 전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이 만들어진 과정에 대해 세 차례 후회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앵커]
세 차례의 후회요? 첫 번째 후회는 뭔가요?
[기자]
첫 번째는 윤석열 검찰총장 발탁에 대한 후회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인터뷰에서 밝힌 대로만 보자면,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에서 4명을 추천했고, 조국 민정수석이 4명을 각각 인터뷰 했으며, 이 중 2명으로 압축한 뒤에 여러 요소들 중 검찰개혁에 대한 의지만으로 최종 결정을 했다는 겁니다.
문 대통령의 이 말은 조국 민정수석의 의견이 절대적이었다는 말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윤석열 검찰총장 발탁은 고검검사를 일약 서울중앙지검장으로 파격적인 승진을 시키면서부터 시작된 겁니다. 이전에 고검장 신분이던 서울중앙지검장을 검사장으로 낮추면서 '서울중앙지검장에서 검찰총장으로 직행하던 관행을 없애겠다'고 선언한 뒤 검사장에서 고검장을 거치지 않고 총장으로 직행하는 전례를 만들었습니다.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결심없이 가능하겠습니까?
특히 검찰총장추천위원회 위원장을 윤석열 후보와 특수관계인 정상명 전 검찰총장으로 결정하면서 제청권자인 법무장관의 의견을 듣지도 않고 결정한 걸로 확인됐습니다. 추천위원장은 검찰청법에 규정된 9명의 위원 중에서 법무부장관이 임명하거나 위촉한다고돼 있지만, 당시 박상기 법무장관은 CBS와의 통화에서 "정상명 전 총장은 추천위원장 검토 대상이 아니었다"고 말했습니다. 법무장관의 의견돠 달리 결정됐다면, 당시 검찰국장과 민정수석이 의논해서 추천위원장을 내정했을 겁니다.
당시 검찰총장 후보자 중 1인은 "정상명 전 총장이 추천위원장이 되는 걸 보고, '윤석열 검찰총장'으로 가는 구나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두 번째 후회는 어떤 후회였습니까?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과정이 매끄럽지 않으면서 정치적으로 키워주다보니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까지 올려주게됐다는 겁니다.
문 전 대통령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에 대한 어떤 징계, 이런 과정들이 매끄럽게 잘 안 되고 엉성하게 되면서 거꾸로 굉장히 많은 역풍을 받고, 그 바람에 윤석열 검찰총장을 정치적으로 아주 키워준 거죠. 그래서 마치 문재인 정부와 대척점에 서 있는 사람처럼 그렇게 만들어 주어서 그게 국민의힘의 대통령 후보로까지 올려준 거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당시 추미애 법무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부딪히면서 논란을 일으키자 추 장관을 해임하고 윤 총장은 유임시켰습니다. 동반사퇴설이 유력했지만 추 장관만 사퇴시킨 것입니다.
그리고 한 달여 뒤 2021년 신년기자회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을 한 마디로 평가하면,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고 하면서 "윤 총장이 정치를 염두에 두고, 정치할 생각을 하면서 검찰총장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윤 총장을 옹호하는 발언을 했습니다. '정치적 중립 위반'을 이유로 윤 총장에 대한 징계를 추진했던 추 장관과는 상반된 의견을 낸 겁니다.
윤 총장 징계안이 1심 판결에서는 정당했다는 결론이 났지만, 윤석열 정부 취임 이후 열린 2심판결에서는 한동훈 법무부의 '재판 부실대응' 논란이 빚어졌고, '패소할 결심'을 했다는 관측이 나돈 끝
1심과 달리 징계 사유에 대한 판단 없이 절차적 위반으로 징계처분 취소 판결을 했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대통령에게 검찰총장을 해임할 수 있는 인사권이 없다. 그런 권한이 아예 없다." 말했지만, 당시 법무부 고위관계자는 "징계사유가 충분했던 만큼 절차를 밟아 징계가 가능했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세 번째 후회는 뭔가요?
[기자]
문 전 대통령이 밝힌 세 번째 이유는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손쉬운 상대로 여겼던 윤석열 후보를 상대로 패배했다는 후회였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처음에는 손쉬운 상대로 여겼다"면서, "왜냐하면 윤석열 후보가 유능한 검사일지는 몰라도 대통령 자질은 전혀 없는 사람, 뭐 비전이나 정책 능력 같은 것도 전혀 없고, 준비도 전혀 되어 있지 않는 사람이라는 사람이라는 사실이 대선과정에서 드러났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우리 쪽 후보(이재명 후보)가 비전이나 정책 능력 또는 대통령으로서 자질이나 이런 부분들이 훨씬 출중하기 때문에 쉽게 이길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을 했는데, 아마도 비전이나 정책 능력을 놓고 서로 경쟁하는 선거로 갔다면 당연히 그렇게 됐을 것"이라면서, "그런데 그렇게 흘러가지 않고, 말하자면 극심한 어떤 네거티브 선거에 의해서, 마치 비호감 경쟁인양 그렇게 선거가 흘러가 버렸고 그 프레임에서 결국은 벗어나지 못한 것이 패인이 되고 말았다"고 했습니다.
[앵커]
문 전 대통령의 세 가지 후회가 모두 자신의 책임이라는 건가요?
[기자]
그 부분이 모호합니다.
문 전 대통령은 "그렇게 전 과정을 통해서 후회하는 대목이 여러 군데 있지만, 총체적으로 윤석열 정부를 탄생시켰다는 것에 대해서 우리 정부(문재인 정부) 사람들은, 물론 내가 제일 큰 책임이 있을 테고, 그에 대해서 우리가 자유롭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국민께 송구스럽죠."라고 했습니다.
대통령이었던 자신에게 '제일 큰 책임'이 있다고 했고, '그에 대해서 우리(문재인 정부)가 자유롭지 못하다'면서 '국민께 송구스럽다'고 한 건 분명히 평가할 대목입니다. 비록 많이 늦었지만 책임을 인정하고 국민들께 송구하다고 사과하는 건 다행스러운 일이기도 합니다.
지난해 12월 3일 국민들의 평온한 일상을 무너뜨린 비상계엄을 선포하고도 그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부하들에게 떠미는 윤석열 대통령과는 분명 다른 모습입니다.
그렇지만 앞에서 짚었듯이 문 전 대통령이 스스로 책임이라고 했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검찰총장 후보자들은 인터뷰해서 평가한 조국 민정수석과 징계문제로 이른바 '추.윤 갈등'을 일으킨 추미애 법무장관과 지난 대선에서 정책대결로 가지 못하고 네거티브 선거, 비호감 선거를 한 이재명 대표에게 책임을 떠미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습니다.
[앵커]
문재인 전 대통령이 그동안 안했던 사과를 왜 이시기에 했을까요?
[기자]
문 전 대통령 인터뷰는 한겨레신문이 먼저 요청해서 이뤄졌다고 합니다.
박찬수 대기자는 지난해 11월 부산에서 있었던 한겨레신문 주최 국제 심포지엄에 문 대통령이 참석해 인사말을 했고, 감사의 뜻을 전할겸 지난해 12월 3일 평산마을을 방문한 자리에서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통일 외교 정책 기조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등에 대한 인터뷰를 요청했고, 문 전대통령이 검토해보겠다고 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평산을 방문했던 그날 밤 비상계엄이 터졌고, 내란상황이 이어지자 한겨레신문에서 국내상황을 포함해서 인터뷰를 했으면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고 문 전 대통령이 수락하면서 지난주 금요일 2월 7일 인터뷰가 성사됐다고 합니다.
[앵커]
문 전 대통령 사과에 대한 정치권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민주당에서는 공식적인 반응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CBS와의 통화에서 문 대통령의 사과에 대해 "결자해지 차원이라고 본다"면서, "(윤 총장)임명한 걸 '두고두고 후회한다'고 한 말씀이 눈에 많이 들어왔다. 그런 표현 잘 안쓰신다"고 했습니다.
박용진 전 의원은 "대선패배에 대해 책임을 느낀다고 하시고 민주당이 통합과 확장을 해야 이긴다는 시의적절한 말씀에 감사드린다"면서, "지금은 친명 친문 싸울 때가 아닙니다. 서로의 책임 인정하고 앞으로, 미래로 가야 합니다. 조기대선에서 내란추종세력이 아니라 민주당이 이겨야 내란이 종식될 수 있습니다. 죽쒀서 개주는 상황만은 막아야 합니다"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습니다.
천호선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국민에 대한 사과는 인터뷰에 끼워넣을 것이 아니라 별도의 형식과 내용을 제대로 갖추었어야 했다"면서, "윤석열 건을 포함하여 국정운영의 목표와 방식과 주요 사안에 대한 체계적이고 심도 깊은 성찰적 평가도 하나씩 용기있게 내놓으셔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참여정부 청와대에서 수석을 지낸 관계자는 "사과의 내용이나 시점이 적절한 지 돌아봐야 한다'면서,
"언론 인터뷰에서 사과를 하다보니 사과가 핵심이 아니라 '포용'쪽에 무게가 실리는 듯 해서 아쉽다"고 했습니다.
[앵커]
한 가지 궁금한게 조국 전 민정수석은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냈다고 하지 않았나요?
[기자]
조 전 장관이 쓴 <조국의 시간>이라는 책에 관련 내용이 있어서 다시 찾아봤습니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검찰총장으로 임명하는 것에 대해서는 청와대 안팎에서 의견이 확연하게 나뉘었다. 나는 민정수석으로서 찬반 의견을 모두 수집해 보고해야 했기에 그 내용을 잘 알고 있지만 의견을 표명한 사람의 실명을 밝힐수는 없다. 다만 당시 더불어민주당 법사위원과 법률가 출신 국회의원 대다수와 문재인 대선 캠프 법률지원단 소속 법률가 다수는 강한 우려 의견을 제기했다는 점을 밝힌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윤석열 검찰총장 카드를 찬성하는 쪽은 윤석열 개인을 신뢰했고, 공수처와 검경수사권조정 등 검찰개혁이 이루어질 것이므로 윤석열의 문제점이 상쇄될 수 있다고 믿었다"고 했습니다.
또, "이와 별도로 민정수석실은 각 후보의 동의를 받아 인사검증 작업을 해 경력과 재산 등에서 확인되는 문제점을 보고했다."면서 당시 민정수석으로서 '포괄적 책임'을 느낀다"고 했습니다.
조 전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에 대해 반대했다거나 찬성했다는 입장은 나타내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조국의 시간>이라는 책이 2021년 5월 말에 나왔으니까 부정적인 기류를 앞세운 걸로 보입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당시에 조국 민정수석하고 나 사이에, 당시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한 후보가 4명이었는데 그 4명 모두를 조국 수석이 직접 다 한 명 한 명 인터뷰를 해보고 당시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검찰개혁에 대한 각 후보자의 의지나 생각을 확인해 보기로 했는데, 조국 수석이 4명을 다 만나본 결과 나머지 3명은 전부 검찰개혁에 대해서 반대하는 의견을 분명히 밝혔고 윤석열 후보자만 말하자면 검찰개혁에 대해 지지하는 그런 이야기를 했다는 겁니다"라고 밝혔으니까 조국 수석이 윤석열 임명에 찬성했다는 걸 공개했습니다.
특히, "그 당시에 나하고 조국 수석은 검찰개혁이라는 데 너무, 말하자면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었달까 거기에 너무 꽂혀 있었달까, 그래서 다소 불편할 수 있어도 윤석열 후보자를 선택하게 된 것인데 그로써 그 이후에 굉장히 많은 일들이 생겨났기 때문에 그 순간이 두고두고 후회가 되죠"라고 자신과 조국 수석의 선택에 대해 후회한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2025.02.11 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