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치용
삼성화재의 승리로 끝난 24일 프로배구 남자부 챔피언결정 1차전. 대한항공을 3-1로 제압한 삼성화재는 6년 연속 우승을 위한 스타트를 산뜻하게 끊은 셈이었다.
경기 후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은 이른바 고참 3인방을 따로 불렀다. 대전 숙소에 선수들이 구단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석진욱(37), 여오현(35), 고희진(33)과 함께 인근 커피숍으로 향했다.
신감독은 주문을 묻는 종업원에게 화난 표정으로 "커피는 무슨 커피냐. 물이나 갖다 달라"며 짐짓(?) 호통을 쳤다. 특별 호출에 영문을 몰라 하던 선수들은 신감독의 때아닌 화풀이에 더욱 주눅이 들 수밖에 없었다.
신감독은 베테랑 3인방에게 "얘들아, 경기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한 마디를 던졌다. 이어 고희진에게 "요즘 잘 하다가 최근 며칠 사이에 컨디션이 떨어졌다"며 불호령을 내렸다.
신감독이 이들을 불러낸 것은 칭찬이 아닌 따끔하게 혼을 내기 위해서였다. 경기에서는 이겼지만 내용 면에서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상대 국내 선수들을 막아내지 못한 부분이 마음에 걸렸다. 대한항공 김학민은 1차전에서 16점, 공격 성공률 59.26%에 이르렀고, 레프트 곽승석은 12점에 공격 성공률이 무려 85.71%나 됐다.
이들을 잘만 막아냈다면 경기를 더 쉽게 풀어갈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해 하마터면 역전패를 안을 뻔했다는 것이다. 신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블로킹은 물론 수비수들도 디그를 잘 하지 못했다"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고희진은 이날 블로킹이 1개도 없었고, 석진욱과 여오현도 평소와 달리 몸이 무거웠다.
이들 3명은 처음에는 어리둥절해 했지만 베테랑답게 곧 신감독의 의중을 알아차렸다. 본인들이 다소 부진하기도 했지만 선수들의 기강을 다잡으라는 감독의 숨은 의도를 파악한 것. 신감독은 "내가 가고 난 뒤 선수들을 모두 커피숍으로 집합시키는 것 같더라"며 흐뭇해 했다.
통산 7번째 우승 도전팀답게 조금의 방심도 허락하지 않는 삼성화재. 과연 그 철두철미함이 결실을 맺을지 지켜볼 일이다.
[BestNocut_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