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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은 많지만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역사를 재연한, 이른바 전통 사극은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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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방송 중인 사극만 줄잡아 6작품. 지상파 3사는 물론 종합편성채널까지 사극에 뛰어들었다. ''칼과꽃'', ''불의여신 정이'' 등 편성을 확정짓고 촬영을 준비하는 작품도 줄지어 있다. 그야말로 ''범람''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다.
그렇지만 넘쳐나는 사극 속에 "볼만한 사극이 없다"는 시청자들의 비판이 줄을 잇고 있다. "사극은 많지만 진짜 사극은 없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왜 이런 말들이 나오는 걸까.
현재 방영 중이거나 방영을 준비하는 작품 중 철저하게 역사적인 고증을 바탕으로 제작되는 드라마는 전통사극을 표방하는 KBS 1TV ''대왕의 꿈'' 정도다. 나머지 작품들은 시대만 과거로 차용하거나, 역사적인 사건에 상상력을 첨가한 이른바 ''퓨전 사극''이다.
퓨전 사극은 현대적인 감각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선보인다는 점에서 각광 받았다. ''공주의 남자''는 물론 지난 해 큰 인기를 모았던 ''뿌리깊은 나무'', ''해를 품은 달'' 등이 모두 ''퓨전사극''이다.
제작진 입장에서도 깊이 있는 전문성을 요하는 현대극 보다는 보다 자유롭게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극을 선호하고 있다. 비록 준비기간은 오래 걸리지만 적지 않은 사극들이 잇따라 쏟아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요즘 사극들의 상상력은 더욱 과감해지고 있다. 의관과 세자가 어릴 적부터 친구였다(KBS 2TV ''천명:조선판 도망자 이야'') 정도의 설정은 애교다. 이순신이란 실존 인물이 나오는 가운데 분신술과 반인반수가 등장하는 것은 물론 OST로 팝송이 흐를 정도다.(MBC ''구가의서'')
하지만 비슷한 퓨전 사극들이 쏟아지면서 시청자들은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SBS ''장옥정, 사랑에 살다''에서 장옥정을 패션디자이너로 설정한 것이나 하이힐을 착용한 것이 논란을 빚은 것처럼 시청자들이 기대하는 사극과 과도한 상상력이 충돌을 일으키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여배우들이 앞머리를 내고, 시대에 맞지 않는 복식 등도 "아무리 퓨전이지만 너무하다"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상황은 이렇지만 전통상황이 설 곳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유일하게 전통 사극의 명맥을 이어가던 KBS 측은 제작비 등을 이유로 "1년에 1편만 대하 사극을 제작하겠다"고 밝혔다. 때문에 ''대왕의 꿈'' 후속으로 방영될 대하드라마는 현재 편성조차 되지 않았다. [BestNocut_R]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사극이 역사의 틀을 벗어나 이야기의 틀로 넘어온 대세의 흐름은 바꾸기 어려울 것이다"면서도 "너무 역사를 버리고 가다 보니 사극의 무게감이 사라지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