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의 '간판' 박지성(30.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31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가대표팀 은퇴를 공식 선언한 뒤 팬들에게 손인사를 하고 있다. 박지성은 지난 2000년 4월 5일 라오스를 상대로 A매치 데뷔전을 치른 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과 지난해 남아공 대회 16강을 이끄는 등 11년 간 A매치 100경기에서 13골 13도움을 기록하며 한국 축구의 대들보로 자리매김해 왔다. 오대일기자
월드컵 출정식이 열리는 날 홈 팬들을 얼어붙게 만든 강력한 한방 그리고 상대를 침묵에 빠뜨린 세리머니. 어디서 본듯한 장면, 하지만 매너의 있고 없고의 차이는 너무나 컸다.
2010년 5월 일본 사이타마 스타디움에서 한일전이 열렸다. 일본은 남아공월드컵을 앞두고 열린 마지막 A매치 홈경기를 맞아 한국을 제물삼아 월드컵 출정식을 자축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었다. 사이타마 스타디움은 2002 한일월드컵 개막전이 열린 일본 축구의 성지다.
박지성이 모든 것을 잠재웠다. 전반 6분만에 선제 결승골을 터뜨렸다. 박지성은 일본 관중석에 시선을 고정한 채 마치 산책을 하듯이 유유히 그라운드를 질주했다. '울트라 닛폰(일본 서포터)'은 침묵에 잠겼다.
반면, 지난 18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벌어진 2014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이란 대표팀은 3년 전과 비슷한 것 같지만 전혀 다른 장면을 연출했다.
이란은 한국 대표팀의 월드컵 출정식이 예정된 울산을 분노의 도시로 만들었다. 1-0으로 승리한 것까지는 좋았다. 그러나 승리 세리머니가 정도를 넘었다.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은 한국 벤치를 향해 '주먹감자'를 날렸다. 국기를 들고 그라운드를 달리는 선수들은 시도 때도 없이 한국 선수단을 자극했다. 수준 이하였다.
이란의 '막장' 행동은 3년 전 박지성이 얼마나 매너있게 대처했는가를 떠올리게 했다.
당시 박지성은 "경기 전 선수 소개 때 야유를 퍼부은 울트라 닛폰에게 보내는 세리머니였다"고 말했다. 일본 팬들은 아마도 자극을 받았겠지만 상대 선수단을 향한 분노로 이어지진 않았다.
이래저래 박지성을 떠올리게 하는 경기였다. 박지성은 2011년 아시안컵에서 A매치 100경기 출전을 채우고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다. 하지만 '영원한 캡틴'을 다시 보고싶다는 목소리는 끊이질 않았고 최근 대표팀의 부진한 행보에 박지성을 향한 그리움은 더욱 증폭됐다.
이청용에게 박지성의 대표팀 복귀 가능성을 묻자 그는 "형이 고집이 세서 우리가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라는 재치있는 답변을 내놓았다. 현실로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해도 팬들의 간절함은 브라질월드컵 엔트리가 발표되는 날까지 유지될 것 같다.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하고도 누구도 웃지 못한 밤이 지나고 놀라운 소식이 축구 팬들에게 전해졌다. 한 매체의 단독 보도를 통해 박지성과 김민지 SBS 아나운서의 열애 소식이 공개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