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승엽이 352호 홈런으로 프로야구 최다 홈런 기록을 세웠다. (자료사진=삼성 라이온즈)
352홈런. 하나하나 기억하기도 힘든 숫자다. 하지만 이승엽(37, 삼성)의 머릿속에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르는 홈런도 여럿 있다. 이승엽은 "352개의 홈런이 다 기억나지 않지만 중요한 홈런들은 아직도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승엽이 직접 꼽은 최고의 홈런은 무엇일까.
#1 아시아 신기록 세운 56호 홈런2003년 이승엽은 한 시즌 아시아 최다 홈런을 향해 달렸다. 종전 기록은 일본프로야구에서 오 사다하루, 터피 로즈, 알렉스 카브레라 등 3명이 보유한 55홈런. 이승엽은 9월25일 광주 KIA전에서 55호 대포를 쏘아올리며 타이 기록을 만들었다.
정확히 1주일이 흐른 10월2일 대구구장. 이승엽은 2회말 롯데 이정민을 상대로 대망의 56호포를 날렸다. 4번 타자로 출전한 이승엽은 2회말 무사 주자 없이 볼카운트 1-1 상황에서 이정민의 137km 직구를 받아쳐 가운데 담장을 넘겼다. 한국프로야구를 넘어 아시아 최다 기록인 만큼 이승엽의 머릿속에 가장 진하게 남아있는 장면이다.
이승엽은 "그 때는 진짜 잘 맞았다. 느낌이 정말 좋았고, 맞는 순간 직선으로 담장을 넘어갔다"고 떠올렸다.
#2 극적인 홈런왕 타이틀 따낸 47호 홈런2002년 이승엽은 심정수(은퇴)와 치열한 홈런왕 경쟁을 펼쳤다. 시즌 막판 46홈런으로 심정수와 공동 선두였다. 특히 심정수가 6경기에서 4개를 친 반면 이승엽은 7경기에서 단 1개에 그치는 등 페이스가 좋지 않았다. 심정수가 2경기, 이승엽이 4경기를 남겨 여전히 유리한 상황이었지만 좀처럼 홈런이 터지지 않았다.
10월20일 광주 KIA전. 이승엽의 마지막 경기였다. 잔뜩 힘이 들어간 탓에 이승엽의 방망이는 연신 헛돌았다. 게다가 삼성이 2-5로 뒤지면서 2002년은 공동 홈런왕으로 흘러가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8회말 극적으로 5-5 동점이 됐고, 결국 연장에 들어가면서 이승엽이 다시 타석에 섰다. 하지만 이승엽은 6타석에서 볼넷 1개를 얻어낸 것이 전부였다.
연장 13회초 이승엽은 7번째 타석에 설 기회를 잡았다. 상대 투수는 오봉옥. 이승엽은 오봉옥의 3구를 걷어 올려 우중간 담장을 훌쩍 넘겼다. 마지막 경기에서, 그것도 연장전에서 홈런왕을 확정하는 짜릿한 홈런이었다.
#3 프로 데뷔 첫 홈런이승엽은 1995년 프로에 데뷔했다. 고교 시절 투수로 이름을 날렸던 이승엽은 프로 입단과 함께 타자로 전향했다. 그 때만 해도 이승엽이 '국민타자'가 될 거라 예상한 사람은 드물었다. 그렇기에 첫 홈런은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다.
1995년 5월2일 광주 해태전. 이승엽은 6회초 당대 최고의 언더핸드 투수였던 이강철과 맞대결을 펼쳤다. 그리고 볼카운트 1-1에서 3구째를 제대로 잡아당겨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솔로포를 날렸다. '국민타자'의 시작을 알리는 값진 홈런이었다. 이강철 넥센 수석코치가 "이승엽은 내가 키웠다"고 말할 정도로 첫 홈런과 함께 이승엽의 홈런 인생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