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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일보냐, 공약후퇴냐…4대 중증질환案 엇갈리는 평가

보건/의료

    진일보냐, 공약후퇴냐…4대 중증질환案 엇갈리는 평가

    위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음. (자료사진)

     

    정부가 26일 발표한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안을 두고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건강보험 보장성을 보다 강화하는 조치라는 긍정적 평가가 있는 반면, 환자들의 부담이 큰 3대 비급여 항목에 대한 대책이 없어 반쪽짜리 공약이라는 비판도 일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의료 공약이자, 주요 국정과제인 4대 중증질환 국가 보장을 위해 정부는 5년간 9조원 가량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건강보험 적용이 안되는 초음파, MRI 등 각종 검사와 고가항암제, 수술 및 수술재료들을 급여로 전환해 환자 부담을 줄인다는 것이다.

    ◈ '선별급여'…보장성 강화하는 묘안 vs 실효성 적어

    눈에 띄는 것은 새롭게 도입된 '선별급여'이다. 선별급여는 급여와 비급여의 중간 개념으로 필수 의료는 아니지만 환자들이 많이 찾는 고가의 치료에 대해서 20~50%까지 보험료를 지원하는 것이다.

    비급여 항목이 해마다 늘어 환자들의 부담이 커진 점을 감안하면, 선별급여를 통해 이를 관리 가능한 건강보험 영역으로 끌어들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진석 서울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선별급여의 기본 방향은 긍정적이다"면서 "비급여 영역을 건강보험으로 대거 흡수하기 위해서는 본인 부담율을 차등화해서라도 넣는 방식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비급여 영역은 건강보험 영역 밖에서 비대화되고 있었지만, 선별급여를 도입하면 비급여를 대거 흡수 및 관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다는 것이다.

    최영현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급여체계의 가장 큰 변화가 아닐까 생각된다"면서 "지금까지 약가인하 등 보장성 확대를 위한 여러가지 제도개선이 이뤄져 왔는데 이번에는 급여체계를 보다 근본적으로 개편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4대 중증질환에 대해 우선 도입한 선별급여를 점차 다른 질환으로 확대해 비급여 항목을 줄여나간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정부가 야심차게 준비한 선별급여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남은경 경실련 사회정책팀장은 "비용 효과적이지 않은 진료를 선별적으로 급여화하는 것은 균등급여를 보장하는 건강보험의 원리에 맞지 않다"면서 "오히려 수가를 올리는 방향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은정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는 "비급여에 있던 부분들을 관리 가능한 영역으로 포함한 것 자체는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면서 "다만 선별급여라고 해도 환자 부담이 50~80%로 커서 실질적인 의료비 경감으로 이어질 수 있을 지는 미지수이다"고 평했다.

    ◈ 말 많던 3대 비급여는 빠져…타질환과의 형평성 문제 해결해야

    무엇보다 가장 큰 쟁점은 대선 당시부터 논란이 됐던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비, 간병비 등 3대 비급여 항목이 보장안에서 제외됐다는 것이다.

    3대 비급여 항목은 대선에서도 공약에 포함되느냐, 아니냐를 두고 상대 후보와의 TV 토론에서 치열한 공방이 일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는 3대 비급여 항목은 원래부터 포함되지 않았다고 밝혀 공약 후퇴, 말바꾸기 논란이 불거졌다.

    정부는 연말까지 관련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비급여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이들 3대 항목의 대책이 빠진 것에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건강세상네트워크, 경실련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26일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의료비 부담의 본질인 3대 비급여 문제를 회피했다"면서 "정부의 4대 중증질환 100% 국가보장은 보장성 개선과 무관한 거짓공약이며 대국민 사기극의 전형이다"고 반발했다.

    4대 중증질환 환자들의 비급여 항목 중 가장 비중이 높은 항목들은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로 이들 항목이 전체 비급여 비용 중 차지하는 비율은 암 환자는 49%, 심장질환은 51%, 뇌혈관질환 45%, 희귀난치성 질환 42%에 이른다는 것이다.

    여기에 연 2조원 규모의 간병 부담까지 감안하면 3대 비급여의 대책 마련이 환자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는 핵심 과제라고 이들은 주장한다.

    이 밖에 4대 중증질환에 혜택이 집중되면 다른 질환과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애초에 특정 질환을 타깃으로 한 정책이 가지고 있는 한계이기도 하다.

    이번 보장안에 5년간 필요한 재원은 9조원으로 정부는 상당 부분을 6조원 가량의 건강보험 적립금을 통해서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야 할 적립금을 4대 중증질환에 집중하면 다른 질환과의 보장률 격차를 심화시킬 수 있다.

    이처럼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가운데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법과 실행 계획이 뒷받침 돼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또 타질환과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 등 고질적인 비급여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RELNEWS:right}

    김은정 참여연대 간사는 "9조원의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지, 급여와 선별급여로 전환되는 항목이 어떤 것들인지 자세하게 밝혀지 않았다"면서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내놓고, 타 질환에 대해서도 보장성을 강화하는 안을 추가로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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