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집에 놀러가도 돼요?”, “콜! 대신 감독님은 빼고!”
혹독할정도로 서늘하고 냉철한 마여진 선생님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대신 푼수같은 이모, 옆집 누나의 푸근한 모습만 남아있을 뿐이다.
MBC 수목드라마 ‘여왕의 교실’(극본 김원석 김은희 연출 이동윤) 기자간담회가 열린 경기도 일산 MBC드림센터 다목적실. 드라마 타이틀롤 고현정이 아역배우들을 향해 대화의 장을 열어주자 긴장했던 아역배우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재잘재잘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저희들끼리 대기실에서 재미있는 사진도 많이 찍었어요. 이제 방학하면 (고현정) 선생님 집에 놀러가도 될까요?” 순간 머뭇거리던 고현정은 이내 “콜”을 외치며 “전원 다 오는 걸로! 감독님은 빼고! 음식은 시켜먹는걸로!”라고 주의사항을 던졌다.
배우 고현정이 달라졌다. 촬영장에서 오해를 살만큼 ‘기 센 배우’로 명성이 자자했던 그다. 하지만 ‘여왕의 교실’ 촬영현장만큼은 달랐다. 아역배우들을 ‘배우’라고 존칭했고 주인공이 아닌 다른 6학년 3반 보조 아역 출연자들과도 허물없이 농담을 하며 촬영현장을 즐겼다.
고현정은 “한번은 주인공 아역배우들이 촬영을 하고 있는데 다른 6학년 3반 친구들이 머뭇거리다 제게 와서 ‘선생님! 지구상에서 축구공이 가장 많은 나라가 어딘지 아세요?’라고 물었다. 잘 모르겠다고 했더니 ‘남아공이요’라고 하더라”라며 “이런 류의 농담을 반복하는데 동시녹음을 진행하는 현장에서 자꾸 웃어서 스태프들에게 주의를 듣기도 했다”라고 웃어보였다.
아역배우들과 함께 수영장에서 입수하는 장면을 촬영하며 여자 아역배우들의 생리날짜를 체크한 이도 고현정이다. 고현정은 “아역배우들의 노출장면인데 감독님도 남자분이라 아무도 얘기하지 못할 것 같더라. 곤란한 문제인데 나밖에 얘기할 사람이 없을 것 같아 배려할 수 있다면 집중해서 안전하게 찍어야할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여왕의 교실’은 고현정이 2005년 복귀 이후 가장 최하 시청률을 기록한 작품이다. 드라마는 방송 이래 한자릿수 시청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고현정은 “시청률이 잘 안나와서 내가 미안하다”라면서도 “내가 언제 이런 친구들과 연기하겠나. 여름이라 힘들고 땀이 나긴 하지만 눈에 담아두고 싶다. 다시는 올 수 없는 순간들이 가고 있다”라며 드라마를 마친 뒤 아역 배우들과 해후를 약속했다. 지금은 볼 수 없는 자신의 두 자녀대신 어린 후배들과 현장을 즐기는 모습에서 ‘엄마’ 고현정의 향기가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