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고추의 매운 맛을 제대로 보여줬다. 120분의 혈투 그리고 9번째 키커까지 나와야 했던 마지막 승부차기. 20세 이하 선수들로 구성된 태극전사들은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그 결과 8강 진출이라는 값진 성과를 이뤄냈다.
20세 이하 축구 대표팀이 올해 남미를 평정한 강호 콜롬비아를 제압하고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16강 관문을 통과했다.
이광종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4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터키 트라브존의 후세인 아브니 아케르 스타디움에서 개최된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콜롬비아와의 16강전에서 연장전까지 1-1로 팽팽한 균형을 유지한 채 맞이한 승부차기에서 접전 끝에 8-7로 승리했다.
그야말로 한편의 스릴러 같았다. 전반 16분만에 선제골을 넣은 한국은 후반 종료 직전에 동점 프리킥을 얻어맞고 그대로 무너지는 듯 보였다. 하지만 기세가 오른 콜롬비아에 맞서 경기를 승부차기로 끌고가는 저력을 보였다.
승부차기의 긴장감은 가히 '역대급'이었다. 한국에게 먼저 위기가 찾아왔다. 두번째 키커로 나선 선제골의 주인공 송주훈이 때린 공이 허공을 가른 것이다.
하지만 골키퍼 이창근이 송주훈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콜롬비아의 세번째 키커 아길라르가 때린 어설픈 슛을 넘어지며 잡아내 승부를 다시 원점으로 되돌렸다.
이후 양팀 선수들은 끊임없이 골을 터뜨렸다. 긴장감이 최고조로 달아오른 9번째 키커 대결에서야 승부가 갈렸다. 먼저 공을 찬 이광훈이 여유있게 골을 넣은 반면, 콜롬비아 발란타가 때린 공은 골대를 넘어 관중석으로 향했다.
극적인 8강 진출, 이처럼 한편의 영화 같았다.
이로써 한국은 2009년 이후 4년만에 처음이자 U-20 월드컵 사상 4번째 8강 진출에 성공했다.
20세 이하 축구 대표팀이 이 대회에서 거둔 역대 최고의 성적은 1983년 멕시코 대회에서 달성한 4강 진출이다. 당시 4위를 차지하며 세계 축구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한국 대표팀이 처음으로 '붉은 악마'라는 별명을 얻은 대회다.
조별리그 B조에서 1승1무1패로 3위를 차지, 와일드카드 자격으로 16강에 오른 한국보다는 콜롬비아의 우세가 예상된 경기였다. 콜롬비아는 C조에서 2승1무로 1위에 올랐고 올해 초 열린 남미 U-20 선수권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해 기세가 드높았다.
게다가 한국은 지난 5월에 열린 프랑스 툴롱컵에서 콜롬비아에 0-1로 패한 바 있다. 또한 조별리그에서 2골을 넣은 미드필더 류승우가 부상으로 결장해 우려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광종 대표팀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한국 속담에 작은 고추가 맵다는 말이 있는데 그 매운맛을 보여드리겠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3회 연속 16강 진출로 1차 목표를 달성한 20세 이하 태극전사들에게는 두려움이 없었다.
조별리그 3경기에서 모두 초반 선제골을 허용한 바람에 고전했던 한국은 이날 전혀 다른 경기 양상을 보였다.
전반 16분만에 먼저 골을 터뜨렸다. 세트피스 상황에서 권창훈의 헤딩 패스가 공격 가담에 나선 송주훈에게 연결됐다. 송주훈은 페널티박스 안쪽 정면에서 몸을 돌려 왼발슛을 작렬, 골키퍼를 제치고 골대 오른쪽 구석을 날카롭게 찔렀다.
이후 한국은 콜롬비아의 공세를 침착하게 막아냈다. 좀처럼 빈틈이 없었다. 그러다 후반 추가시간에 반전이 일어났다. 페널티박스 왼쪽 바깥쪽에서 퀸테로가 찬 프리킥이 한국의 골망을 갈랐다. 1-1 동점, 후반 정규시간이 모두 끝나고 4분이 지난 뒤였다.
퀸테로의 동점골이 터지자마자 후반전이 끝났다. 양팀 선수들은 지친 가운데 연장 전후반 30분을 소화했다. 이렇다 할 공방없이 경기는 마지막 승부차기로 접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