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은 동료와 후배를 위함이라는 명분으로 자신의 선수 생명을 걸고 국제배구연맹과 한국배구연맹, 대한배구협회와의 외로운 싸움을 자처했다. 윤성호 기자
'김연경 사태'가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표류하는 거취 논란에 자칫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은 그의 모습을 볼 수 없을 위기에 놓였다.
김연경(25)은 15일 서울 세종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다. 지난해 런던올림픽 이후 계속되고 있는 자신의 소속 논란이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선수로서 제시할 수 있는 최후의 카드를 꺼냈다.
쟁점은 1년 전이나 지금이나 분명하다. 김연경의 소속이다. 선수 측은 2012년 6월30일을 끝으로 흥국생명과의 계약이 만료돼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다고 주장하는 반면, 흥국생명은 FA자격을 얻기 위해 국내에서 6시즌을 뛰어야 하지만 김연경은 2시즌이 남아 여전히 소속 선수라고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같은 문제로 김연경과 흥국생명이 대립하자 정치권과 체육계가 모두 나섰지만 결과는 임시적인 권고에 그쳤다. 다시 1년 만에 양 측은 같은 주제로 다시 팽팽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국제 배구계 최상위 단체인 국제배구연맹(FIVB)는 지난해 9월 선수와 구단, 협회가 맺은 협의에 따라 김연경을 흥국생명 소속으로 결정했다. 하지만 김연경은 당시의 합의 자체가 불공정했다고 주장하며 무효로 할 것을 재차 주장하고 나섰다.
이 가운데 지난 1일 한국배구연맹은 지난해에 이어 다시 한 번 김연경을 임의탈퇴선수로 구분했다. 흥국생명이 김연경을 규정 위반을 이유로 임의탈퇴 처리할 것을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김연경은 발끈했다. 지난 10일 한국배구연맹(KOVO)에 자신의 임의탈퇴 이유가 된 규정에 대한 질의와 결정에 대한 이의를 신청했다. 이에 앞서 5일에는 대한배구협회에 지난 시즌 페네르바체(터키)와 맺은 계약의 정당성을 FIVB에 질의해 줄 것을 재차 요청했다.
이와 더불어 "현 상황이 배구협회의 불공정한 중재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며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 혹은 국내법에 따른 결론이 날 때까지 임시국제이적동의서 발급 동의를 요구했다.{RELNEWS:right}
김연경은 자신의 요구대로 상황이 전개되지 않을 것을 대비해 V리그 복귀 불가와 함께 국가대표팀 잠정 은퇴라는 충격적인 카드를 꺼내 들었다. 최악의 경우였던 귀화 선언은 아니었지만 본인 스스로 자신의 선수 인생을 걸었다고 표현했을 정도로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