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연립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이 참의원 선거에서 대승을 거두면서 한ㆍ일 관계에도 적잖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이번 승리를 계기로 다시 민감한 외교적 사안에 손을 뻗을 가능성이 높아 역사와 영토 문제를 두고 일본과 갈등관계에 있는 한국, 중국 등 주변국 입장에서는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 언론은 21일(현지시간) 참의원 선거에 승리한 아베 정권이 이웃국가들의 갈등이 심화할 것으로 우려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인터넷판에서 "이번 승리로 아베 총리는 최근 약 10년간 어떤 일본 지도자도 갖지 못한 국정장악력을 확보하게 됐다"면서 "이런 정치력을 바탕으로 경제ㆍ외교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열렬한 국수주의자(nationalist)로 알려진 아베 총리는 더 대담하게 아시아 역사에 대한 수정주의적 시각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는 중국과 한국 침략을 부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또 일본 내의 야권에서도 아베 총리가 우경화된 목표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면서 역사 교육과 자위대 역할 강화, 중국과의 영유권 분쟁 등을 주요 시나리오로 꼽았다.
이어 신문은 아베 총리의 근본적인 목표 가운데 하나가 이른바 '보통국가'로 전환하는 것으로, 이는 평화헌법 개정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국내외적으로 파장과 논란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AP통신도 이날 연립여당의 참의원 선거 대승 소식을 전한 뒤 "이번 승리는 '매파'인 아베 총리에게 평화헌법 개정을 비롯한 보수정책 목표를 추진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면서 "이는 이웃인 중국과 한국과의 관계를 더 손상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동안 아베 총리는 국내외에서 논란이 될 만한 정치ㆍ안보ㆍ역사적 현안들에 대한 언급을 피하며 경제 정책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명칭)의 날' 중앙정부 행사화, 일본의 이웃국가 침략을 인정한 무라야마 담화 수정 등 한국과 중국이 민감하게 반응할 만한 현안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했다.
하지만 아베 총리가 목표한 대로 선거를 승리로 이끈 상황에서 중장기적으로 극우 행보를 추진하는 전략을 짤 가능성이 높다.
2주간의 선거운동 기간에 이 문제를 거의 언급하지 않았던 아베 총리는 선거 직전 도쿄에서 한 유세에서 "우리는 일본의 영토와 영해에서 국민을 지킬 것"이라면서 "자랑스러운 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헌법을 개정하자"고 강조했다.
당장 올해 10월 집단적 자위권에 대한 정부 해석을 바꾸기 위한 논의가 시작된다. 또 연말에는 일본의 방위대강 개편안이 나오고 자위대에 선제공격 권한을 부여하는 등 국방력 강화가 본격화한다.
일각에서는 일본이 한동안은 현실적인 외교정책을 추진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과거사 문제와 영토분쟁 등으로 아직 한국ㆍ중국과 한 번도 정상회담을 갖지 못한 상황에서 주변국과의 외교를 파국으로 몰아가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태평양전쟁 패전기념일인 8월 15일 아베 총리와 아소 다로 부총리,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등 핵심 실세 4명이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할지 여부가 향후 한ㆍ일 관계를 판단하는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