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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만에 다시 뭉친 '설국열차' 주역들…"가족 만나 기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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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년 만에 다시 뭉친 '설국열차' 주역들…"가족 만나 기뻐"

    봉준호 감독, 배우 송강호, 틸다 스윈튼, 크리스 에반스, 고아성 기자회견

    왼쪽부터 봉준호 감독, 크리스 에반스, 틸다 스윈튼, 고아성, 송강호.

     

    31일 개봉을 앞둔 화제작 '설국열차'의 주역들이 1년 만에 다시 한 자리에 모였다.
     
    설국열차를 연출한 봉준호 감독과 주요 출연진인 송강호, 크리스 에반스, 틸다 스윈튼, 고아성은 29일 서울 여의도동에 있는 콘래드 호텔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지난해 4월부터 7월까지 3개월 동안 체코 바란도프 스튜디오에서 72회차 촬영을 진행하면서 친분을 쌓았고, 반란의 리더 커티스 역을 맡은 크리스 에반스와 열차의 2인자인 총리 메이슨으로 분한 틸다 스윈튼은 영화 홍보차 전날 인천공항을 통해 한국을 찾았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틸다 스윈튼은 "설국열차를 함께 만든 가족들과 다시 만나 기쁘고 들뜬 마음으로 이 순간을 기다려 왔다"며 "전 세계에서 최고의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영화인들과 함께 작업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크리스 에반스는 "어제 공항에 도착했을 때 너무 많은 분들이 환대를 해 줘서 집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며 "미국 외 아티스트들과 함께 작업하는 것은 새로운 경험이었고, 설국열차를 찍으면서 세계관을 넓힐 수 있었다"고 전했다.
     
    송강호는 쟁쟁한 실력의 유명 배우들과 함께 작업했던 경험에 대해 "늘 하는 말이지만 서양 배우든, 동양 배우든 서로 노력하고 격려하고 공부하는 모든 과정은 다 똑같은 것 같다"며 "틸다와 크리스처럼 평소 존경하고 좋아했던 배우들과 함께 한 기억은 평생 잊지 못할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고 했다.
     
    고아성도 "크리스와 틸다가 캐스팅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믿기지 않는 마음으로 그들이 출연한 영화를 봤는데, 함께 일하면서 행복하게 촬영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봉준호 감독은 "한국이냐 외국이냐는 배우들의 국적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같은 목적을 갖고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과정이 즐거웠다"며 "다른 영화에서도 여러 나라의 배우, 스텝들이 뒤엉켜서 작업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식의 영화는 앞으로 더 많이 나올 것이고 자연스러운 현상이 될 것"이라고 했다.
     
    프랑스 만화인 설국열차를 영화화하게 된 계기에 대해 봉 감독은 "기차 칸별로 계급이 나뉘어 있다는 원작 만화의 위대한 발상과 SF영화로서 인간 사회의 모습을 단순화하고 극단화시켜 그 틀 안에서 보여 줌으로써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모습을 되돌아볼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 이끌렸다"며 "힘 있는 자와 그렇지 않은 자로 세상이 나뉘어 있다는 보편적인 이야기 구조를 통해 바둥거리는 인간들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도 저렇게 살고 있을지 몰라'라고 느낄 수도 있을 텐데, 그 핵심에 계급, 계층의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틸다 스윈튼

     

    설국열차에 출연하게 된 이유에 대해 틸다 스윈튼은 "바로 봉준호다. 이미 알던 그의 작품뿐 아니라 사람됨 때문이기도 한데, 2년 전 그를 처음 만나 빠르게 친구가 됐고 유치원에서 즐겁게 놀자는 느낌으로 함께 작업을 했다"며 "누가 어디에서 왔냐에 신경 쓰지 않고 덩치 큰 가장인 봉 감독의 가족 구성원으로서 서로에게 영감을 줬고 마치 고향인 스코틀랜드에 있는 느낌이었다"고 전했다.
     
    크리스 에반스는 "사실 영화에서는 감독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작품을 고를 때 감독을 우선시한다"며 "영화화되면 좋지 않은 작품이 만들어지기도 하는데 인물을 살리는 것이 감독의 능력이라는 점에서 봉 감독은 세계 최고"라고 했다.
     
    틸다 스윈튼은 극중 들창코에 틀니를 낀, 평소 모습을 찾기 힘들 만큼 강도 높은 변신으로 화제를 모았다.
     
    그는 "메이슨은 첫 시나리오에서는 평범한 양복을 입은 남자로 설정돼 있었지만 내가 맡으면서 '기차를 타기 전에는 어떤 인물이었는지' '그의 가방에는 무엇이 들었는지' 등을 신나게 상상했다"며 "과거와 현재의 지도자들을 담은 다큐멘터리에서 이들이 자신에게 훈장을 잔뜩 수여하고 괴상한 분장을 하거나 직접 디자인한 제복을 입기도 하는 것을 보면서 메이슨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고 했다.
     
    이어 "이 영화를 리더십에 관한 것으로 봤을 때 둘 다 이인자인 메이슨과 커티스는 윗사람을 따르는 역할로서 서로 균형을 잡아주는 것 같다"며 "많은 사람 앞에서 확신에 찬 연설을 하려면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지 등 리더라는 가면에 대해서 굉장히 흥미롭게 여겨 '이런 캐릭터 속에 인간의 마음, 곧 심장이 있는가'부터 고민했다"고 덧붙였다.
     
    틸다 스윈튼과 크리스 에반스의 인상에 대해 송강호는 "배우들이 모여서 첫 대본을 읽는 날이었는데 틸다가 멀리서 걸어 오는 모습을 보면서 '저것이 배우구나'라는 압도적인 존재감에 감탄했었다"며 "연기 면에서는 각국 배우들의 스타일이 틀린 점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원칙을 지키면서 그 안에서 창의적으로 적극적으로 감독에게 제안하는 모습은 한국 배우들과 닮았다는 생각을 했고 그 점에서 동질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고아성은 "연기할 때 대사 외에도 눈빛, 몸짓 등 암묵적으로 주고 받는 것들이 많다는 점에서 처음에는 한국 배우들과 연기할 때보다 부족하지 않을까 했는데 괜한 걱정이었다"며 "틸다와는 아쉽게도 마주치는 장면이 없었지만, 크리스와 연기할 때는 상대 배우를 잘 배려해 주는데다 깊은 눈을 갖고 있어서 한껏 몰입할 수 있었다"고 했다.
     
    크리스 에반스

     

    송강호 고아성에게 받은 인상에 대해 크리스 에반스는 "문화적 차이 때문인지 미국 배우들이 한국 배우들보다 시끄럽고 수다스러운 것 같은데, 한국 배우들이 촬영장에서 연기하는 모습을 한 번 본 순간 몰입하는 정도가 놀랍다는 것을 알았다"며 "고아성의 경우 암울하고 슬픔으로 가득한 기차 안에서 순수한 모습으로 희망을 제대로 대변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틸다 스윈튼 역시 "영화를 통해 둘을 처음 봤을 때 너무 강렬한 인상을 받았고 실제 만났을 때도 열정과 재치는 물론 살아 있고 깨어 있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기대대로였다"며 "그들의 연기를 지켜보는 것이 너무 즐거웠는데 예측할 수 없는 자유로움으로 영화적인 꿈을 만드는 위대한 예술가"라고 했다.
     
    봉준호 감독에 대한 배우들의 믿음도 컸다.
     
    틸다 스윈튼은 "봉 감독의 영화를 보면 그는 본인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정확히 아는 사람으로, 그러면서도 촬영이 시작되는 순간 배우들에게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은 대단했다"며 "그는 인간적인 불꽃을 가진 진정한 장인"이라고 전했다.
     
    크리스 에반스는 "모든 아티스트가 함께 일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감독의 역할인데 봉 감독은 자신의 비전을 강요하지 않고 배우들의 매력을 최대한 이끌어내는 협업을 이끄는 능력을 가졌다"며 "배우들이 어떤 생각읋 하는지 호기심을 갖고 대화를 이끌어서 안심하고 일할 수 있었다"고 했다.
     
    고아성은 "감독님은 설국열차의 절대자인 윌포드 같은 존재로 배우들과 스텝들이 기차를 탄 승객처럼 느끼게 할 만큼 절대적인 신뢰가 있었다"고 말했다.
     
    송강호는 "배우 입장에서 봉 감독은 매번 당황스럽게 만드는 감독으로 배우가 단 한 순간도 머리를 쓰지 않으면 어떤 식으로든 혼란의 구렁텅이에 집어넣어 버린다"며 "그와 함께 작업하면 치매 걸릴 일은 없을 것 같다"고 전했다.
     
    이렇듯 개성 강한 배우들에게 봉준호 감독이 이끌어내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봉 감독은 "틸다의 경우 설국열차 외에도 아주 많은 작품에서 늘 놀랍고 다른 캐릭터로 변신해 왔는데, 그럼에도 '최고로 신선하고 충격적인 모습의 극한까지 가 보자'며 외모뿐 아니라 내면까지 캐릭터에 접근했다"며 "주인공인 크리스는 전투와 액션을 반복하는 히어로가 아니라 가슴 속에 상처와 슬픔을 가진 인물로서 갈수록 고독해지는 상황에서 후반부 독백을 공들여 찍어보자고 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이어 "고아성은 덜컹거리는 열차에서 태어나 우리 세대의 감성과는 틀린 묘하고 야릇한 느낌의 새로운 인류를 표현하고 싶었고, 송강호 선배는 배역에 대한 본인만의 방식과 클래스가 있는 존경하는 배우로서 전작 '살인의 추억' 속 '밥은 먹고 다니냐'는 대사를 듣고 전율했던 것처럼 그가 이 작품을 어떻게 해석하고 소화하는지를 기대하면서 지켜보는 입장이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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