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하정우가 영화 '군도'로 삭발하기에 앞서 촬영한 사진(영화사 제공)
"반응이 이 정도일 줄 몰랐다."
영화 '더 테러 라이브' 개봉을 앞두고 만난 주연배우 하정우(35)가 내뱉은 첫마디다.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와 같은 날 개봉하면서 마치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비춰진게 사실이다.
하지만 언론시사 이후 호평에 힘입어 개봉 전 주말 유료시사회를 진행한 이 영화는 12만명을 모으며 박스오피스 7위에 올랐다. 30일 오후 예매율 1위 설국열차와 점유율 차이는 크나 2위로 올라섰다.
하정우는 "기대 이상"이라며 "김병우 감독과 3일 연속 술을 마셨다. 싱숭생숭하면서 긴장돼서 그랬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31일 개봉하는 더 테러 라이브는 한강 폭탄테러범과의 전화연결을 독점 생중계하게 된 한때 국민앵커였던 윤영화의 추락과 인간이 뒷전인 우리사회 구조적 문제를 실시간 재난방송을 통해 속도감있게 그려낸 재난스릴러.
하정우는 뉴스룸이란 제한된 공간에서 속보를 전하는 앵커의 자세로 연기를 펼치는, 쉽지 않은 도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해내며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를 다시금 확인시켰다. 다음은 하정우와 나눈 일문일답.
첫 연출작 '롤러코스터' 후반작업과 차기작 '군도' 촬영 준비로 시간적 여유가 없는데도 이 영화에 출연했다.작년 3월, 씨네2000에서 제작한 영화 '시체가 돌아왔다' 뒷풀이 장소에 갔다가 이춘연 대표에게 택시비 5만원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시체가 돌아왔다에는 영화 '베를린'에서 함께 작업한 류승범이 출연했다.) 어른이 용돈을 주시니 감사히 받았는데, 그때 "조만간 줄게있다"고 하셨다. 얼마 뒤 시나리오를 주셨는데 시간이 여의치 않아 정중히 거절했다. 다시 연락왔고 또 거절했더니 "모니터만 해달라"고 하셨다.
시나리오를 읽고 비범한 영화가 나올 것이라고 감 잡았나?첫느낌이 범상치 않았다. 악조건 속의 한 사람이 계속 같은 공간에 있는데도 속도감 있게 잘읽혔다. 참신함 그 이상의 느낌을 받았다. 막상 감독을 만났는데 대찬 시나리오만큼 사람도 대차더라. 기존 영화를 편집한 2분짜리 영상을 보여주면서 이렇게 찍을거라고 했는데, "진짜 물건하나 나왔다"고 속으로 생각했다.
테러와 뉴스생중계 등 도전적인 요소도 많은 이야기다. 가장 먼저 컴퓨터 그래픽의 완성도가 걱정됐다. 마포대교 폭발, 건물 붕괴 등 CG가 사실적으로 뒷받침돼지 않으면 그냥 웃긴 촌극이 될 수 있으니까. 김병우 감독이 단편 '리턴'(2008) 찍고 한 5년간 이 영화에만 매달렸더라. 제작비의 상당부분을 CG에 투자하고, 흔들리는 짐벌세트를 이용한다는 등 머릿속에 다 준비돼있었다.
러닝타임 97분동안 하정우가 등장하지 않는 장면이 거의 없을 정도로 '하정우의 원맨쇼'나 다름없는 영화다. 지루하지 않을까, 걱정 많이 했고 어떻게 이겨낼까, 고민 많이 했다. 관객들이 윤영화의 어떤 모습을 제일 보고 싶을까, 그걸 연기하는 하정우에게 무얼 보고 싶을까? 윤영화가 잡은 기회가 알고 보면 재난인데 그로 인한 '멘붕'을 잘 계산해 포인트로 보여주면 흥미롭겠다. 당황해 머뭇거리고, 살이 떨리고, 토할 거 같고 그런 표현 연기에 신경썼고, 방송 중일 때와 아닐 때 급격하게 차이나는 캐릭터로 보는 재미를 더했다.
더 테러 라이브 포스터
앵커란 특수직업에 대한 준비는 어떻게 했나? 대사량도 엄청났다.너무 똑부러진 아나운서 말투면 오히려 영화가 지루할 것이라고 봤다. 다행히 기자 출신 앵커라 화술의 자유가 있었다. 그래서 외양은 앵커나 목소리는 오히려 배철수의 음악캠프처럼 했다. 대사는 한 3개월간 반복해 외웠다.
뉴스룸에 혼자 앉아 촬영하는 어려움은 어땠나?한달간 세트 촬영하느라 답답했다. 촬영 자체는 모든 것이 실제 상황이라 많이 도움됐다. 책상 위의 전화기, 무전기, 휴대폰 그리고 제 귓에 꽂힌 이어링이 다 작동됐다. TV모니터도 마찬가지고. 테러범 역할의 배우가 밖에서 전화를 걸면 전화기가 울리고 제가 그걸 받아서 연기했다. 좋은 점은 (발부분이 안나와서) 제 운동화 신고 찍었다.
베를린을 함께 촬영한 류승범 말로는 현장 몰입도가 높다던데, 이번 영화도 긴장된 상황이나 농담하며 분위기를 풀었다는 후문이다.
예습을 다 한 상태로 현장에 간다.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을 연기한다고 아침부터 분위기 잡고 있으면 막상 찍을 때 진이 다 빠져서 연기가 안된다. 그래서 릴렉스하고 있다가 확 몰입해서 연기한다. 그래야 갓 지은 밥같은 연기가 나온다고 본다.
작품 보는 안목이 좋다. 어떻게 고르나?우선 인복이 있는것 같다. 작품을 고를 때는 시나리오가 재미 있나. 말이 되나. 내가 이걸 반복해서 소비하는 캐릭터냐 그런 것을 본다. 감독이 시나리오와 닮았는지도 따진다. 간혹 느낌이 다를 때가 있는데 그럼 현장에서 소통이 안되는 경우가 발생해서 피한다. 흥행여부는 1순위가 아니다. 흥행은 따라온다고 본다. 제가 근데 영화 취향이 상업적이다. 할리우드 상업영화를 많이 봤고, 개인적으로 코미디나 로맨틱 코미디를 좋아한다.
현재 '군도'를 찍고 있고, '앙드레 김'등 차기작이 예정돼있다, 다작의 원동력은 무엇인가?창작의 욕구가 큰거 같다. 그리고 1년에 2-3편 할만하다. 1편만 하면 심심할 거 같아. 다작하면 중간에 실패해도 슬쩍 묻어갈수있고. 초반에는 영화들 다 망했잖나. 무엇보다 영화 일이 재밌다. 일이라는 생각이 안든다. 그밖에 인간은 현실에서 온갖 번뇌와 걱정 불안 공포를 느끼는데, 영화 찍을 때는 안그러니까, 현실도피의 마음인가라는 생각을 며칠 전 해봤다.
중국 위화의 소설 '허삼관 매혈기'를 두번째 연출작으로 결정했다.제작사인 안동규 대표와 위화가 친구사이다. 10년전 판권사놓고 그 기간이 끝나가는 시점에 연출 제의를 받았다. 소설보면서 영화적으로 재밌겠다는 그 한가지로 결정했다. 각색하면서 무대가 6.25전쟁 직후 한국으로 설정이 바뀌었다. 연출에 도전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연출에 도전하면서 생길 수 있는 리스크보다 연출의 재미가 더 크기 때문이다.
영화가 잘되면서 칭찬을 많이 들은 영향인지 점점 멋있어진다. 데뷔 초와 비교해 자신감이 커져겠다.많이 커졌다. 더불어 조심성도 많이 생겼다. 부족함은 다작하며 연마하겠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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