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첫 UFC 챔피언의 꿈은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오직 실력으로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코리안 좀비의 진가를 전 세계에 보여줬다.
‘코리안 좀비’ 정찬성(26, 코리안좀비 MMA)은 4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UFC 163’ 대회 페더급 타이틀전에서 조제 알도(27, 브라질)에 4라운드 TKO패를 당했다.
경기 흐름이 자신에게 넘어오던 4라운드. 갑작스런 어깨 탈구에 발목이 잡혔다. 빠진 어깨를 스스로 끼워보려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대신 알도의 헤드킥과 파운딩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고통이 밀려왔다. 눈물이 그의 얼굴을 적셨다. 신체적인 아픔 때문만은 아니었다. “인생에서 가장 힘든 훈련을 소화하고도” 불의의 부상 탓에 챔피언이 될 기회를 놓쳐 안타까움이 더 컸다. 강자가 수두룩한 페더급에서 언제 또 타이틀전에 나갈 수 있을지 장담 못하는 것도 한 가지 이유.
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당장 재대결을 하고 싶지만 그 전에 다른 상태를 꺾어야 기회가 올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찬성에게서 실망보다는 희망을 봤다. 결과와 달리 경기 내용이 훌륭했기 때문이다. 이 체급 절대강자로 인정받는 알도를 정찬성 만큼 괴롭힌 선수는 없었다.
1라운드에서 당한 발등 부상 여파가 있었겠지만 알도는 이전 경기와 달리 정찬성을 맞아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RELNEWS:right}
특히 어깨 탈구를 내색하지 않고 인파이팅 하는 장면은 감동적이었다. 정찬성은 지쳐도 쓰러지지 않고, 맞아도 전진하는 좀비 스타일을 보여줬다. UFC 측은 부상당한 정찬성을 위해 일행의 비행기 좌석을 모두 1등석으로 변경해줬다는 후문이다. 팬들의 칭찬세례도 끊이지 않는다.
어깨 부상 후 15개월 만의 복귀전, 자국선수에게 일방적인 응원을 보내기로 유명한 브라질에서의 경기, 8년간 무패행진 중인 챔피언과의 격돌. 어느 것 하나 유리한 게 없었다. 하지만 악조건 속에서 챔피언과 대등한 경기를 펼쳤기에 정찬성의 존재는 더욱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