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디로 체계적이다.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은 5일 오후 필리핀 마닐라의 몰오브아시아 아레나에서 개최된 제27회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 대회 12강 리그 첫 경기에서 바레인을 96-51로 완파했다.
승패보다는 과정이 중요했다.
유재학 감독은 경기 후 바레인전을 통해 기본적인 부분으로 돌아가 수비를 강화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타겟도 분명했다. "스크린-팝 아웃 농구를 하는 대만을 대비해 연습을 했다"고 설명했다.
대만은 12강 리그 E조에서 3승무패로 1위에 올라있다. 만약 한국이 8강을 통과한다면 4강에서 만날 가능성이 있는 팀이다.
대만은 강력한 외곽슛을 자랑한다.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지만 11일동안 최다 9경기를 소화하는 빡빡한 일정 속에서 손발을 맞출 여유를 찾기가 쉽지는 않다. 그래서 실전을 통한 훈련을 선택했다.
한국은 이날 꽤 많은 3점슛을 허용했지만 실수를 통해 배움을 얻었다. 가상이 아닌 진짜 상대를 놓고 문제점을 파악하면 개선책을 찾기가 수월해진다.
대표팀은 앞서 열린 C조 조별예선 말레이시아전에서 새로운 수비 전술을 훈련, 앞으로 벌어질 중요한 경기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다. 당시 이승준은 "다음 경기를 준비할 수 있어서 괜찮았다"고 말했다.
선수들은 그동안 연습했던 부분들이 실전에서 통하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다.
대표팀은 대회 첫날 중국을 꺾으면서 비교적 무난한 대진 편성을 받았다. 8강과 4강에서 이란, 중국 등 전통의 강호를 피할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대표팀은 필리핀과 대만, 카타르, 요르단 등 잠재적 라이벌들도 경계하고 있다. 쉬운 상대가 아니기에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은 중국과 이란전 이후 위협적인 상대를 아직 만나지 못했다. 그동안 실전을 통해 점검한 조직력이 훗날 중요한 승부처에서 어떤 결과로 나타날 지 궁금하다.
또한 이날 바레인전에서 승부가 결정된 4쿼터 막판 김종규와 김민구를 비롯해 문성곤, 이종현, 최준용 등 대학에서 뛰는 5명의 유망주가 동시에 코트를 밟았다.
두말 할 것도 없이 그들은 훗날 한국 남자농구의 내일이다.
대표팀의 목표는 상위 3개국에게 주어지는 2014 스페인 농구 월드컵 진출이지만 내년 인천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을 대비한 세대교체도 염두에 두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