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의 양강 구도였던 아시아 남자농구의 패권이 중동으로 이동하기 시작한 것은 2005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 대회가 계기가 됐다. 이 때부터 '오일머니'로 무장한 중동 국가들의 상승세가 시작되면서 한국 남자농구는 날개없는 추락이 시작됐다.
당시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은 카타르에게 두 차례 충격적인 완패를 당했다. 첫 맞대결에서 65-83으로 졌고 3-4위 전에서도 77-89로 패했다. 이전까지 한국은 카타르와 세 차례 맞붙어 3전 전승 무패행진을 달리고 있었다.
카타르는 자국에서 열린 2005년 아시아선수권과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을 대비해 '오일 머니'를 풀어 무려 5명의 외국인 선수를 귀화시켰다.
그 때 뛰었던 주요 멤버들이 지금도 남아있다. 포워드 야신 무사, 가드 다우드 무사 다우드, 에르판 알리 사에드 등이 대표적이다. 게다가 이번 대회를 위해 미국프로농구(NBA)에서 뛰었던 자비스 헤이즈를 귀화선수로 영입했다.
카타르 대표팀의 경기를 보면 마치 미국 농구를 보는 것 같다. 개인기 위주의 경기 운영도 그렇지만 중동 사람처럼 보이는 선수가 몇명 없다. 미국 출신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9일 오후 11시30분(한국시간) 필리핀 마닐라의 몰오브아시아 아레나에서 열리는 제27회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선수권 8강전은 8년 전 '오일 머니'에게 당했던 수모를 앙갚음할 기회다.
카타르의 강점은 8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3명을 제외하고 모두 198cm가 넘을 정도로 장신 군단이고 전 포지션의 선수들이 힘을 겸비했다. 또한 개인기가 좋은 편이다.
유재학 대표팀 감독은 카타르와 일본의 예선 경기를 지켜보며 "카타르의 수비가 약하다"고 평가한 바 있다. 하지만 신장과 힘을 겸비한 카타르에 대한 경계심은 늦추지 않고 있다.
16년만에 세계선수권 대회 진출을 노리는 한국 남자농구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8강에서 반드시 카타르를 넘어야 한다.
카타르전에서 증명해야 할 부분은 또 있다. 유재학 감독은 지난 7월 초 윌리엄존스컵 대회를 다녀온 뒤 "우리 빅맨들이 골밑에서 버티질 못한다"며 한국 장신선수들의 파워 부족과 소극적인 몸싸움을 지적한 바 있다.
이후 대표팀은 대회 전 약 2주간의 준비 기간동안 각성의 시간을 가졌다. 중국전 승리를 통해 강훈련의 효과를 확인했다. 힘만 놓고보면 중국보다 한수위 라고도 볼 수 있는 카타르전에서 다시 한번 훈련의 성과를 보여야 한다.
김주성은 "빅맨들이 책임감을 많이 느끼고 있다. 몸싸움에 대해 많은 것을 느꼈기 때문에 보다 강력하게 할 생각이다. 리바운드 1개가 승패를 가를 수 있다고 보고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