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 분 동안 쉬지 않고 연주해야 하는 베토벤의 현악 4중주 14번에 빚대 인생의 불협화음을 그려낸 영화 '마지막 4중주'가 중장년 관객층을 극장가로 불러들이고 있다.
며칠째 기승을 부린 폭염 탓에 무더위가 절정에 달한 9일 오후 2시께 경기 성남시 분당에 있는 CGV오리점에서는 삼삼오오 모여 있는 백발의 노인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친구들과 극장을 찾은 최 모(64·분당 정자동) 씨는 "며칠 전 아들 내외랑 영화 마지막 4중주를 봤는데 우리네 얘기를 하는 것 같아 친구들이랑 다시 한 번 보러 왔다"며 "날씨가 너무 더위서 바깥 활동도 어려워서 더위도 피할 겸 극장을 찾은 것"이라고 전했다.
이 영화는 결성 25주년 기념 공연을 앞둔 세계적인 현악4중주단 푸가의 단원들이 리더 격인 첼리스트 피터의 파킨슨병 진단 소식을 들은 뒤 겪는 혼란과 갈등을 그렸다.
시부모와 함께 마지막 4중주를 보러 왔다는 배 모(45·여·성남 태평동) 씨는 "어르신들을 모시고 볼 만한 마땅한 영화가 없었는데 언론에서 소식을 접하고 극장에 오게 됐다"고 했다.
이날 2시 15분에 마지막 4중주가 걸린 105석 규모의 상영관에서는 빈자리를 찾을 수 없었는데, 관객 대다수는 40대 이상이었고 젊은 관객은 손에 꼽을 만큼 적었다.
마지막 4중주는 다양성영화로는 이례적으로 이날 하루 이곳에서만 3차례 상영됐다.{RELNEWS:right}
11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개봉한 마지막 4중주는 전날까지 누적관객수 4만 6128명을 기록하며 다양성영화 박스오피스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다.
개봉 16일 만인 9일 4만 관객을 넘어선 이 영화는 앞서 4일 만에 1만 관객, 9일 만에 2만 관객, 12일 만에 3만 관객을 돌파하며 역대 소규모 개봉 예술영화의 관객 동원 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이는 지난해 30개관 미만 상영관에서 개봉해 관객 8만 명을 동원한 미하엘 하네케 감독의 '아무르'(25일)보다 앞선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