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배우 이정재 이종석 조정석과 한재림 감독, 백윤식 김혜수 송강호. 사진=이명진 기자
"사람의 얼굴에는 자연의 이치 그대로 세상 삼라만상이 모두 담겨져 있으니 그 자체로 우주이다." - 영화 '관상'에서 내경의 대사
추석 연휴 성수기 극장가를 겨냥한 화제작 '관상'이 9월11일 개봉을 앞두고 베일을 벗었다.
영화 관상을 연출한 한재림 감독과 배우 송강호 이정재 백윤식 조정석 이종석, 그리고 김혜수는 12일 서울 을지로에 있는 메가박스 동대문점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영화 이야기를 들려 줬다.
조선 최고의 관상가 내경(송강호)은 처남 팽헌(조정석), 아들 진형(이종석)과 함께 산속에 칩거하던 중, 관상 보는 기생 연홍(김혜수)의 제안으로 한양에서 사람들의 관상 봐 주는 일을 시작한다.
용한 관상쟁이로 소문이 난 내경은 충신 김종서(백윤식)로부터 관의 인재 등용을 도우라는 명을 받고 궁에 들어가지만, 수양대군(이정재)이 역모를 꾀하고 있음을 알게 되면서 위태로운 조선의 운명을 바꾸기로 마음 먹는다.
이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조선 시대 계유정난(1453년)으로, 수양대군이 반대파를 숙청한 뒤 정권을 장악하고 조카인 단종을 폐위시킴으로써 스스로 임금(세조) 자리에 오른 사건이다.
이날 한재림 감독은 "계유정난이라는 사건에 집중하기 보다는 자신의 팔자를 거스르려 하는 수양대군과 운명에 충실하려는 김종서라는 실존인물로 대표되는 시대를 산 사람들의 욕망과 팔자 사이 상관관계를 다루려고 했다"고 전했다.
이 점에서 뚜렷한 신념에 따라 행동하는 관상가 내경과 세속적인 욕망에 충실한 기생 연홍은 이 영화의 주제를 이끌어가는 인물이다.
송강호는 "몰락한 양반집에서 태어나 관상을 공부한 내경은 계유정난이라는 거대한 소용돌이에 휘말리는데, 그 역사 속 사람들의 삶과 운명을 짚어보고 그리는 역할"이라며 "역을 맡은 뒤 따로 관상을 공부하지는 않았는데 관상을 심도 있게 다루기 보다는 관상가의 눈을 빌려 중요한 역사적 사건에 관여된 사람들의 운명을 총체적으로 다룬 영화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어 "저 스스로 운명은 개척까지는 아니더라도 바뀔 수는 있다고 여기는데 이 영화도 그런 쪽의 이야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혜수는 "기생 연홍은 실제 관상을 보지는 못하지만 눈치로 사람을 빠르게 판단하는 능력이 발달한 인물로, 내경과 함께 역사적 사건에 휘말리면서 세상을 보다 깊게 이해하게 된다"며 "당대 한양 최고의 기생으로서 굉장히 자유롭게 시대의 흐름을 몸으로 타는 화려한 인물인 만큼 현대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미해 의상과 헤어에서도 파격적인 시도를 했다"고 말했다.
내경과 연홍이 가상인물로서 극을 떠받치는 두 기둥이라면 실존인물인 수양대군과 김종서는 영화에 현실감을 불어넣어 극적 재미와 메시지의 균형을 맞추는 나머지 기둥 역할을 한다.
이정재는 "제가 나이로는 당시 수양대군에 가장 근접했는데 야망가인 그는 권력을 갖기 위해서라면 어떠한 상황도 불사한다"며 "얼굴에 상처도 있고 거칠기도 하지만, 기존에 그려진 수양대군과는 다른 깊이를 가진 한 인간으로서 다가갈 것"이라고 소개했다.
백윤식은 "김종서는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조선의 2대 임금인 태종때부터 세종, 문종, 단종까지 네 임금을 모신 오랜 충신으로 지켜야 할 것은 지키는 인물"이라며 "실존인물과 허구의 인물이 역사적 사건 속에서 조화를 이루면서 영화적 재미를 줄 것"이라고 했다.
조정석과 이종석은 이 영화의 메시지를 뚜렷하게 부각시키는 인물을 맡았다.
이날 조정석은 "팽헌은 철없는 캐릭터로 매형인 내경이 계유정난에 휘말리게 되는 원인을 제공하는 문제적인 동반자이지만, 죽은 누나를 대신해 조카인 진형을 누구보다 아끼고 사랑하는 역할"이라며 "지난 겨울 촬영하면서 춥고 눈이 많이 내린 날씨와 싸워야 했지만 쟁쟁한 선후배 배우들과 연기할 수 있는 영광을 거머쥐었다"고 전했다.
이종석은 "아버지 내경이 '벼슬을 하면 화를 입을 상'이라고 경고하는데도 운명을 개척하겠다는 야망을 갖고 궁에 들어가는 진형은 결국 화를 입는다"며 "항상 배운다는 입장으로 긴장하고 촬영에 임했는데 첫 촬영 날 얼마나 긴장을 했던지 내경에게 따귀 맞는 장면을 찍으면서 10대 넘게 맞아도 안 아프더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