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결혼하고 출산해도 계속 함께 활동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데뷔 8년차인 브라운아이드걸스(이하 브아걸)는 국내 최장수 걸그룹이다. 그 누구도 따라할 수 없을 것 같은 색다른 시도를 거듭하며 ‘파격’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해왔다. 누군가 브아걸 멤버 중 한 명을 대신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그렇기에 지난해 가인이 홀로 로엔엔터테인먼트로 소속사를 바꾸고 솔로활동에 나섰을 때 해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쏟아졌던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멤버들 한 명 한 명 모두 팀 내에서 대체 불가능한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물론 기우였다. 브아걸 멤버들은 소속사가 달라졌다고 갈라설 가벼운 사이가 아니다.
제아는 “조영철 프로듀서를 주축으로 브아걸에 대한 회의를 많이 하고 있다. 소속사는 달라도 부담 없이 이야기를 하니까 문제 될 것이 없다. 결혼을 하고 출산을 해도 함께 할 것 같다”고, 미료는 “우리의 염원이니까 계속 함께 할 수 있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제아, 미료, 나르샤, 가인 모두 브아걸의 존속에 대해 확신하는 것은 서로에 대한 우정의 단단함과 자신들만의 영역의 확고함을 믿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큰 문제도 없었거니와 사소한 마찰이 있을 때 이를 풀어나가는 이들만의 노하우가 있다. 나르샤는 “우리 네 명이 모였다는 게 운명적이다. 나이가 많은 것도 데뷔를 늦게 한 것도 그렇다. 이해의 폭이 넓은 나이들이라 크게 문제될 일이 없다”고 자신했다.
제아는 “멤버들끼리 단체 채팅방이 있는데 사소한 마찰이 있으면 술 마시고 채팅하면서 푼다. 또 과거사진 이상한 것들 보내면서 ‘팀킬’을 한다”며 웃었다. 이어 “아직까지 저희의 팀킬을 보여줄 기회가 없었는데 기회만 마련되면 자신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각자 솔로활동을 하면서 느낀 멤버들의 소중함과 브아걸로 모였을 때의 여유도 이들이 오래 함께 해올 수 있는 이유다.
제아는 “우리는 조급함이 없다. 뭘 해야지 했을 때 두려움 없이 달려들었던 것 같다. 또 열심히 했으면 결과가 조금 안 좋아도 영향을 크게 안 받는 스타일들이다”고, 나르샤는 “기다릴 줄 아는 성격들이라 기회가 왔을 때 할 수 있었고 견뎌낼 수 있었다”고 했다.
가인은 “넷 다 예전에 비해 조금씩 내려놨다. 경쟁에 예민하고 책임감, 부담감이 심했던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녹음을 할 때도 그렇고 파트도 그냥 주는 대로 그냥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그렇다 보니 또 다른 뭔가가 계속 나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최근 발표한 브아걸의 정규 5집 앨범 ‘블랙박스’(Black Box)를 들어보면 ‘또 다른 뭔가가 계속 나온다’는 가인의 말을 정확히 알 수 있다.
‘블랙박스’는 윤일상의 프로듀싱 하에 브아걸 멤버인 제아, 미료가 작사, 작곡에 참여했고 김이나, 프라이머리, 최자 등 뛰어난 작가진들이 함께 했다. 브아걸은 각 멤버들이 부분 부분에 모두 참여하여 가장 브아걸스러운 앨범이라는 평을 이끌어냈다.
타이틀곡 ‘킬빌’(Kill Bill)은 앞서 발표했던 곡들에 비해 좀 더 대중적이면서도 특유의 날카로운 캐릭터는 잃지 않았다.
멤버들은 “네 명이서 고민하며 작업했다. ‘식스센스’로 센 콘셉트의 정점을 찍었다면 이번엔 좀 편안해진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대중과의 소통의 접점을 찾으려고 했고 그래서 ‘킬빌’ 뮤직비디오도 B급 성향에 웃음코드를 많이 넣었다”고 설명했다.{RELNEWS:right}
아쉬운 점도 있다. 브아걸은 “우리가 항상 비장했어서 그런지 브아걸이 코믹으로 할 리 없다고 단정을 지으시고는 뮤직비디오를 심각하게만 보시고 해석 글을 올려주시기도 하더라. 이번엔 그냥 보이는 대로 마음껏 웃어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좀 더 활발한 활동을 약속하기도 했다. 멤버들은 “마지막 트랙 ‘굿 펠라스’(Good Fellas) 때문에 해체 한다는 얘기도 있던데 우정에 대한 이야기”라며 “앞으로 자주 나온다고 뭐라 하지 않으실 정도로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