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의 2학년 슈터 문성곤이 21일 잠실에서 열린 프로-아마 최강전 모비스와의 준결승전에서 외곽슛을 던지고 있다 (사진/KBL)
울산 모비스와 준결승전에서 맞붙게 됐다는 소식에도 고려대 선수들은 전혀 주눅들지 않았다. 오히려 "부담이 없어졌다"며 눈빛이 반짝거렸다.
고려대 2학년 포워드로 최근 태극마크를 달았던 문성곤(20·195cm)도 그 중 한명이었다. "프로 형들은 부담을 느끼겠지만 우리는 밑져야 본전이다. 부담이 없으니까 다들 기분이 좋았다"고 지난 21일 열린 프로-아마농구 최강전 준결승 경기에 나선 소감을 말했다.
프로팀들을 상대로 겁없는 질주를 계속 하고있는 고려대 선수단의 현재 분위기다.
195cm의 장신 슈터인 문성곤은 16점 4리바운드 3어시스트를 보태며 고려대의 73-72 승리를 도왔다.
문성곤은 "너무 기분이 좋았다. 모비스는 프로 최강팀이다. 챔피언을 이겼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꼈다"고 승리 소감을 밝혔다.
문성곤은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에 출전한 대표팀에 발탁돼 필리핀을 다녀왔다. 출전 기회가 많지는 않았다. 하지만 오랜 기간동안 코트 안팎에서 선배들의 가르침을 받은 덕분에 기량은 물론이고 정신적으로도 크게 성장했다.
문성곤은 "부담없이 즐기자는 생각으로 모비스전에 임했다. 필리핀에 다녀오고나서 달라진 게 있다. 경기를 할 때 긴장이 안된다"고 말했다.
긴장이 안된다, 무슨 뜻일까.
문성곤은 고려대가 69-67로 쫓긴 종료 2분55초 전 자유투 라인에 섰다. 침착하게 자유투 2개를 모두 성공시켰다. 고려대 승리의 발판이 된 중요한 2점이었다.
문성곤은 이 장면을 떠올리며 "예전에는 그런 상황에서 자유투를 던질 때 긴장을 많이 했다"며 "이제는 돌파도 하고 과감하게 레이업도 하게됐다. 유재학 감독님께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대표팀 사령탑을 맡아 자신을 바꿔놓은 유재학 모비스 감독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이민형 고려대 감독 역시 "문성곤이 대학리그에서는 기복이 있었다. 대표팀에 다녀오더니 발전했다. 공격 스타일도 그렇고 조급한 마음이 사라졌다. 돌파 후 어시스트를 한다거나 속공과 리바운드에 적극 가담하는 등 이번 대회에서 평균을 해주고 있어 팀에 큰 도움이 된다"며 문성곤의 발전을 높게 평가했다.
남자농구 대표팀은 16년만의 세계 무대 진출이라는 확고한 목표를 세웠음에도 불구하고 대학 선수 5명을 선발하는 모험을 했다. 목표 달성과 대학 유망주들의 가능성 발견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문성곤은 프로-아마 최강전 3경기에서 평균 15.0점, 5.3리바운드, 3.0어시스트를 올렸다. 수비 스탯인 블록슛과 스틸은 각각 1.3개, 1.0개씩을 기록했다. 장기인 외곽슛이 터지지 않고 있지만 공수 양면에서 비교적 높은 공헌도를 보이고 있다.
배움은 계속되고 있다. 프로 선배들과의 경기에서 그 무엇도 놓치고 싶지 않은 심정이다. 문성곤은 "움직임을 많이 배우고 있다. KT전 때는 (조)성민이 형의 움직임을 배우면 내가 더 큰 선수가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웨이트의 중요성과 붙여서 빼주는 플레이 등도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이제 마지막 관문만이 남아있다. 고려대는 22일 오후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상무과 결승전을 치른다. 무늬만 '아마 대 아마'의 대결이다. 상무는 프로 출신 선수들로 가득한 팀으로 작년 제1회 대회 우승팀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