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팍도사’는 제게 인생과 삶을 배울 수 있는 학교였다.”
시종일관 웃고 떠들던 강호동의 목소리가 서서히 잠겼다. 입가는 미소를 머금었지만 눈은 거짓을 말하지 못했다. 카메라는 그의 붉어진 눈시울을 주목했다.
강호동은 “6년 7개월동안 240 여 분이 함께 해주셨다. ‘무릎팍도사’는 제게 인생과 삶을 배울 수 있는 학교였다. 함께 울고 웃어준 시청자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다”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가 6년 7개월의 시간을 뒤로 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지난 2007년 1월, 배우 최민수 편을 시작으로 첫 방송한 '무릎팍도사'는 故최진실, 산악인 엄홍길 씨, 안철수 당시 카이스트 석좌교수, 피겨여제 김연아, 역도스타 장미란, 배우 고현정, 영화 감독 워쇼스키 남매, 일본 톱스타 초난강 등 당대 최고의 국내외 스타들과 각계 저명인사들이 출연하는 MBC의 대표 토크쇼로 자리잡았다.
특히 과거 물의를 일으켰던 연예인에게 과오를 대놓고 물어보는 특유의 ‘돌직구’ 화법은 연예인을 포장만 해주던 당시 토크쇼 풍토에서 신선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빨간 연지를 볼에 찍고 색동저고리 한복을 차려입은 강호동은 신들린 광대마냥 스타들의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능력을 보였다. 초창기 ‘무릎팍도사’를 만들었던 여운혁, 임정아 현 JTBC PD는 당시 “‘무릎팍도사’는 강호동이 있기에 가능한 프로그램”이라고 입을 모았다.
우여곡절도 적지 않았다. 가장 큰 난관은 MC강호동의 세금탈루 사건. 이 사건으로 강호동은 1년 여간 잠정은퇴를 선언했고 이로 인해 ‘무릎팍도사’는 1년 동안 잠정폐지됐다 강호동이 복귀하면서 부활했다.
하지만 달라진 방송환경과 시청자들의 트렌드 변화로 토크쇼에 대한 수요가 떨어진 가운데 시청률은 나날이 하락했다. 스타강사 김미경 편은 논문 표절 사건으로 2편이 불방되는 사태가 벌어졌고 보조MC유세윤의 음주운전 자수 사건이 겹쳤다.
안철수 당시 카이스트교수의 방송은 최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제재조치를 받았다.
결국 기대와 달리 복귀 10개월만에 ‘무릎팍도사’의 문은 닫게 됐지만 MC강호동은 마지막까지 발군의 모습을 보였다. 그는 이날 마지막 게스트인 김자옥을 배려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끌어갔다.
김자옥이 우울증을 앓던 큰언니의 사망소식을 전하며 눈물을 보일 때는 함께 슬퍼했고 그가 코미디 프로그램으로 가족사의 아픔을 이겨냈다는 이야기를 할 때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김자옥의 히트곡 ‘공주는 외로워’에 장단을 맞췄다.
이에 산전수전 다 겪은 老배우 김자옥은 “강호동은 역시 강호동이다. 1초도 빠짐 없이 나만 바라보고 있다. 몇 시간째 나만 주시하고 있다.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강호동은 무에서 유를 창조한 사람"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