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파이 포스터
설경구 문소리가 주연한 영화 '스파이'(감독 이승준)는 한국판 '트루라이즈'를 표방한 영화다.
1994년 개봉한 트루라이즈는 아놀드 슈왈제네거와 제이미 리 커티스가 주연한 첩보코믹액션영화로 아내에게 신분을 속인 첩보원이 가짜 첩보원에게 반한 아내의 뒤를 쫒다 악당들의 음모를 알게 되고 그들에 맞서 납치된 딸을 구하면서 임무도 수행한다는 내용이다.
스파이는 아내에게 자신의 신분을 속인 첩보원 철수(설경구)가 임무 수행 도중 의문의 남자 라이언(다니엘 헤니)과 함께 있는 아내 영희(문소리)의 모습을 보고 애간장을 태우면서도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그렸다.
트루라이즈를 기억하는 관객은 이 영화의 한국판이 특별히 새롭지 않다고 투덜댈 수도 있겠으나 그렇다 할지라도 그냥저냥 부담 없이 즐길만한 코믹액션영화로 받아들일만하다.
특히 여성관객들은 '비주얼 악당' 다니엘 헤니의 살인미소에 극중 문소리처럼 홀딱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스파이의 페이소스도 엿보이는 이 악당 캐릭터는 '감시자들'의 정우성이 연기한 악역보다 더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연기파 여배우로 손꼽히는 문소리의 코믹연기도 신선하다. 경상도 사투리를 팍팍 쓰는 문소리는 웃기면서도 묘하게 사랑스럽다.
남편에게 짜증내는 보통 아줌마의 보편적 정서를 대변하면서도 미남의 호의에 소녀처럼 설레는가하면 위기의 순간에 능청스런 사투리로 '돌직구'를 날리는 모습이 빵 웃음을 터뜨린다.
이밖에 고창석, 라미란 등 코믹연기가 강점인 조연배우진이 이름값에 맞는 크고 작은 웃음을 전한다. 감독이 교체되는 우여곡절의 영향인지 영화의 전반부는 좀 어수선하나 점점 탄력을 받으면서 안정된다는 느낌을 준다.
첩보액션영화라 액션신이 제법 나오나 이 영화의 액션신에서 색다른 쾌감을 느끼기란 쉽지 않다. '스파이'는 코믹액션물이라 본격액션물인 '아저씨'나 '베를린'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려우나, 분명한 건 관객들은 이미 원빈과 하정우의 액션을 봤다는 것이다.
물론 이 영화에서 설경구가 연기한 첩보원은 여자에게 인기가 많은 제임스 본드같은 캐릭터가 아니다. 그보다는 아내의 잔소리가 무서운 평범한 남편이자 어깨가 무거운 가장의 이미지가 더 크다.
그가 소속돼있는 본부의 모양새가 흥신소나 다름 없어보이는 이유일 것이다. 더불어 5만원 이하는 영수증을 첨부안해도 된다는 말에 환호성을 지르는 것은 국가안보기관 요원도 월급쟁이에 불과하다는 것을 드러낸다.
말인즉슨, 이 영화에서 첩보원은 비현실적으로 너무 멋있으면 안된다. 그게 이 영화에 맞지만 그렇다할지라도 첩보원에 대한 영화적 환상이란 게 있기 마련이다.
스파이의 강점은 오랜만에 만나는 코믹액션영화라는 점이다. 특히 지난여름 극장가를 뜨겁게 달군 '설국열차'나 '감기' '더 테러 라이브' '숨바꼭질'등 한국영화는 무겁고 진지하고 심각한 소재를 다뤘다.
스파이는 부담없이 즐기는 오락영화로서 10년 만에 재회한 설경구와 문소리의 진짜 부부 같은 호흡, 훈남 다니엘 헤니의 귀환 등이 흥미롭다. 관객의 허를 찌르는 새로움이나 세련된 맛은 부족하나 적당히 웃기면서 규모감 있는 액션신으로 볼거리도 갖췄다.
메가폰을 잡은 이승준 감독은 영화 '해운대' '퀵'에서 조연출을 담당했다. 이번 영화가 감독 데뷔작이다. 9월5일 개봉,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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