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6자회담 당사국 수석대표와 학자들이 함께 참여하는 반관반민 성격의 회의를 열자고 제안했다.
이는 장기간 교착 상태에 빠진 6자회담 재개를 적극적으로 추진해보겠다는 중국 측의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5일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은 9.19 공동성명 8주년을 맞아 이달 18일 베이징에서 외교부 산하 국제문제연구소 주최로 6자회담 당사국의 외교관과 학자들이 참여하는 1.5트랙(반관반민) 회의를 열자고 제안했다.
이런 제안은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의 방북 결과 사후설명(디브리핑)과 별도로 지난달 말 각국에 전달됐다.
중국 외교부는 한국, 미국, 일본, 러시아, 북한에 각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들이 이번 회의에 참석해달라고 요청했다.
북한은 우 특별대표의 방북 기간 자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리용호 외무성 부상을 보내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북한의 비핵화 사전 조치를 대화 재개의 전제 조건으로 건 한국, 미국, 일본은 북한의 뚜렷한 태도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 가운데 사실상 6자회담 당사국 협의의 성격을 갖는 이번 회담에 책임 있는 당국자를 보내기 어렵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중국이 대화 주선에 나서기는 했지만 현재로서는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이번 회의 제안 사실을 확인했다.
훙 대변인은 "이번 토론회 주제는 6자회담 10주년과 9.19 공동성명 8주년을 기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6자회담 정신은 대화와 협상을 통한 조선반도(한반도) 핵 문제 해결,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 수호가 관련국들의 공동 이익에 들어맞는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6자회담은 여전히 반도의 핵 문제 해결, 평화·안정 수호를 위한 중요한 틀"이라고 강조했다.
훙 대변인은 "우리는 관련국들이 6자회담 진전, 조선반도 비핵화, 대화와 협상을 통한 유관 문제 해결 원칙을 견지하기를 바란다"며 "우리는 반도의 비핵화 실현과 동북아의 장기적 안정을 위해 국제사회와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훙 대변인은 이번 회의 참석자에 관한 정보는 공개하지 않았다.
중국은 2011년 9월에도 9.19 공동성명 6주년을 기념하는 1.5트랙 세미나를 열고 6자회담 재개 분위기 조성에 나선 바 있다.
당시에도 중국과 북한은 각각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 특별대표와 리 부상을 보냈지만 한국, 미국, 일본은 실무진급 외교관을 옵서버 형식으로만 참석시켜 토론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다.
중국의 이번 회의 제안에 큰 기대를 걸기 어렵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 가운데 일각에서는 최근의 미묘한 국면 변화 속에서 뜻밖에 이번 회담이 대화 정국을 조성하는 촉매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견해를 조심스럽게 내놓기도 한다.
개성공단 사태가 풀리고 이산가족 상봉이 성사되는 등 남북 관계의 개선 분위기가 뚜렷한 가운데 미국의 한반도 정책을 총괄하는 대니얼 러셀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가 한국 등을 거쳐 13∼14일 베이징을 방문하고, 미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글린 데이비스 대북정책 특별대표도 조만간 중국을 찾아간다.
특히 북핵 문제를 전담하는 데이비스 특별대표는 베이징에서 우 특별대표와 만나 6자회담 재개 가능성을 타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의 한 외교 소식통은 "관건은 북한이 얼마나 변화를 보이냐에 있지만 아직 이런 조짐이 구체적으로 보이지 않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라면 중국의 중재 노력이 큰 성과를 거두기는 어려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6자회담은 북한의 핵무기 및 핵개발 프로그램의 신고 및 검증 과정에서 난관에 부딪쳐 2008년 12월 마지막 협의를 끝으로 중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