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사고라 믿고 의심없이 화장
-딸 의식불명때 식음전폐했던 남친
-알고보니 다른 여자와 상견례 마쳐
-사망보험 수령인이 남친? 의심 시작
-2심 재판중 판사의 인사 이동 아쉬워
-유사 모방범죄 나올까 우려돼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낙지 살인사건 피해자 어머니
이른바 낙지 살인사건. 지난 2010년, 젊은 연인이 모텔에서 산낙지와 함께 술을 마십니다. 이후에 여성은 질식으로 의식을 잃은 채 병원으로 이송됐고요. 결국 17일 만에 숨을 거두죠. 남자친구는 여성이 ‘산낙지를 먹다가 목에 걸린 거다’ 라고 얘기를 했고, 부모들은 철석같이 믿고서 딸을 화장했습니다. 그런데 딸이 숨지기 한 달 전에 거액의 사망보험을 들어놨고, 그 보험의 수령인이 남자친구로 돼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면서 부모들은 이게 단순 사고가 아니라는 의심을 하게 됩니다.
이게 바로 그 유명한 낙지살인사건이죠. 그런데 어제 있었던 대법원 최종심에서 ‘남자친구에게 무죄가 선고’ 됐습니다. 법의 판단, 당연히 존중합니다. 하지만 희생자의 가족들은 지금 하고픈 말이 너무나 많다고 합니다. 지금부터 마이크를 잠시 빌려드리죠. 낙지 살인 사건의 희생자, 윤 모양의 어머니가 연결돼 있습니다.
◇ 김현정> 결국 대법원에서 남자친구 김 모씨가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심경이 어떠세요?
◆ OOO> 그냥 딱 죽고 싶어요. 너무 답답하고, 너무 캄캄하고 앞이 안 보여요.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어요, 이제는...
◇ 김현정> 그러니까 대법원에서는 ‘남자친구가 여자친구를 살해했다고 볼 결정적인 증거는 없다.’ 이런 거죠? 그런데 어머님은 여전히 그 남자친구가 범인이라고 믿으시는 겁니까?
◆ OOO> 그렇죠. 증거는 이미 처음에 사고가 났을 때.. 저희는 사고사인줄 알고 화장을 했잖아요. 그러니까 증거는 없는 게 맞고요. 그리고 진실을 아는 것은 우리 딸은 죽었으니까 말이 없고요. 그 남자친구 하나 있는데, 걔는 끝까지 아니라고 하고요. 정황상 증거가 100%, 심증이 100% 가는데... 저는 우리나라 법을 승복 할 수 없어요. 왜 정황상 증거는 인정이 안 되는 건가요? 법에서는 왜 그게 하나도 안 되는 거냐고요.
◇ 김현정> 사진 같은 것이 있긴 있나요? 사망 당시 경찰이 모텔에 출동해서 찍은 사진이라도?
◆ OOO> 그거는 법에 있죠.
◇ 김현정> 그거 하나 있는 걸로 이제껏 온 거네요?
◆ OOO> 그렇죠.
(사진=이미지비트 제공)
◇ 김현정> 지금 ‘정황상 증거는 100%’ 라고 하셨어요. 어떤 겁니까?
◆ OOO> 저희 딸 아이는 그 당시에 간호학원을 다니고 있었고요. 알바를 해서 한 달에 4~50만원을 저녁에 벌었어요. 그리고 집에서 조금 모자란 것은 보태 주기도 했고요. 그런 상황이고요. 우리 아이가 치아가 안 좋다는 건 다들 알고 계시잖아요.
◇ 김현정> 저도 그 치아 사진을 봤습니다만, 일반적으로 안 좋은 것보다 더 안 좋더군요.
◆ OOO> 네. 처음에 우리 애가 고등학교 1학년 때 가서 견적을 뽑았을 때, 그때 돈으로 5천~6천만 원이 나왔어요. 다 임플란트로 심어야 되는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저희도 손을 못 대고 있었고요. 그런 상황에서 우리 딸은 실비보험도 없는데, 왜 생명보험을 들었겠어요, 그 나이에?
◇ 김현정> 자기 발로 걸어가서 한 달에 13만 원 짜리 생명보험을 들었을리 없다. 그러니까 치료 목적의 보험도 아닌 죽어야 받는 보험을 들었을 리가 없다는 말씀인가요?
◆ OOO> 없죠. 그 남자 친구의 고모가 보험 설계사를 했어요. 그 고모한테 보험을 들었고. 또 밝혀진 바에 의하면 고모가 나와서 법정에서 증언을 했어요. ‘처음부터 보험을 들 때 죽으면 많이 나오는 걸로 해 달라. 처음에 가입 했을 때 그걸로 알아봐 달라.’
◇ 김현정> 그게 사망하기 얼마 전에 든 보험이죠?
◆ OOO> 사고 나기 한 달 전에 보험 가입을 했고요. 그리고 우리가 알아봤을 때 보험 상속인이 법정 상속인이었어요, 처음에는.
◇ 김현정> 처음에는 ‘사망 시에 받는 사람이 법정 상속인’ 이렇게 되어 있었군요?
◆ OOO> 네. 그런데 사고 나기 일주일 전에 남자친구 앞으로 옮겨 놨더라고요.
◇ 김현정> 누가요?
◆ OOO> 그놈이 그랬죠.
◇ 김현정> 남자친구가? 딸이 죽으면 남자 친구가 받는 걸로요?
◆ OOO> 그렇죠.
◇ 김현정> 그런데 그건 본인의 인감이라든지, 그런 게 있어야 되는 거 아닙니까?
◆ OOO> 인감이 들어간 건 확인했어요. 그런데 딸이 처음에 인감을 떼어줄 때, 작은 딸한테(동생) 그런 말을 했답니다. ‘오빠가 보험 가입하는데 인감이 필요하대. 인감을 떼어 달라하네.’ 그 말을 해 가지고 떼러 간다고 했대요.
◇ 김현정> 그러니까 수령인을 바꾸는 문제가 아니라 ‘지난 번 들었던 보험에 필요하대. 서류 하나만 떼어줘.’ 그렇게 했다고요? 그걸 작은딸이 들은 거고요?
◆ OOO> 네. 보험도 묘한 점이 있는 게 뭐냐 하면, 바꿔 줄 때 ‘배서신청서’ 라는 게 있더라고요. 부모 앞으로 있던 걸 본인 앞으로 옮기는 서류 이름이에요. 신청서 이름인데, 첫 장에는 우리 딸아이가 서명을 했어요. 그런데 그게 3장이 들어갔는데요. 뒤의 서명은 누구의 서명이다, 아직도 밝혀지지 않고 끝난 사건이에요, 이게.
◇ 김현정> 어쨌든 한 장이라도 한 것은 한 거 아닙니까?
◆ OOO> 그 뒤에까지 다해야 하는데, 우리 딸 아이가 그걸 안 읽어 봤다는 소리죠. ‘보험 드는 거니까 해라’ 하라고 했을 것이고. 뒤에 2장을 더 해야 하는데 법정에서도 얘기했었지만 보험회사 직원이 나와서 그런 말을 했어요. ‘보험회사라는 게 서명이 다 안 들어왔을 때는 그 직원들도 대필을 하곤 한다. 관행상 그런 게 있다.’ 하더라고요. 이런 묘한 점이 남아있고요. 또 한가지는 뭐냐. ‘우리 애가 이전을 해 줬냐’고 보험회사에서 확인 전화를 하는 경우가 있대요. 그런데 우리 애한테 수 차례 전화를 했으나 우리 아이는 통화를 못 했어요.
◇ 김현정> 보험사에서도 본인과 확인이 안 됐는데 수령인을 바꾼 것. 이건 문제가 있는 거네요?
◆ OOO> 그렇죠. 보험회사에서 문제가 있죠.
◇ 김현정> 하지만 관행상 그냥 넘어갔던 것이고.
◆ OOO> 그렇죠.
◇ 김현정> 부모님들은 이 보험의 존재는 모르셨습니까?
◆ OOO> 저희는 전혀 몰랐어요.
◇ 김현정> 그랬기 때문에 그냥 화장했던 거군요?
◆ OOO> 그렇죠.
◇ 김현정> 그랬다가 언제 알게 되셨습니까?
◆ OOO> 상 치르고 2주 뒤에요. 처음에는 우리도 ‘단순히 사고사’ 라고 생각을 했어요. 그놈이 병원에 있을 때도 참 잘했어요, 저희 가족한테.
◇ 김현정> 딸은 병원에 얼마나 있었어요, 질식한 다음에?
◆ OOO> (한숨) 정확하게 17일 있었죠. 혼수상태로. 근데 그렇게 잘 할 수가 없어요. 입안의 혀처럼 굴었어요. 그러니까 우리 애 병원 중환자실에는 면회시간이 있잖아요. 그걸 같이 항상 들어가기도 하고. 들어가면 우리 애 손을 잡고 ‘우리 애기, 우리 애기’ 하면서 통곡을 하고, 울며 불며하고. 또 우리가 끼니라도 같이 해결 하려고 가자고 하면, 우리 앞에서는 밥을 안 먹었어요. ‘여자친구가 저러고 있는 데 어떻게 밥을 먹냐’ 하면서요. 그리고는 ‘제가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외국에서라도 고쳐오겠습니다.’ 우리 애는 중환자실에서 가망 없다고 의사선생님께서 얘기를 했는데도 저희한테 무슨 말을 했냐면, ‘영혼결혼식을 하겠다.’
◇ 김현정> 영혼결혼식을 하겠다?
◆ OOO> ‘혼인신고 해주세요.’ 라는 말까지 했어요. 어떤 부모가 그 아이를 의심 하겠어요?
◇ 김현정> 그럼 정말로 좋아해서 그랬을 수도 있는 것 아닐까요?
◆ OOO> 아니요. 그건 왜 아니냐 하면 나중에 우리가 고소를 하고 경찰에서, 또 검찰에서 다 밝히기 시작했잖아요. 수사를 시작했을 때, 나중에 법정에서 다 알게 된 사실인데요. 우리 아이가 중환자실에 있는 동안에 여자가 둘이나 있었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따님과 둘이 사귀고 있을 그 당시에, 또 다른 여자친구가 있었다고요?
◆ OOO> 둘이나 있었죠. 제 딸아이 말고도. 그 중 하나는 자기가 ‘납골당 사업을 하겠다’고 그 애한테 1억 6천만 원을 사기 쳐서 그 여자아이가 또 고소한 상태잖아요.
◇ 김현정> 그 남자친구는 또 다른 사기 사건에 휘말려 있는 게 있군요?
◆ OOO> 네. 지금 또 있죠. 그 여자하고 근처 모텔에서 묵고 이런 게 나오더란 말이에요.
(자료사진)
◇ 김현정> 수사하면서 알게 되신 거예요?
◆ OOO> 네, 수사하면서. 그리고 우리는 중환자실에 있는 동안에 결혼하겠다고, 상견례까지 했어요. 부모님 모시고 여행도 갔다 오고.
◇ 김현정> 중환자실에 딸이 누워 있는 동안...
◆ OOO> 그렇죠. 어떻게 저희가 살인이 아니라고 하겠어요?
◇ 김현정> 보험이 한 가지 큰 정황이고, 또 다른 한 가지가 치아라고 말씀하셨어요. 치아가 아주 안 좋기 때문에 낙지는 평소에 전혀 먹지 않았나요?
◆ OOO> 안 먹었죠. 안 먹은 게 아니라 못 먹었죠.
◇ 김현정> 하지만 법원에서는 ‘그렇더라도 당시 술에 취했고, 뭔가 판단력이 흐려졌기 때문에 아무리 팔뚝만한 낙지라도 스스로 넣었을 가능성’, 그걸 보는 것 아니겠습니까?
◆ OOO> 그 가능성이라는 게 이해 안 가요. 연포탕에 들어가는 낙지예요. 그 사장님이 나와서 증언도 했어요. ‘그거는 그냥 먹을 수 없는 낙지’ 라고요. 그 큰 낙지를 어떻게 입에다 넣겠습니까? 세발낙지도 여성분들은 입에 넣기가 쉽지 않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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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정> 그런데 법원이 또 이야기하는 것은 ‘유족 측의 주장처럼 남자친구가 딸의 코와 목을 막아서 질식케 한 후에 나중에 낙지를 넣은 거라면, 반항을 한 흔적이 있어야 한다. 한 만여 건의 케이스에서는 다 반항한 흔적이 발견됐는데, 딸의 케이스에서는 반항한 흔적이 전혀 없었다.’ 어떻게 보세요?
◆ OOO> 저희 딸아이가 만취상태였어요. 만취라는 게 왜 나왔느냐면 처음에 인천 OO병원에 실려 갔어요. 그때 병원 의사가 한 말이 뭐냐, ‘술이 만취가 돼서 자고 있을 수 있다.’ 이렇게 진단을 처음에 내렸어요.
◇ 김현정> 지금 들으면서 정황상 의문투성이입니다. 그런데 모든 판결은 지금 증거로 뒷받침 돼야 하잖아요. 법정 증거주의니까요.
◆ OOO> 그렇죠.
◇ 김현정> 도대체 왜 결정적인 증거가 없는 걸까요? 이게 한스러우실 것 같아요.
◆ OOO> 그렇죠. 그러니까 1심에서는 무기징역이 나왔잖아요. 정황상도 인정을 했어요.
◇ 김현정> 정황상 증거가 인정이 돼서 남자친구가 유죄로 나왔군요?
◆ OOO> 그렇죠. 재심에서도.. 재판 과정에서 계속 반복적인 거짓말을 하니까 재판장님이 ‘거짓말을 한다.’ 혼낸 적도 있고요. 그리고 마지막에 들어가는 판사님이 무슨 말씀을 하셨느냐 하면, ‘가슴에 손을 얹고 반성을 하고, 다음에 나올 때는 유족들한테 진심으로 사과하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서라.’고 했어요. 그랬는데 인사이동 문제로 나중에 판사님이 바뀐 거예요. 그 판사님이 바뀌면서 판례가 확 뒤집혀버린 거예요.
◇ 김현정> 뒤집혔군요. 2심 판사는 인사이동 후에 얼마 만에 판결을 낸 겁니까?
◆ OOO> 거의 2주 있다가 판결을 바로 냈죠.
◇ 김현정> 그러니까 2심을 쭉 진행하던 A판사가 있는데, 갑자기 인사이동으로 자리가 바뀌고 2주 만에 2심 최종판결이 나왔다. 그때 남자친구는 무죄 판결이 나온 것이 문제라고 보시는 거군요. 하지만 대법원에 와서는 다시 판결이 시작이 된 거니까 2심의 영향을 그렇게 크게 받았을까요?
◆ OOO> 그런데 대법원이라는 데가.. 저는 진짜 대법원 재판장님한테 묻고 싶어요. ‘당신들 딸이 이런 일을 당했어도 이렇게 판정을 내릴 수 있을까.’
◇ 김현정> 하지만 모든 증거로 이야기를 해야 되는데, 손에 잡히는 결정적인 증거가 없었다는 것이 좀 안타깝습니다.
◆ OOO> 진짜 저희 같은 입장에서는.. 상황이 그래서 화장을 하고 나중에 이놈을 잡아서 올렸잖아요. 그 정황도 어느 정도는 인정이 돼야 되는 것 아니에요? 그런데 직접적인 증거만 대라? 그러면 사람 죽일 때 동영상 찍어서, 비디오 찍어놔야 되는 건가요? 이렇게 끝나면 제 2, 3의 모방범죄가 없으리란 거 누가 알겠어요? 누가 책임지겠어요?
◇ 김현정> 그러니까 법정 증거주의라는 건 인정하지만 이렇게 단순 사고라고 누구나 생각할만 한 상황에서 모든 증거를 없애버리고 난 후에는 정황상 증거도 인정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 이 호소를 지금 하시는 거군요?
◆ OOO> 그렇죠. (한숨)
◇ 김현정> 그렇게 3년이 흘렀어요, 어머님.
◆ OOO> 그렇죠. 3년 반이죠.
◇ 김현정> 지금 되돌아 볼 때 가장 아픈 부분은 뭔가요?
◆ OOO> 진짜 화장한 거요. 그때만 안 했어도 이렇게까지 억울하지는 않고 밝힐 수가 있었는데 왜 한 번쯤 의심을 안 해 봤을까. 권력 없고 돈 없고 힘 없으면 하나도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게 법이네요. 정의사회국가? 말로만 정의가 뭐예요, 그게 뭐예요? 나는 진짜 묻고 싶고 알고 싶고요. 너무너무 답답해서... (한숨) 숨이 막혀 와요. (한숨)
◇ 김현정> 이제 하실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건가요?
◆ OOO> 법으로는 없다고 하네요. 하.... (한숨) 9월 말이면 나와요, 그놈. 나오면 활보를 하고 다닐 텐데, 그거 생각하면 피가 거꾸로 솟아요.
◇ 김현정> 알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마무리를 해야 되는데요. 세상에 하고 싶은 말씀 있다면 한마디, 끝으로 해 주시죠.
◆ OOO> 진짜 사람이 살다 보면 다 누구나 아픈 일도 있고 힘든 일도 생기잖아요. 저희는 사람을 참 많이 믿었어요. 믿지 말고, 이런 흡사한 일을 당했으면 한번쯤은 의심을 해 보고. 쉽게 흘려보내지 말고 다시 한 번 짚어가라고요. 저희는 너무 사람을 믿었기 때문에 화장을 해서 지금 이렇게 억울한 거예요. (울음)
◇ 김현정> 3년 동안 관심을 모았던 낙지살인사건. 결국은 살인이 아닌 것으로 판명이 났습니다. 어머님 기운 내시고요. 뭐라고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 될지... 저도 잘 모르겠네요. 오늘 어려운데 인터뷰 응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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