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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도 못 지어준 북의 내 아들...뭘 주면 좋아할까"

대통령실

    "이름도 못 지어준 북의 내 아들...뭘 주면 좋아할까"

    63년만에 만나는 가족에게 줄 선물 고민하는 이산가족들

     

    겨우 일주일이 남았다. 63년만에 만나는 혈육에게 단 한번 밖에 전달하지 못할 선물인데, 도대체 어떤 걸 챙겨야 할 지 결정하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인 듯하다. 오는 25일 이산가족 상봉행사에서 가족들에게 줄 선물을 고르느라 바쁜 이산가족들의 이야기다.

    강능환 할아버지(92)는 임신사실도 모른 채 헤어져야 했던 아내가 낳은 아들을 만나기로 했다. 이름도 지어주지 못한 자식이 뭘 좋아할 지 알 수가 없어, 선물 고르기도 쉽지 않다.

    "결혼하고 4개월도 안되서 나만 내려왔기 때문에, 임신을 했는지도 몰랐어요. 그런데 알고보니 아들이 있었던 모양이에요. 아내 이름도 가물가물한데, 아들은 얼굴 보면 바로 알아볼까요? 뭘 좋아할까요? 주위에 물어보니까 겨울을 날 수 있는 두꺼운 옷을 좋아한다고 하는데..."

    고재준 할아버지(80)는 9살 아래의 누이동생과 누이의 딸을 만나기로 했는데, 혹시 모를 여분까지 총 세필의 옷감을 준비했다. 다른 선물들도 무조건 다 3개씩 준비할 거라고 한다.

    "여자들 한복 해입을 수 있는 옷감을 준비했고요, 오리털 파카도 세점 준비했어요. 상봉장소에 나올 사람은 2명이지만 혹시나 제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잖아요. 물에 쉽게 빨 수 있는 것까지 생각해서 준비하고 있고요. 살아있어준 것만 해도 고마운데, 더 많은 걸 못 가져가서 안타까워요"

    김동빈 할아버지(79)는 2살 위 누님이 동네에서 소문난 미인이었다면서, 고운 얼굴에 바를 화장품류를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제가 살던 곳은 평양 근처 변두리 농촌마을인데, 누이를 보기위해 평양에서부터 친구들이 몰려왔던 기억이 나요. 세월이 흘러서 그 정도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고울 것 같습니다"

    이산가족들의 선물목록에 빠지지 않는 것은 역시 두터운 겨울 옷이었다. "이북의 겨울은 남한보다 훨씬 춥다"면서 곧 닥칠 추위에 내 가족이 조금이라도 춥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한결같았다. 지금도 고울까, 아직도 늠름할까, 이산가족들은 이렇게 설렘 속에 추석을 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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