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관심 밖의 미니 선거전'으로 전락할 것으로 관측됐던 10.30 재보궐선거에 중요 변수가 등장했다. 바로 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의 등장이다.
재보선을 정확히 한 달여 앞두고 귀국한 손 상임고문은 29일 귀국 일성으로 "선거를 회피하거나 선거를 왜곡하는 일은 당당한 정당과 민주주의의 길이 아니다"고 밝혔다.
"당과 민주정치가 저를 필요로 할 때 몸을 사리지 않고 던져왔다. 그러나 지금이 그 상황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해석의 여지를 남겼지만 '선거를 회피하지 않겠다'는 언급에 방점이 찍히면서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당장 '출마를 기정사실화하는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홍문종 사무총장은 “발언의 핵심은 출마를 할 용의가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서청원 vs 손학규'의 빅매치 성사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최근 여당 내에서는 '원조 친박'인 서청원 전 대표의 전략공천설이 급부상한 바 있다.
그런데 민주당의 대선 패배 이후 독일에 머물던 손 고문이 귀국하며 던진 발언이 여야 공천 전략의 틈새를 파고드는 형국이다.
이번 공천의 성격은 여야가 재보선 판을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새누리당으로서는 서청원 전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가로막고 있는 현재의 정국 경색을 푸는데 모종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 경우 판이 커지는데 대한 부담이 뒤따른다.
반면 비(非) 서청원으로 공천이 가는 경우는 이 같은 부담을 덜 수 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서청원과 손학규가 붙으면 재보선 의미가 커진다”며 “여당으로서는 진영 장관의 사퇴파문 등으로 상황이 어려운 마당에 굳이 재보선 의미를 키울 필요가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민주당에서는 손학규 고문의 이날 발언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당 지도부 여론은 박근혜 대통령의 실정 속에서도 요지부동인 민심을 돌려세우고 야당의 존재감을 한 단계 높이기 위해서는 이번 재보선을 적극 활용해야한다는 판단에 따라 손 고문의 차출설에 더 힘이 쏠리는 분위기다.
그러나 부정적인 기류도 상존한다. 손 고문계로 분류되는 수도권 한 중진 의원은 “지금은 성급하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 거물급 인사를 미니 선거전에 차출하는 것이 모양새가 좋지 않다”며 부담감을 숨기지 않았다.
또 다른 측근은 “이번 재보선이 민주당의 입장에서 올인해야 할 정치적 이벤트인지 의문이다. 앞으로 중요한 고비는 몇 번 더 있을 텐데 그 때 나서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각 당의 최종 후보자 확정까지는 당내 여론조사와 상대당의 전략 등이 세심하게 고려될 것으로 보여 예정보다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