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4년, 최재원 3년6개월.'
재계 3위인 SK그룹 오너 형제가 항소심 재판에서 구속 수감되면서 SK그룹은 최대의 위기를 맞게 됐다.
그룹 최고 의사결정권자 2명이 동반 실형에 처해지면서 당장의 경영공백은 물론 향후 글로벌 전략 수립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 1조원대 STX 인수전 최종 포기
29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의 에너지 발전회사인 SK E&S는 최근 STX에너지 인수전 참여를 최종 포기했다.
STX에너지가 보유 중인 계열사(STX전력, STX솔라, STX영양풍력)와 해외자원 지분, 석탄화력발전소인 북평화력 사업권 등의 성장 잠재력을 주목했지만 최고경영자 부재가 발목을 잡은 셈이다.
STX에너지 인수.합병(M&A)은 민간발전 판도를 결정하는 대형 이슈여서 그간 SK E&S와 포스코에너지, GS에너지, 삼탄 등이 경쟁을 벌여왔다.
인수전에 참여했던 SK E&S의 대표이사는 이번 항소심에서 3년6개월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최재원 수석부회장.
향후 1조원에 달하는 인수 금액과 경영상 중요 판단에 최태원.재원 두 형제가 관여할 수 없게 된 만큼 인수전에 나설 수 없다는 게 SK측 설명이다.
그룹 관계자는 "대형 인수전이지만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최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모든 계획이 전면 백지화됐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이 이끌어온 2차 전지사업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서산에 전기자동차 1만대 분량의 2차전지 공장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가동을 시작했지만 최 부회장의 구속으로 향후 추가 투자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 글로벌 신사업도 올스톱 혹은 불투명
8개월 가까이 자리를 비운 최태원 회장의 부재로 다른 사업도 줄줄이 '휴면 상태'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그간 그룹의 글로벌 사업을 진두지휘하며 개발도상국 현지 고위공무원, 기업 오너들과 인맥을 쌓아왔다.
재계 관계자들은 최 회장이 다양하고 폭넓은 인맥을 바탕으로 SK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 관련 업무에 상당한 역할을 해왔다고 말한다.
실제로 최 회장은 2000년대 중반부터 '부진불생(不進不生·나가지 못하면 살지 못한다)'을 기치로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했다.
최근 SK종합화학과 중국 최대 국영 석유기업 시노펙이 중국 우한시에 대규모 석유화학단지를 조성하는 '우한프로젝트'를 완성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총 투자비 3조 3,000억원에 이르는 우한프로젝트를 성사시키기 위해 최 회장은 중국 정부 관계자와 시노펙 임원들을 10여차례나 만났다.
SK그룹이 현재 중동과 동남아시아, 중남미 등지에서 추진하고 있는 다양한 해외 프로젝트 사업은 당분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부분 사업이 최 회장이 직접 진두지휘한 데다 사업 추진 초기 및 마무리 단계에서는 총수의 영향력과 지원이 절대적이어서 총수 부재라는 현상황이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것이 태국을 동남아시아 시장 개척의 거점지역으로 삼으려는 전략.
최 회장은 잉락 친나왓 태국 총리 등 정부 고위 관계자와 기업 총수들을 지속적으로 만나며 통신과 IT기술, 에너지 사업 등을 진출시키기 위한 기회를 탐색해왔다.
태국을 동남아 시장 개척의 거점으로 삼아 SK C&C와 SK텔레콤, SK브로드밴드 등을 동반 진출시키기 위한 전략이었다.
하지만 최 회장이 올해초 구속되면서 태국 최고위급 접촉 라인이 끊긴 것으로 알려졌다.
오너십 공백이 장기화될수록 SK그룹은 향후 신사업과 글로벌 사업에서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