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엘 위트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 초빙교수는 9일(현지시간)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에 대한 모라토리엄(유예)을 이행할 용의가 있다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지난달 하순 독일 베를린에서 북한 6자회담 수석대표인 리용호 외무성 부상을 만난 위트 교수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고 "이는 대화의 전제조건이 아니라 대화를 시작하는 초기에 이뤄질 수 있는 조치"라고 말했다.
이는 북한이 지난해 2·29 합의 당시 거론됐던 비핵화 사전조치의 일부다. 당시 북한은 미국의 영양(식량) 지원을 대가로 핵·미사일 실험유예와 함께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중단, 핵·미사일 실험 유예(모라토리엄), 국제원자력기구(IAEA) 감시단 입북 허용 등의 사전조치들을 이행하겠다고 합의했었다.
현재 미국 정부는 북한이 비핵화의 진정성을 구체적 행동으로 보이라는 입장이고, 우리 정부는 2.29 합의 이상의 높은 비핵화 사전조치들을 선행하라고 주문하고 있어 북한의 이 같은 '낮은 수준'의 조치가 대화국면을 끌어낼 지는 불투명해 보인다.
위트 교수는 "핵·미사일 모라토리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게 사실이지만 추가적인 조치들은 대화와 협상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며 "비공식 뉴욕 채널이나 중국을 통해 메시지를 주고받는 식으로는 어려우며 북미가 대면접촉을 통한 대화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트 교수는 "기본적으로 핵 문제에 대한 북한의 입장은 2005년 9·19 공동성명을 재확인하면서 핵 프로그램을 협상테이블에 올려놓겠다는 것"이라며 "그러나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비핵화 사전조치들을 이행하는 것은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이며 대화초기에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과 관련한 신뢰구축 단계를 밟기를 희망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은 현재 비핵화로 종결되는 '다단계(multi-stage) 프로세스'(양측이 단계마다 필요한 이행조치를 취해나가는 방식)를 구상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비핵화 ▲정치 ▲군사 ▲경제의 협상분야를 상정하고 있으며 비핵화를 최종 목표로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각 협상분야에서 논의된 조치들을 이행하는 방식을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는 "북한은 우라늄 농축문제가 협상의제가 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며 "우라늄 농축은 검증이 어려운 과제이지만 그렇다고 해결이 불가능하다고는 볼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비핵화 사전조치 중 하나로 거론되는 미사일 실험 모라토리엄과 관련, "미사일 실험은 유예하지만 인공위성 발사실험은 계속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장거리 로켓발사를 인공위성 발사체 실험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한국과 미국은 인공위성을 가장한 미사일 발사실험으로 규정하고 있다.
국무부 북한담당관 출신으로 미국내 협상파로 통하는 위트 교수는 지난 8월말 스위스 제네바에서 북한 안명훈 외무성 미국 부국장과 회동한데 이어 지난달 24~26일 베를린에서 열린 비공식 북미접촉에 참여했다. 북한 측에서는 리 부상과 차석대표인 최선희 외무성 부국장, 장일훈 주유엔대표부 차석대사 등이, 미국 측에서는 위트 교수와 스티븐 보즈워스 전 대북정책 특별대표,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차관보, 밥 칼린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연구원 등이 참석했다.